지능에 대한 단일한 정의가 확립되는 날에 우리는 심리학, 신경과학, 인지과학, 진화심리학등의 모든 학문이 하나로 통합되는 모습을 보게 될겁니다. 그 만큼 현재의 상태로는, 지능에 대한 단일한 정의는 기대할 수 없고, 그런 기대를 갖는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는것이죠.
이미 저는 인지과학, 심리학이 "지능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수 많은 시도로 점철되어 있다는 뜻의 글을 썼습니다. 그 옛날 앨런 튜링이 튜링 테스트를 고안했던것도, 지능이란걸 정의해낼 수 없으니까 고육지책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 할 수 있겠고요. 헌데, 이 논란 많은 튜링 테스트 개념 역시 아직도(이것이 제시된 때가 1950년입니다. 이게 여태 쓰인다는건, 그만큼 지능을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폐기되지 않고 오히려 강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만큼 학계에선 지능이 대체 뭔지에 대해 아직 감을 못잡고 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경험과학 입장에선, 어쨋든 부족하나마 지능개념을 불완전하게 놔두고서라도 연구가 전개되어야 합니다. 특히 아이큐를 측정하는것은, 한 국가의 교육정책이나 사회제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학술적인 의미에서뿐 아니라 실용적인 의미에서도 중요한것입니다.
그래서 일반지능이론가들은 자신들 나름대로의 지능을 정의하고 사용했던것으로 봅니다. 물론 이것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리고 상당수 심리학자들은 지능이라는 애매한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이를 여러 연구항목으로 쪼개어 각각을 따로 파고들었습니다.
정서, 지각-재인, 기억, 학습, 사회적 행동, 동기형성등등...
사실상, 현장 연구자들에게 "지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하는것은 이젠 관심사조차 되질 않습니다. 각각을 엄청나게 쪼개서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이런 통합적인 거대한 덩어리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물론 일반지능이론가에겐 지능자체가 연구의 대상이니, 지능이란걸 자신들 나름대로 실험이 가능한 수준으로 정의해낸겁니다.)
그래서 "지능이란 무엇인가?" 란 질문은 오히려 심리학자들보다 철학자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질문이 된지 오래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상언어 학파를 이끈 길버트 라일은 "지능이란 ~한 것이다" 라는 논리적 행동주의를 제창까지 하고, 존 설같은 철학자는 어떤것이 진정한 지능을 갖기 위해선 지능적인것처럼 보이는것으론 불충분하고, 거기에 의미론을 결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게 된겁니다.
분명히 현 상태로는, 지능을 하나로 정의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과학의 각 세부 분야별로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주어진 puzzle을 풀어낼 수 있을 정도로만 지능이란 개념을 재정의해서 쓰는게 현재로선 가장 건전한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상황이 이런 상태다보니, 일반지능이론가가 말하는 지능과 진화심리학자가 말하는 지능이 그 의미면에서 다를 수 밖에 없는데요. 제가 봤을 때 일반지능이론 연구자는 지능에 기본적인 인지능력(보통 이성Reason으로 표현되는) 외에는 다른것을 포함시키길 꺼리는듯 합니다. 반면에 진화심리학은 사정이 다릅니다. 특히 대량 모듈성 테제는 지능이란것에 인지능력뿐 아니라 다양한 선호능력, 대인관계 스킬, TOM(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것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반지능이론에서의 지능과 진화심리학에서 가정해야만 하는 지능은 현재 1:1로 번역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각 분야 연구자들은 서로 다른 전제와 서로 다른 배경지식, 서로 다른 과학적 믿음을 갖고 있는 두 부류의 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가 소위 말해서 토마스 쿤이 언급한 패러다임이 다르다라고 언급되는 경우입니다.(그는 패러다임이 다른 학자들끼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패러다임은 서로에 대해 통약불가능incommensurable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 이런 부분들이 그간의 게시판의 여러 논쟁에서 서로간의 소통을 방해해 왔을것입니다. 사실 쿤의 패러다임론은 제가 썩 좋아하지 않는 이론인데, 이렇게 몸소 체험하고 나니 그 이론을 이전보다 좀 더 강하게 지지해야 할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첫댓글 덧붙여 제 사견을 말하자면, 제가 예상하기로는 일반지능이론이라는게 원래는 "광의의 지능"을 연구하려던 시도였는데, 연구자들이 "협의의 지능"을 정의해놓고 이를 작업가설(working hypothesis)형태로 제시했던게 그대로 "이론"으로 굳어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이들이 "협의의 지능"을 정의해내는데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한다면, 방법론상에서의 이런 한계보다 연구자들의 어떤 강한 믿음이 큰 작용을 하지 않았느냐 하는게 제 추측입니다. 저는 일반지능이론가들이 "지능= 이성(reason)" 이런 전통적인 도식을 암묵적으로 사용했을거란 예상을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과거에 인간에게 "완전 합리성"을 가정한것처럼 말이죠
이것은 앞서 hansonpark님이 지능검사가 두정엽지능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던 내용과 통하는것입니다.
그러나 완전합리성은 깨어진지 오래고, 이성(reason)은 이젠 과학적으로 허구적 개념임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합리성을 추구하는 동물이 아니고, 이성이란것도 (지능처럼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단독으로 사용되지 않을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이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http://www.aistudy.com/psychology/rationality.htm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대사회에서 IQ가 뛰어난 사람이 adaptive한가?" 라는 질문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당연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단순히 "그렇다"는 아닐겁니다. fitness와 IQ간에는 어떤 체계적인 관계가 성립할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IQ검사와 일반지능이론의 실용적인 의미가 높게 평가되는 것이라 봅니다.
아무튼 이런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일반지능이론이 "협의의 지능"을 통해 "광의의 지능"을 제대로 연구했다거나, "광의의 지능"을 자신들의 이론틀로 환원시킬 수 있다고 큰소리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것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의 연구자들은 그런 주장까지 하지는 않을겁니다. 이론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그들이 만약 그런 주장을 한다면, 이론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상황을 오판하는것이고, 실제로 일반지능이론을 지능에 대한 전체 이론의 지형도에 맞춰 놓고 봤을 때 그들의 주장은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얘기에 불과하다는걸 알게 됩니다.
학습심리학에서는 아이큐도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말하고있습니다. 쥐들을 실험한 결과 풍부한 자극과 좋은 환경에서 다른 쥐들과 서로상호교류하며 산 쥐와 자극(장난감이나 놀이)없이 식량만 준 혼자 자란 쥐,그리고 먹이만 먹으며 다른쥐들과 산 쥐중 첫번째와 두번째 차이는 뇌의 시냅수가 연결차이가 10배로 차이가컸습니다. 학습할수있는,적응할수잇는 능력,머리,아이큐도 환경의 영향이 지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