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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투쟁에 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1. 2004년 쌀 개방이 이미 결정된 것 아닙니까?
'2004년 쌀개방'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2004년에 있을 'WTO 쌀 재협상'은 말 그대로 '재협상'이다. 1994년 UR협상 결과를 보면 관세화에 의한 완전개방은 하지 않되 2004년까지 의무도입물량(2004년까지 국내 총소비량의 4%)만큼만 수입하기로 하였다. 2004년 재협상을 통해서 '관세를 붙여 완전 개방할 것인지' '지금과 같이 의무도입물량만 수입할 것인지'를 협상을 통해 다시 결정하는 것이지 절대로 쌀개방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2. 우리나라 쌀값이 너무 비싸다고 하던데요?
일인당 하루 쌀값은 603원이고 한끼 쌀값은 201원에 불과하다. 라면은 고사하고 껌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쌀값 1% 상승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031%에 불과하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 소비지출 중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인 가구 월 4만원)에 불과하며 쌀값이 10% 올라도 가계지출의 0.2% 추가요인이 생길 뿐이다. 비중으로 따지자면 버스·지하철 등 공공교통비의 70%에도 못 미치는 비중이다. 이보다 더 쌀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쌀이 싼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중국농민들은 정부에서 무상으로 내준 땅에서 농기계와 비료, 농약 등을 무료로 공급받으면서 짓고 있다. 미국농민들은 땅값(평당 1300원 / 우리나라 40000원)이 싸고, 헥타아르당 수입이 1299달러에 생산비는 1671달러나 되어 372달러의 적자를 볼 수밖에 없지만 정부보조금(520달러) 덕택에 148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농민들은 생산비의 절반이 땅값이며 농기계, 비료, 농약 등의 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속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쌀값을 낮추어야 한다면 땅값과 농자재값을 먼저 내려야 한다. 생산비 절감을 위한 어떤 대책도 없이 쌀값을 내리자는 것은 농민들에게 적자농사를 지으라는 것이고, 결국엔 농사를 포기하라는 얘기와 같다.
쌀값은 일년농사 값이다.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연봉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연봉의 개념이 노동자들과는 다르다. 그 연봉에는 농약값, 비료값까지 합쳐있기 때문이다. 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연봉을 받아 농사비용 빼고 나면 생활비, 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빚을 내야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그것마저 인하하자고 덤비는 정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3. 값싼 외국 농산물을 사먹는 것이 이익 아닌가요?
외국 농산물을 삼 거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고 얻는 것도 금새 사라질 신기루일 뿐이다.
김제평야 같은 곳에 커다란 공장을 짓고 대량으로 상품을 찍어 수출하고, 농산물은 수입해서 먹는다면 전 국가적으로는 이익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논리에 입각해서 보더라도 너무나 위험한 얘기다. WTO에 식량수입국은 농산물이 남아돌아도 '수입하기로 한 양은 꼭 수입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식량수출국은 자국에 약간의 흉년이 들었거나, 수출가격이 안 맞는다거나 하면 수출을 중단할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나중에 후회해보았자 너무 늦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칠 수 없다. 공산품은 공장만 지으면 없던 것도 생산할 수 있지만 한번 망가진 땅을 다시 농지로 복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든다. 또한, 농업파탄으로 영농 포기한 농민의 도시이주로 인해 발생할 비용은 농촌을 지원할 때 드는 비용보다 10배나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농업관련 산업(종묘, 농약, 비료, 농기계, 유통 등)의 몰락과 실업자, 빈민의 급증은 막대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쌀을 제외하면 자급도가 5%(쌀 포함 29.4%)밖에 안 되는 식량수입국이다. 쌀마저 포기한다면 우리농업은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이고 머지않아 식량을 사먹으려면 공산품을 값싸게 수출하라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쌀 수입이 되면 농민들은 더 이상 쌀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적자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쌀 농사짓는 농민들이 없어지게 되면 쌀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석유의 경우 중동 석유생산국에서 부르는 게 값이듯이 쌀도 미국이나 중국이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다. 그때 가서도 도시서민들이 수입쌀을 싸게 사먹을 수 있을까? 1994년 일본에 흉년이 들었을 때 평상시 220달러(1톤당)하던 국제쌀값이 갑자기 650달러로 폭등했었다. 650달러를 주고 쌀을 사먹던가, 굶던가 둘 중 하나밖에 선택의 길이 없었던 일본의 예가 바로 우리들에게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4. 경쟁력이 없는 농업을 살릴 필요가 있는가?
농업을 경쟁력이 있는가, 없는가로 판단하는 시각 자체가 문제이지만 우리 농업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농업은 농산물 값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많은 기능을 한다. 그것을 농업의 다원적 기능, 비교역적 기능, 공공적 기능 등의 표현으로 부른다. 식량무기화가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의 식량안보적 기능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 농업은 국내 총생산액(GDP)의 4.3%(1999년 기준)를 생산하고 있지만 무려 200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농관련 산업을 합하면 GDP의 15%, 전체산업 종사자수의 25.3%를 고용하고 있다. 또한, 농업은 식량안보 기능과 국토의 균형적 발전, 전통문화 보전 등의 공익적인 기능이 있다. 쌀 농사만 하더라고 홍수예방, 수질정화, 공기정화 등 환경보호 기능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19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농업이 기여하고 있는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결코 단순 경제지표로서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GDP의 2%에 불과한 농업을 지키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5. 쌀이 남아 돌아 쌀농사를 줄여야 한다던데?
쌀은 남아야 한다. 1991년 쌀 재고량이 1400만 석이었다. 그러다가 1993년, 1995년 냉해 등 자연재해로 재고량이 169만석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현재 남아있는 쌀은 989만석으로 비상시를 생각할 때 부족한 현실이다.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의 기운이 높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통일을 대비할 때 약 1200만석이 적정 재고량으로 얘기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갑자기 세계식량기구에서 권장한 적정재고량 600만석(국가비상사태 대비 최소 비상식량)을 기준으로 들이대면서 389만석이 남아서 쌀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야단이다.
정부는 쌀이 과잉이니 쌀 재배면적을 줄이자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이 따로 있다. 지난 7년 동안(1995∼2001년 의무수입물량) 쌀 수입량이 428만석이었다. 쌀을 수입하지 않았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재고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온 대책이 가관이다. 쌀이 과잉이라 쌀 재배면적을 줄여야한다고 하면서 쌀 수입을 확대하자고 덤비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쌀 과잉 주장에 "남는다니 잘되었다. 이북 우리 동포들에게 쌀을 보내면 되겠네. 재고량이 처리되어 남쪽 농민들 좋고, 식량문제 해결되니 북쪽 동포들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고 대안을 제시하는 농민들의 말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쌀 수입"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 민족은 따로 떨어져 살지만,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의 기운이 높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통일을 대비하는, 통일농업을 고민해야 한다. 북은 논보다 밭이 많아 쌀 생산을 늘리기 어렵다. 북의 부족한 식량까지 고려해 약 1200만석이 적정 재고량으로 얘기되고 있어며 재배면적은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 바로 앞의 이익을 쫒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
1학년 ○반 학부모님들께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 벌써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그 나름대로 힘들기도 하고 재미있었던 점도 있었을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아이들이 날마다 자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시험을 보고 그 성적에 의해서 서열화되다 보니 아이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게 성적으로 인한 고민과 그늘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가급적 아이들을 볼 때 한 아이 한 아이가 꿈 많고 고민 많은 학생이라는 사실과 이 아이들이 자라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건 우리 사회를 든든히 꾸려 가는 구성원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따라서 시험을 보기 전에 공부하기를 다그치지만 시험을 보고 나서 결과에 의해 다그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기말 고사를 본 후, 자꾸 성적에 의해 아이를 평가하려는 마음을 잠시 접고 부모님과 교사가 함께 노력하여 우선 소중한 아이라는 점을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한 학기 동안 저를 믿고 격려해주신 우리학급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말씀을드립니다.
방학을 앞두고 몇 가지 일들을 의논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는, 우리 학급 아이들과 함께 하는 1박 야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안내장을 첨부하였으니, 참고하시고 격려해주십시오. 5-6명씩 모둠을지어 밥도 해먹고 함께 장기자랑도 준비하며 밤을 보내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좀 멀리 떠나고 싶어했지만 비용과 안전성, 시설을 고려하여 강화도에 있는 강화 환경 생태 수련원으로 정했습니다.
둘째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슴 아픈 일들이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미군의 장갑차에 의해 두 명의 여중학생이 사망하였고, 서해바다에서 네 명의 젊은 군인들이 사망하였습니다. 이 땅의 교사로서 매우 가슴아프게 생각합니다. 삼가 애도의 뜻을 밝힙니다. 더욱이 어린 여중생의 죽음은 월드컵 열기에 가려져 정확한 진상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6월 13일 오전 10시 45분에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미군 측에서는 공무상의 사고였으며 아무에게도 과실이 없다는 발표를 하고, 7월2일까지 운전병과 전차장을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항의가 거세어지자, 형식적으로 사과하고 7월3일에야 구속하였습니다. 미군 범죄는 주한 미군지위협정에 의해서 우리나라에서 수사에서 재판까지 아무런 권한도 갖지 못한다고 합니다. 목격자에 의하면 미군장갑차가 밀고 갔다가 다시 후진을 해서 또 밟고 지나가 두개골과 엉치뼈가 으스러진 끔찍한 죽음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비극적 사고가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전국의 교사들이 진상규명과 주한미군 지위협정 전면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을 하고 있으며 우리학교 선생님들도 대부분 서명에 참여하셨습니다.
우리 학급 아이들도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라의 재판권을 요구하는 서명을 하려고 합니다.
생활 국어 수업 시간에 '상황에 맞게 말하기'단원 중에서 '위로하는 말하기' 수업시간이 있었는데 여중생 사망 사건을 설명해 주고, 영상자료를 보고 난 뒤에, 효순이 미선이 부모님께 힘이 되어 드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진상규명과 재판권을 요구하는 서명을 할 수 있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같은 중학생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서명이라고하는 실천적인 노력이 작지만 교육적인 효과가 있으리라 판단하면서 부모님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혹시 이에 대한 보다 교육적인 의견이 있으시면 제게 꼭 보내 주십시오. 참고하겠습니다.)
셋째는 방학동안 독서에 대한 것입니다.
방학중 읽어야할 필독서로 두 권 정도를 정했습니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사계절 출판사)'이라는 책과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동녘출판사)'입니다. 시간을 내어 아이랑 함께 서점에 가서 사주시거나 서구도서관이나 이동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꼭 읽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아이와 함께 읽으시면 새로운 감동을 느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반가 '바로 그 한 사람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소개합니다. 노랫말도 좋고 곡도 좋습니다.
바로 그 한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나 태양이 비추듯이 /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길을 걷다 채이는 돌멩이라 하여도 /그것 없이는 어떤 집도 지을 수 없다는 걸
너무 빨리 혼자서 앞서가지 마세요/ 그렇게 혼자가면 당신도 외로울 거예요.
저 뒤에 앉아서 한숨 돌리는 사람 /바로 그 한사람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죠.
잊어서는 정말 안돼요. 소중한 사람들을.
그럼 방학동안 더욱 건강하시고 아이와 함께 추억하나 만드는 소중한 시간 가지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2. 7.
-○○여자중학교 1학년 ○반 담임 ○○○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