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 (2)
- 복자 알라노.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 형식
오늘날 우리가 바치는 묵주기도의 창립자라고 할 수 있는 복자 알라노는 다양한 형식의 묵주기도를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정리하면서, 형식에 영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묵주기도의 구조 자체가 기도가 됩니다. 성모송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성모 시편’을 복음의 요약인 묵상 구절과 함께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면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규칙서’를 응용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자신의 규칙서를 15장(15개의 신비 묵상)으로 구분하고 매 장을 10개의 글(10번의 성모송)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묵주기도에 관련된 책이 처음 나올 때 이러한 형식을 따라 150번의 성모송을 150개의 묵상글과 그림으로 채워 넣습니다. 오늘날 ‘묵주기도 묵상서’들이 성화와 글을 함께 사용하는 유래도 이와 같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기도를 크게는 150이라는 시편의 수를 기본으로, 각각 열 번의 성모송을 반복하는 15개의 묵상 구절로 세분화하고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五傷)를 공경하는 의미에서 다섯 개씩 묵상 구절을 묶어 세 개의 화관(환희, 고통, 영광)으로 정리합니다. 이렇게 구원의 신비들에 대한 신심을 고양시키는데 집중함으로써, 기도하는 이들의 악습을 고치고 그리스도의 신비의 본질에 동화될 수 있도록 묵주기도의 형식을 구성합니다.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 형식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1) 성모송의 반복은 ‘다윗의 시편’처럼 150번을 반복한다. 주님의 기도를 시작으로 열 번의 성모송을 한 단으로 바친다.
2) 매 단마다 묵상을 하게 되는데, 처음 다섯 개의 묵상 구절은 그리스도 육화의 기쁨을 드러내고(환희의 신비), 다음 다섯 개의 묵상 구절은 수난의 고통을 따르며(고통의 신비), 마지막은 부활의 영광(영광의 신비)을 묵상한다.
3) 소리 기도의 암송은 인간 구원의 신비 묵상과 함께 결합되어 기도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복자 알라노의 성모송에 대한 묵상
알라노는 ‘예수와 마리아의 시편’(4권 7장)에 가장 주요한 기도인 성모송을 반복할 때마다, 기도를 통해 얻게 되는 묵상의 의미를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경탄합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사탄은 쫓겨나고, 지옥은 두려움에 떱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세상은 그 빛을 잃고,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끌어오릅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나태는 사라지고, 욕정은 가라앉습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슬픔은 사라지고,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찹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믿음은 성장하고, 죄에 대한 뉘우침이 시작됩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마음은 희망으로 충만하여, 위로 받습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 영혼은 강해지고,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다시 채워집니다.
책을 통한 기도의 전파
1475년 ‘성모 시편’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고, 이 책을 통해 15개의 신비 묵상 구절에 대해 정리됩니다. 추후 비슷한 책들이 다양하게 출판되고 광범위하게 기도가 퍼져나갑니다.
1495년도에 출판된 책에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님을 표지로 삼고 있습니다. 그분들 앞에 세 사람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데, 각자의 손에 묵주를 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옷은 흰색과 빨간색, 황금색으로 구별이 됩니다. 흰색 옷은 환희의 신비이며, 붉은색 옷은 고통의 신비, 마지막으로 황금색 옷은 영광의 신비입니다. 묵주기도를 바칠 때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도 함께 묵주를 들고 계시는데, 기도를 바치는 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계십니다.
묵상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15개의 그림(판화)으로 넣었으며, 세 개의 큰 주제로 묶어 놓았습니다. 첫 번째는 오늘날에도 바치고 있는 환희의 신비와 관련된 5개의 묵상 구절이며, 두 번째는 고통의 신비와 관련된 5개의 묵상 구절입니다. 그리고 영광의 신비와 관련되어 5개의 묵상 구절을 표현하였습니다.
하지만 영광의 신비의 마지막 5단의 묵상 구절은 오늘날처럼 ‘예수님께서 마리아께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심’에 대한 내용이 아닌 ‘하느님의 영광과 모든 성인들이 최후의 심판 날에 받게 되는 영광’을 묵상하도록 합니다. 각각의 그림은 10송이 장미로 관(冠)을 엮어 그리고, 커다란 장미를 ‘주님의 기도’로 삼습니다.
묵주기도 신비의 완성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하게 되는 묵상 내용을 ‘신비’(Mistero)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은 도미니코회 소속 알베르토(Alberto da Castello, +1522)가 1521년에 출판한 ‘영광 가득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라는 책을 통해 처음 사용됩니다.
16세기 중반 종교 개혁 시대의 예수회 회원인 베드로 가니시오(Pietro Canisio, 1521-1597) 성인은 1577년에 쓴 책에 ‘예수님께서 마리아께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심’에 대한 영광의 신비 5단을 기록하면서, 오늘날의 형태의 묵주기도의 신비 묵상 주제를 정리하게 됩니다.
비로소 기도의 의미와 방법, 묵상 내용에 대한 책을 통해 묵주기도는 일정한 형식을 갖추게 됩니다.
묵주기도의 신비 묵상은 예수님의 일생에 대한 주요한 주제를 쉽게 떠올리도록 구성하였으며, 반복되는 소리 기도를 통해 많은 이들이 어렵지 않게 기도를 따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자들은 이러한 형태의 새로운 기도를 받아들이고 묵주기도는 빠르게 확산되어 갑니다.
♱ 묵주기도를 바치는 이들이 그리스도 신비의 본질에 동화될 수 있도록 묵주기도의 형식을 구성합니다.
♱ 성모송을 바칠 때,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경탄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6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