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적으로 너나 할 것없이 아껴야 할 상황이기도 하거니와, 일부러라도 운동을 해야 할 나이이기 때문에 새벽이면 차를 놔두고 자전거 뒤에 아내를 태워 교회로 향할 때가 종종 있다. 교회로 향하는 시간은 그래도 날이 어둑할 때라 사람들의 시선과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데,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날도 밝고 출근하는 사람들고 제법 많을 시간이 어서 약간의 부담을 가지게 된다.
젊은 사람들이나 타는 산악 자전거를 40중반을 넘어선 부부가 앞뒤에 타고 달리는 경우가 그리 흔한 모습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교를 해야 하는 목사인지라 양복에 넥타 이를 매고 산악 자전거를 탈 수 밖에 없는 까닭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더욱 이상하게 느낄 것이다. 아내보다 사람들의 눈길을 더 많이 의식하는 내게 내 생일에 멋진 선물을 해준답시 고 아내가 자전거 뒷자리에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뒷바퀴 축에 발판을 다는 등 몇가지 치 장까지 한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눈에 더욱 잘 뛸 수 밖에.
그런데 며칠 전 길을 가다 나를 미소짓게 한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신혼부부인 것 이었다. 아내를 자전거로 전철역까지 태워다주는 것이었다. 아내를 뒤에 태우고 가는 모습이 여간 불안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그들만의 사랑이 실려 있었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고는 남편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해보고 싶은 남편,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아내를 편하게 전철역까지 태워다 주려는 마음씀씀이. 그리고 불안한 출발을 하는 남편의 뒤에서 웃음지으며 앉아 있는 아내, 그러면서도 남편을 끝까지 믿어주고 싶은 아내 의 마음 씀씀이….
자전거를 함께 타고 가는 우리 부부의 뒷모습을 모는 사람들도 이런저런 생각을 할지 모른 다. 그러나 남을 의식해서 우리들만의 생활방식을 포기한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 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더욱 아름답게 키워가야 한다. 남이 아닌 서로만을 바라보고, 또 상대방의 부족함도, 어색함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그 신혼 부부처럼 내일부터는 더욱 힘차 게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담아 페달을 밟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