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형 투아렉
자동차 역사에서 20세기 초반에 사실은 가장 먼저 SUV, 물론 그 당시에는 SUV라는 이름도 없었지만, 아무튼 그런 개념의 차량을 내놓은 곳이 바로 폭스바겐이니, 자동차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폭스바겐은 SUV의 원조라고 불려도 될 듯 하다.
2차 대전의 결과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이 만든 지프가 시발점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폭스바겐이 만든 쉬빔바겐이나 퀴벨바겐 등은 SUV의 원조적인 개념을 제시했다.
쥬지아로가 만든 사막용 콘셉트 카 투아렉
투아렉(Touareg)은 본래 사하라 사막에 사는 종족의 이름이라고 한다.
투아렉 이라는 이름을 가진 차는 2000년에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쥬지아로가 내놓았던 콘셉트 카 투아렉이 나왔고, 이후 폭스바겐에서 같은 이름으로 SUV를 내놓았다.
쥬지아로가 만든 콘셉트 카는 마치 레고를 조립한 것 같은 형태인데, 사막을 여행하는 것은 콘셉트로 해서 쉐보레의 캬뷰레이터 방식의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고장이 나더라도 수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 알려진 바로는 쥬지아로가 이 차를 만들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오리지널 지프와 거의 똑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구형 코란도를 가져다가 만들었다는 말도 있었다.
쥬지아로는 구형 코란도를 가져다가 콘셉트 카 투아렉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아무튼 새로 등장한 투아렉은 2세대 모델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1세대모델이 2002년에 처음 나온 이후 2007년에 라디에이터 그릴에 크롬을 넓게 대는 페이스 리프트를 거쳤고, 2세대 모델의 부분변경 모델이 오늘 살펴보는 모델이다.
대개의 유럽 차들이 그렇듯이 투아렉 역시 1세대 모델과 2세대 모델이 그다지 크게 바뀌지 않는 듯이 보이는 진화적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체로 세대가 바뀌면 이전 모델의 디자인을 완전히 갈아 엎는 게 보통이지만, 상당수의 유럽 차들은 그렇지는 않다.
기능을 중시하는 개발 철학이어서 그렇겠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그게 그거’, 혹은 ‘뭘 바꿨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단지 차체 외형을 크게 바꾸지 않는 것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일 수도 있다.
2002년에 나온 1세대 투아렉
새로 등장한 투아렉은 앞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테일 램프 등이 변경됐지만, 전반적으로 이전 모델보다 더 도회적이고 말쑥한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특히 앞 뒤 범퍼와 차체를 모두 돌아 둘러쳐진 크롬 몰드는 더욱 말쑥하고 도회적인 인상을 준다.
2010년에 나온 2세대 투아렉
사실 폭스바겐 브랜드는 대중성 있는 차량들로 구성돼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차’라는 타이틀이 더 어필된다.
물론 골프나 파사트 등 대중성을 지향한 차종들도 있지만, 투아렉은 전장이 4,800mm 이고 축간거리가 2,893mm에 이르고 있어서 국산 차중에는 모하비(전장 4,935mm, 축거 2,895mm)와 비견되는 대형 SUV이다.
그런 차량의 크기를 감안하면 대중적(?)이기는 어렵다.
게다가 시판 가격은 7,700만원부터 9,750만원까지이다.
물론 옵션을 더하면 더 붙을 것이므로 ‘대중적’ 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는 가격이다.
결국 럭셔리 SUV에 더 가까운 위치를 가지게 된다.
범퍼와 차제의 크롬 몰드가 연결감 있게 강조된 인상의 신형 투아렉
투아렉의 차체에서 필자에게 관심을 끈 부분은 도어 스커프(door scuff) 부분이 도어 패널로 완전히 덮여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대부분의 차량들이 도어 스커프,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사이드 실(side seal), 혹은 로커 패널(rocker panel) 이라고 불리는 차체 측면의 아래쪽 구조물이 도어 패널보다 더 아래에 존재하는데, 비포장 도로를 주행하게 되면 이 부분에 진흙 등이 부착된다.
그런데 승/하차 시에 이 부분과 바지가 닿게 되어 옷에 진흙이 묻기도 한다.
이건 비단 SUV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승용차들도 진창길을 주행하고 나서 타고 내리다보면 옷에 흙이 묻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두 번쯤 있게 마련이다.
신형 투아렉의 은폐형(?) 사이드 실
그런데 투아렉은 도어 아래쪽 패널이 로커패널을 모두 덮이도록 설계해 놓아서, 이른바 ‘은폐형’ 사이드 실 설계로 문을 열면 전혀 흙이 묻지 않는 그야말로 깔끔한 로커패널이 유지되도록 했다. 이런 부분은 차량의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본질적인 기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용성(usability)에 대한 것이지만, 편의성을 높이는 효과가 매우 큰 부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존의 차체 구조를 적지 않게 손보아야 하는 것 역시 틀림 없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렵기도 하다.
센터 페이시아에서 내비게이션 화면의 양쪽으로 통풍 그릴이 배치돼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은 전형적인 폭스바겐의 레이아웃이지만, 조금 독특한 것은 센터 페이시아에서 내비게이션 화면의 양쪽에 공조장치를 위한 그릴이 설치된 것이다. 마치 실내 폭이 매우 넓은 허머 H1 차량의 실내 같은 이미지도 든다.
요즈음의 SUV들은 대부분이 오프로드 지향이기보다는 도시형 차량을 주된 콘셉트로 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투아렉은 작지 않은 크기와 가격을 겸비하고, 기동성까지 갖추고, 또 럭셔리 SUV의 사용자들의 양복 세탁비가 들지 않도록 설계된 도시형 오프 로더(off roader)라고 해도 될 듯 하다.
첫댓글 오호~ 약간은 복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