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폭 지원” 뒤 현장 가보니
6일 잼버리를 퇴소해 서울의 한 호텔로 이동한 영국 스카우트 관계자의 다리에 벌레 물린 자국이 남아 있다. [뉴스1]© 제공: 중앙일보 6일 잼버리를 퇴소해 서울의 한 호텔로 이동한 영국 스카우트 관계자의 다리에 벌레 물린 자국이 남아 있다. [뉴스1] “화장실·샤워장이 처음엔 더러웠는데 지금은 깨끗해졌어요. 물도 잘 나오고 긴 줄을 서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잼버리 대회장에서 만난 스리랑카 출신 시요스요시 타칼루타가 코라라(18)가 한 말이다.
지난 1일 개막 이후 ‘사람 잡는 폭염’ ‘달려드는 모기떼’ ‘오물투성이 화장실’ 등 총체적 부실 지적을 받아 온 새만금 잼버리 시설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가 나서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참가자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예산·인력을 지원하면서다. 화장실·샤워장뿐 아니라 폭염 대책 시설도 달라졌다. 참가자들은 대회장 곳곳에 마련된 냉방버스에 수시로 드나들며 더위를 식혔다.
6일 덩굴 터널 그늘에서 기념품을 교환하는 대원들. [연합뉴스]© 제공: 중앙일보 6일 덩굴 터널 그늘에서 기념품을 교환하는 대원들. [연합뉴스] 6일 발표한 정부의 추가 개선 방안에 따르면, 기존 130대였던 냉방버스는 262대로 확대 운영되고 청소인력 930명이 추가 투입돼 총 1400여 명이 화장실 등 주요 시설 청결 상태를 관리한다. 영지 곳곳엔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그늘막과 캐노피 등 69개가 추가 설치됐고, 물놀이 시설도 8개 마련했다. 영내 셔틀버스도 두 배 증차해 총 24대가 10여 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또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17개 시·도의 협조를 받아 90개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전국 170여 개 사찰을 개방하고 참가단의 요청이 있을 경우 야영지나 숙박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회 프로그램 170여 개 가운데 상당수가 폭염 때문에 취소됐지만, 일부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6일 오전 8시30분부터 새만금 환경생태단지에서는 나무심기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150개 참가국 중 78개국 스카우트 대원과 운영요원 등 500여 명이 단풍나무·이팝나무 묘목 등을 심었다. 전북도가 기후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준비한 ‘새만금 잼버리 기념숲 조성 식재 행사’다. 스위스 스카우트 대원 플로리스 기신(16)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내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다시 와 볼 생각”이라고 했다.
사흘 연속 대회장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6일 현장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중앙일보 사흘 연속 대회장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6일 현장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개선된 잼버리 현장 상황에 만족한다는 반응이 외신 보도에도 나왔다. 스페인·벨기에·프랑스 등에서 온 일부 스카우트 대원들은 BBC에 “찬물과 선풍기, 그늘 장소 등이 제공돼 상황이 나아졌다”면서 “야영지에 남아 있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온 16세 소녀는 “행사 첫날(1일) 여동생이 폭염으로 인해 병원에 실려갔지만 지금은 회복돼 상태가 좋아졌다”면서 “상황이 나아졌는데, 영국 등 일찍 나간 친구들과 계속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조기 퇴영한 영국 대원들의 부모들이 서울 호텔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은 16세 아들을 이번 잼버리에 보낸 한 영국 엄마가 “5일 퇴영해 서울의 호텔로 갔다는 소식에 안도했는데, 호텔도 침대가 부족해 바닥에 잘 수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5일 서울에 도착한 영국의 일부 대원들은 호텔 방 하나에 5명씩 묵고 있으며, 약 250명은 서울의 한 호텔의 연회장에서 잠을 잤다.
◆3개국 6000명 철수=6일 현재까지 영국(4400여 명), 미국(1500여 명), 싱가포르(60여 명) 등 3개국 6000명가량이 철수하면서 잼버리 현장에는 150개국 3만7225명가량이 남아 있다. 한국보이스카우트 전북연맹 소속 참가자 80여 명도 야영장에서 태국 남성 지도자가 여성 샤워장에 들어간 사건과 관련, 6일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부안=김준희·박소영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