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영상재 봉행 / 유영재
세계불교, 호주-03년 04월 154호
시드니에서 영산대재 봉행
한국 무형문화재 50호로 지정된 영산재가 2003년 2월 16일 호주 시드니에서 영산재 어장인 원명 스님에 의해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교 클랜시 대강당에서 1000여명의 불자들과 외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엄하게 봉행되었다. 호주 정법사 창건 10주년을 기념하여 준비된 영산재는 호주 한국불교의 대 도약을 준비한다는 야심찬 계획 하에 1주일간의 한국 불교주간을 선정하여 불교 열기를 고조시킨 후 불교주간 마지막 날에 하이라이트로 장식되었다. 2003년 2월 10일 청광 화백이 직접 달마도를 그리는 이벤트와 동시에 서울 구룡사 주지 정우스님의 티벳 사진전, 백우 스님의 학 그림 전이 한인 회관에서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호주 불교주간 및 영산대재 봉행 행사의 막이 올랐다. 이어 선재 스님의 사찰 음식 만들기 행사가 정법사 경내에서 펼쳐지면서 불교 열기가 고조되기 시작하여 2월 14일 서울 구룡사 주지 정우 스님의 정법사 대법회, 2월 15일 6.25 참전 호주용사 및 한인 교포 부부 초청 만찬, 2월 15일 외부인들을 위한 정우 스님의 한인회관 법회를 정점으로 불교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화마처럼 타오르던 이 불교의 열기가 불교주간 마지막 날에 열린 영산재로 옮겨가 1000여 명의 불자 및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불교의 거대한 물결로 이어졌다. 이렇게 불교의 열기가 예상외로 뜨거웠던 것은 달마도를 직접 그려 주며 현장에서 수맥이 차단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주기도 하고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겐 직접 기를 넣어 주며 타국에서 온갖 역경을 헤치며 살아가는 시드니 교민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잊지 않았던 청광화백의 자상함이 한 몫을 크게 하였다. 청광 화백의 달마도는 이미 한국의 TV에서 수맥이 차단된다는 것이 검증되어 언론 매체에 대대적으로 소개된 바 있어 시드니 교민들에게는 말로만 듣던 신비의 달마도를 직접 그려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 달마도를 통해서 식어가던 불연의 불을 다시 지피는 뜻있는 시간이 되었다.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 만들기 강좌에는 각 사찰에서 많은 보살님들이 참석하여 유래 없는 성황을 이루었으며 음식 만들기부터 바자회까지 이어지는 사찰음식 축제 역시 이번 한국 불교주간의 커다란 축이 되어주었다. 음식 만들기 강좌에서 선재 스님은 음식은 인간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많은 역할을 한다고 말하며 동(動)적인 음식인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고 자라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정서불안, 집중력저하, 등 부정적인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하며 심하면 비행 청소년으로 발전되는 사례도 있다고 우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음식을 약으로 생각하고 섭취하였으나 요즘은 음식을 너무 탐욕 하는 경향이 있어 이로 인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말한 선재 스님은 절 음식에는 파, 마늘을 넣지 않는데 그 이유는 파 마늘은 동적인 음식이기 때문에 스님들이 수행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한국불교주간 마지막날인 2월 16일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교 클랜시 대 강당엔 이른 아침부터 불자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영산재 봉행 행사를 보기 위해 가족들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오전 행사에는 구룡사 주지 정우스님의 주관으로 불자들만을 위한 행사로 서울 구룡사 다라니 합창단의 합창에 이어 정법사 주지인 기후 스님의 인사말과 함께 그간 정법사를 위해 공로가 많았던 사람들에 대한 공로패가 증정되었다. 이 행사에서 격조 높은 합창을 선보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은 합창단은 이번 호주 영산재 봉행 행사를 위해 33명의 단원이 직접 호주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오전 행사에는 다라니 합창단이 준비한 우정 노래를 다같이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끝을 맺었으며 점심 공양후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된 오후 행사에는 다라니 합창단의 고운님 잘 가소서 합창에 이어 합창단장 연정숙 보살이 부른 '청산은 말없이 살라하네'를 시작으로 힘찬 행사의 막이 올랐다. 이 행사에서 정법사 주지 기후 스님은 인사말에서 불가에선 모든 존재가 평등하다고 말하며 그 평등 사상을 실현하는 의미에서 일체의 VIP 나 고명한 스님들을 연단에 모셔 소개하는 순서를 넣지 않아 강당에 가득 모인 불자 및 행사 관람객들에게 불가의 평등사상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정법사 주지 스님의 인사말에 이어 봉행된 영산재에는 범패와 바라춤, 그리고 나비춤으로 이어지는 부처님 당시의 장엄한 영상 회상의 무대가 재현되었다. 강렬한 톤의 징과 북 그리고 목탁소리에 따라 펼쳐지는 바라와 나비춤은 강당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삶과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천상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시간이 멈춘 듯, 우주가 창조되는 듯, 무아의 경지로 의식을 이끄는 스님들의 몸짓은 감동과 환희 그 자체 였으며 성불의 완성을 염원하는 강렬한 몸부림이기도 하였다. 살아있음을, 이 땅에서 숨쉬고 있음을, 그 숨을 멈출 때까지 모든 것을 사랑하리라고 맹세하는 울부짖음의 표현이었으며 너와 내가 없는 그래서 우리일수 밖에 없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처절한 절규였다. 희열,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이기지 못해 무릎에 얼굴을 묻고 한없이 흐느끼고 싶은 그 없어짐의 경지에서 가슴 구석구석에 배어있던 원한의, 증오의, 그리고 미워함의 싹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 것들이 떨어져나간 가슴의 허허로움을 채워주기라도 하듯 동희 스님의 폐부를 파고드는 회심곡이 영산재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모였던 모두들은 부처님의 평등의 세계에서 새롭게 새 부처로 태어나고 있었다. 장엄한 영산재가 끝난 후 연방 국회의원 카메론씨가 호주 수상 존 하워드씨의 연설을 대독하는 시간이 있었으며 이 자리에서 카메론씨는 49일 동안 호주인들을 위해 기도해준 한국불교계에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행사장에 모셨던 영가들을 위한 시식이 있었고 이 시식을 끝으로 해외에서 처음으로 봉행된 영산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미주현대불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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