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연 수요칼럼]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
四書의 하나인 大學에서 8조목이란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말한다. 사물의 이치를 규명(格物)한 뒤에 앎(致知)에 이르고, 또 그것에 대한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 성의(誠意)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뜻을 다하여 솔직하고 바른 마음(正心)으로 이어진다. 마음이 바르게 된 후 몸을 닦고(修身), 집안을 가지런히(齊家) 한다. 가정을 잘 다스려야 나라도 바로(治國) 할 수 있고, 마침내 천하가 화평(平天下)해진다.
안전사고 예방을 얘기할 때 ‘하인리히의 330법칙’이 등장한다. 독일의 공학전문가인 하인리히는 노동재해의 실증적 연구를 행한 결과,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와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또 그 뒤에는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는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이라고 하는 법칙을 내놓았다. 경미한 300건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 큰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는 법칙이다.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모 대기업 회장은 평소 미세한 차이를 강조한다. 영업부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고객의 경조사를 모두 기록했고, 사활이 걸린 계약에 있어서는 몇 개월이 걸리더라도 상대의 취미와 습관을 확인한 뒤 협상에 나섰다. 서류작업은 항상 숫자와 맞춤법, 띄어쓰기가 정확했다. 이러한 행동들이 고객의 마음을 끌고 계약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의 절망적인 수용소 안에서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수용소의 뿌연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햇살을 바라보며 그는 삶의 강력한 희망을 느꼈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잃어버린 원고를 반드시 쓰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도 생전에 이소성대(以小成大-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큰일을 이룸)를 늘 강조했다. 목에 걸리는 것은 큰 소의 뼈가 아니고 대부분 작은 생선 가시가 걸려서 힘들게 한다.
줄곧 일등으로 달리다가 42.195km 완주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갑자기 멈춰 선 마라토너에게 기자가 물었다. “잘 달리다가 왜 갑자기 포기했습니까?” “무엇이 당신을 가장 힘들게 했는지요?” “더운 날씨인가요? 아니면 가파른 언덕 때문인가요?” 그 질문에 마라토너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대답을 했다. “반환점을 막 지났을 때 운동화 안으로 들어온 작은 모래알 하나 때문입니다”
明末淸初의 顧炎武(고염무)는 明의 멸망에 대해 다각도의 성찰을 시도한 후 결론을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의 8글자로 정리했다. 천하가 흥하고 망하는 데는 미천한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물려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조직의 흥망성쇠에는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 있다. 리더는 조직이 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구성원들은 주어진 역할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때 조직은 빛나는 영광을 함께 할 수 있다.
바람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들국화 한 송이가 하늘거리며 다가올 때 바람은 이미 지나 갔다.
2024년 6월 26일
한국NGO연합/자유정의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