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배워가는 초보 아빠
『잘 왔어 우리 딸』 서효인, 난다, 2014
민금순
방송, 강연, 낭독회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기작가 서효인 시인이 산문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구입했다. 다운증후군 딸을 맞게 된 초짜 아빠의 좌충우돌 눈물 나는 이야기다. 애인이라고 표현하는 아내를 만난 시점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다가 과거로 갔다가 현재로 돌아오는 고무줄식 이야기 기법으로 추억을 소환해 현재를 말하고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밝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시인은 추억 이야기도 담담하게 정답게 풀어 내놓는다.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이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석 시인을 세 번 언급해서 백석 시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도 알 수 있다.
장애를 가진 딸아이를 처음 보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 심장 기형으로 26개월까지 병원에서 수술과 경과를 지켜봐야 했던 막막함에 눈물이 났다. 집, 회사, 병원에 오가는 복잡한 생활 속에서도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상으로 돌아와 그들이 딸을 위해 헤쳐 나가는 상담, 치료, 지지를 얻기 위한 일상들이 발달장애 아이를 가진 엄마이기에, 누구보다 익히 알고 있는 터라서 나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떨리는 심정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는데 부부가 상의하고 서로 위하고 함께 하려는 마음들이 부러웠다.
몰론, 남편인 작가는 가끔 아내의 속을 모르고, 천진스러운 말과 행동을 해서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드는 그리 좋지 않은 재주가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딸인 은재를 사랑하는 책임감이 강한 아빠라서 든든했다.
어쩌면 감추고 싶었을 아픈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서 글로 써내는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운증후군에 대해 장애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고자 공부하고 아이의 작고 사소한 발전에도 기쁨을 찾으려는 노력이 꼭 내 모습만 같아서 마음이 짠해서 응원해주고 싶었다.
「세상에 없던 것이 생기는 순간」에서 “그런 순간이 있다. 세상에 없던 것이 생기는 순간. 사람의 몸에서 다른 사람이 빠져나오는 순간. 내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존재로 말미암아 내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순간. 순간이 아닌 순간. 그런 순간.” 출산의 순간을 시인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자신이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출산의 고통을 잘 모르는 것을 죄스러워하고 외롭다고 말했다.
「괜찮아, 잘 왔어」에서 “들리지 않아도 될 말이 들리는 경우가 있다. 말이란 게 참 신통해서 들어야 할 말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귀에 들어온다. 들리지 않아도 되었지만 결국 듣게 될 말을 나는 꽤나 일찍 들었다. 나는 분명히 들어버린 몇 문장을 애써 듣지 않은 척하려 정적을 끌고 와 그 안에 몸을 옹송그려 숨었다. 볼썽사나운 온갖 종류의 겁이 몸의 외피를 뚫고 들어왔다.” 태어난 딸이 다운증후군이라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아빠의 충격을 적고 있다.
“꼭 해야 할 말들이 있다. 말이란 게 참으로 신비하여 간절하게 내뱉은 말은 결국 그대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말은 비슷한 다른 말과 손을 잡고서야 방향을 갖는다.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은 조타대의 명령을 따라 우직하게 간다. 진동을 남기고 의미를 새기면서, 나는 옹송그리고 있는 몸을 펴야 했다.” 막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말을 들은 부모의 마음은 누구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막막한 아픔을 딛고, 그러나 없는 힘을 끝내는 짜모아서 아이를 위해 힘을 내야 한다.
「다시 두 줄이다」에서
“장애아의 어린 형제들이 느낄 외로움.
인파가 많은 곳에서 우리 가족에게 쏟아질 삐딱한 관심.
언니에게 집중되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
형제 몫까지 내가 해내야 한다는 경직된 의지.
둘째 임신을 확인하며 아빠로서 이런 결심을 한다. 모두 막아주어야 한다고, 단단한 방패가 되어야 한다고, 아빠는 더욱 힘을 내고자 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고 마음이 떨리고 아파서 힘들게 읽었다. 예민한 신경성인 나는 책을 읽고나서 사흘을 심하게 아팠다. 이제 나도 힘을 내보고자 한다. 행복은 불행의 등을 타고 온다는 말을 들었다. 불행의 등을 타 넘어야 행복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불행은 불행만 오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함께 온다고 했으니 행복을 찾아서 힘내서 살아가야겠다. 그의 시집 『여수』,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두 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첫댓글 민금순 부회장님이 올려놓은 글을 읽으면서 며칠동안의 상황이 조금 파악이 되었어요.
'조금만 더 있다가 이 책을 읽지 조금 빨리 읽은 것 같네요.' 이런 말이 저절로 나왔어요.
그렇게 심하게 아픈 내면을 바늘귀만큼 이해하면서 이런 말을 되뇌었어요.
아픔은 늘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가 어느새 스며들고 마는 건데
그래도 행복과 불행은 함께 오는 거라서 불행의 등을 타고 넘어 행복과 만나겠다는 결의에 응원을 보냅니다.
지은이가 말한 내용이 민금순 부회장님을 통해 전달되어 가슴이 저리네요.
그리고 새겨듣게 된 건 '말은 비슷한 다른 말과 손을 잡고서야 방향을 갖는다.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은 조타대의 명령을 따라 우직하게 간다.' 이 글귀예요. 심간에 새깁니다.
좋은 책을 통해 마음까지 이해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