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지능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가장 유망한 직업 1순위는 ‘인공지능 전문가’입니다. 하버드, 스탠퍼드, MIT 등 세계적인 대학들도 우수한 인공지능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전공자들에게 특별히 수강하도록 강조하는 과목이 있는데, 바로 ‘윤리’과목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윤리 지능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윤리를 열공하는 이유
트롤리(Trolley) 기차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선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한쪽 선로에는 다섯 명의 인부가 있고, 다른 선로에는 한 명의 인부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선로 변환기를 작동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다섯 명을 구하기 위해 선로를 변환한다면 한 명은 죽게 되고, 반대의 선택을 하면 5명이 죽게 되는데 어떤 선택이 윤리적으로 옳은 선택일까요?
영국의 철학자 ‘필리파 풋(Philippa Foot)’과 미국의 철학자 주디스 자비스 톰슨(Judith Jarvis Thomson)이 제안한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입니다.
우리나라도 2022년 11월부터 청계천 자율주행 버스가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위와 같은 상황에서 자율주행 버스가 어떤 선택을 하도록 알고리즘을 설정해야 할까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실직, 인종 및 성차별 등 새로운 윤리적 문제들이 이미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자율 살상무기는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하는데, 실수로 무고한 사람을 해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최근 “유로폴(유럽 형사경찰 기구)”은 “2026년 온라인 콘텐츠의 90%는 AI로 생성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는데, AI가 ‘인공지성(Artilect)’ 수준으로 발전해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 개발자의 윤리의식이 매우 중요한 이유가 된 것입니다.
인성교육 ‘세 살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윤리지능은 후천적으로 키워지는 능력입니다.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지 않더라도, 상호 연결성이 커지는 미래 사회에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협업할 줄 아는 품성이 아이의 성장을 이끄는 필수 역량이 될 것입니다.
셰익스피어는 ‘고마워할 줄 모르는 아이는 뱀의 이빨보다 더 날카롭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감사는 결코 졸업이 없는 과정’이라는 명언도 있습니다. 윤리지능은 부모의 양육 태도에 좌우되고, 선생님과 친구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길러집니다. 특히 인간의 종합적인 사고 기능과 충동 조절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만 3세~6세에 집중적으로 발달합니다.
아이의 윤리지능을 키우고 싶다면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감사하고, 협력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것은 유아기부터 성장기 내내 이뤄져야 하는 인성교육 덕목입니다. 자녀의 미래와 부모의 행복을 위해 감사의 마음을 키워주는 인성교육을 꼭 시켜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윤리지능이 발달하는 세 가지 조건입니다.
- 유능감 “나도 할 수 있어요!”
1998년 미국 심리학회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공격적인 성향이 두드러진 아이는 대체로 자신이 특별하고 뛰어나다는 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라는 분석이었습니다.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칭찬하지 않으면 분노를 표출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자존감이 높은 것이 아닙니다. 자존감은 스스로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태도를 배우는 과정에서 형성된 유능감 때문입니다. 아이가 실패할까 봐, 자존감이 낮아질까 봐 부모가 무엇이든 대신 해주거나, 잘못한 일도 훈육하지 않는 과잉보호는 아이의 유능감 발달을 방해합니다. 소소한 집안일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 때,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유능감이 발달합니다. 실수를 했다고 유능감이 낮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할 때 유능감은 급성장합니다.
- 소속감 “나도 가족의 중요한 일원이에요!”
인간은 누구나 어딘가 소속해 있기를,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받기를, 조건없이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내가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소속감,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인정받고 있다는 확신은 아이 인성의 바탕이 됩니다.
소속감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면 이를 보상받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가족회의에 아이를 참여하게 하고, 가족의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도 아이의 의견을 반영해 소속감을 경험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 감사하는 마음 “~~ 해주셔서 감사해요!”
인간관계의 기본은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단체 생활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감사하는 태도는 부모가 일상에서 보여주고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저녁 잠자리에 누워서 아이와 오늘 하루 중 감사하게 느낀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정기적으로 가족이 모인다거나, 자신이 고마움을 느낀 일을 종이에 적어서 파일이나 상자에 보관해 두었다가 크리스마스나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온 가족이 함께 그동안 적어두었던 감사한 마음을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너무 흥분되지 않아요?
부모나 형제가 감사하다고 느낀 일들을 보고 들으며 아이는 도덕과 윤리, 예절, 협력, 나눔 등에 대한 판단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