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좋은 자매가 있었는데, 언니는 꽃집으로 시잡가고, 동생은 기화장이 집으로 시집을 갔습니다. 아버지가 큰 딸네 집에 가니까, 거기서는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비가 너무 안 오면 꽃이 말라죽기 때문입니다. 둘째 딸 집에 가니까, 거기서는 비가 오면 큰일이라고 하였습니다. 햇볕이 쨍쨍 내려 쬐지 않으면 기와가 마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집에 돌아보며서 비가 와도 걱정, 안와도 걱정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솝우화』 에 실려 있는 것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進退兩亂)을 정말로 잘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대상세계에 대해 바로 보지 못하고 집착의 마음을 일으키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어떻든지 간에 고통의 사슬에 묶이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8고 중에 하나인 오취온고(五取蘊苦)입니다.
"오취온고(五取蘊苦)"는 대상세계인 5온을 바로 보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에서 고통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5온은 물질세계인 색(色)과 마음을 4가지로 구분한 수, 상, 행, 식이고, 온(蘊)은 쌓임을 뜻합니다. 그래서 5온은 세계을 이루고 있는 5가지 덩어리를 의미합니다.
불교의 세계인식은 서양과 달라서, 서양에서는 나를 제외한 대상을 세계로 보고 있지만, 불교에서는 대상세계와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도 세계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를 의미하는 5온에서 물질은 한 가지이고 마음이 4가지인 점에서, 불교가 마음을 중시하는 가르침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범부는 자신이 겪는 대상에 대해 늘 욕심내고 화내고 집착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고통의 그늘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이건 고통의 바다에 떨어져 있다는 일종의 사형선고 입니다. 그대가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외형적인 모습을 취하던 간에, 세계에 대해 바로 보지 못한다면, 그 모든 행동에는 고통이 뒤따를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참된 해방임을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위해서 시간적으로는 변하고 있다는 "무상"과 공간적으로는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연기"의 이치를 관조하는 지혜의 연꽃을 비리가 판을 치는 사바세계라는 진흙탕에서 피우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