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교수/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소아외과
서혜부 탈장은 어른에서도 많지만 그 원인이 어린이와는 다르다. 서혜부 탈장은 소아외과에서 가장 많이 수술하는 어린이 질환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아이들 100명중 2명에서 발생하는 아주 흔한 병으로 쉽게 설명 하면 초등학교 한 반에 적어도 한명 정도 환자가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서혜부 탈장은 사타구니 부위에 있는 탈장주머니를 통해서 비정상적으로 배안에 있는 장기, 예를 들면 소장, 난소, 나팔관등이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눈으로만 봐도 탈장이 된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조금만 신경쓰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이가 울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변을 볼 때 배에 힘을 주는 경우 사타구니에 뭔가가 볼록하게 튀어나오는데 누워있거나 잠을 자는 경우에는 다시 들어가는 현상이 있을 때 서혜부 탈장을 의심해 봐야 한다.
대부분의 서혜부 탈장은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탈장이 있어도 아이들은 잘 뛰어놀고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부모님의 관찰이 필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혜부 탈장이 왜 문제가 되고 수술을 해야할까? 그 이유는 비정상적으로 나오는 장기가 어느 순간 끼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를 의학적으로 ‘감돈되었다’ 고 한다.
이렇게 장기가 감돈되면 튀어나온 장기로의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장기의 일부가 상할 수 있다. 이 경우 감돈된 장기를 절제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특히 여자의 경우는 난소나 나팔관을 제거할 수도 있어 대수술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반면 탈장에 의한 감돈이 없는 경우라면 경험있는 소아외과 의사들이 수술할 때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게 마칠 수 있고 수술 후 다음날 퇴원해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아이가 엄마의 태중에 있을 때 아이의 배 안에 있던 고환이 사타구니를 타고 내려오면서 음낭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 때 만들어진 길이 탈장낭이 된다. 정상에서는 탈장낭이 저절로 막히지만 일부에서는 이 길이 열린 상태로 태어난다.
탈장이란 이 탈장낭을 통해서 배안에 있는 장기가 내려오는 것을 말한다. 탈장낭을 통해서 복수가 내려올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를 음낭수종이라고 한다. 탈장이 생기기 시작하면 저절로 막히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이 길을 막아줘야 한다.
일부 사람들은 양측 고환의 크기가 다른 경우 성장하면서 저절로 없어지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서혜부 탈장, 음낭수종 등 수술해야 하는 질환들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을 막연히 양측 고환의 크기 차이가 있다고 간단하게 생각하지 말고 서혜부 탈장이 아닌지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만 한다. 아픈 아이들은 소아과로 가듯 서혜부 탈장을 포함하여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소아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또한 성인탈장과는 발생원인이 다르고 수술법도 다르기 때문에 막연하게 성인탈장을 많이 하는 병원에서 서혜부 탈장을 잘 치료할 것이라고 믿으시면 안된다. 소아 서혜부 탈장을 가장 잘 진단하고 수술할 수 있는 전문가는 소아외과 의사이다.
서혜부탈장 수술을 하는 경우 ‘아이가 너무 어려서 마취를 하게 되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종종 있다. 소아에서의 마취는 아이들을 수술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고 소아마취의사가 있는 병원에서 시행하는 마취는 안전하다. 많은 어머니들이 걱정하시는‘마취후 머리가 나빠진다’는 통념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이다.
조금만 신경쓰면 소아에서의 서혜부 탈장의 발견이 가능하다.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진단과 함께 조기에 잘 치료받아 아이들이 늘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