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몰입 교육, 조기 영어 교육, 가히 영어 광풍이라고 할 만큼 지금의 유아들과 초등생들은 영어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다섯 살 내 딸 주변의 아이들을 보면 학습지를 비롯하여 영어 유치원에 이르기까지 영어 근처에 한 번 안 가본 애가 없을 정도다.
이럴 때 엄마는 고민이 된다. '유아기의 영어 교육이 과연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어떤 방법을 택해야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고 아이에게 공부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엄마표 영어학교>는 아이의 영어 교육 때문에 지금도 골치를 썩고 있는 엄마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영 유아기부터 꾸준히 영어 동화책을 읽은 덕에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몰입 교육을 한 아이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된 세린이의 엄마 송지은 씨가 썼다.
세린맘은 해오름 등의 육아 싸이트에서 영어 전문가로 유명하다. 영어 교육을 전공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서 유명해진 게 아니라, 딸 세린이가 아주 어렸을 때인 10년 전부터 영어 동화책만으로 교육한 사례를 다른 엄마들과 공유하며 유명해졌다.
자, 지금부터 세린맘의 영어 교육 방법을 들여다보자.
엄마가 서두르면 오히려 역효과
"눈에 보이는 성과가 언제 나타나느냐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본인이 즐기면서 꾸준히 접하기만 한다면 영어를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미련하게 시간의 위력을 믿으며 꾸준히 했고, 아이와 매순간 행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아이는 자기 스스로 익히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알았고, 호기심과 자신감도 키웠습니다. 전 그게 영어를 익힌 것보다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억지로 아이에게 영어를 공부시키려 한 게 아니라 엄마가 함께 즐기며 천천히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 주었다는 것. 말이 쉽지 아이에게 눈에 띄는 성과를 요구하지 않으며 천천히 교육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엄마 욕심에 서두르다 보면 아이는 금방 영어 싫다고 도망가기 일쑤가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우리말을 습득하는 과정을 보자. 엄마, 맘마와 같은 단순한 말에서 시작하여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연습이 필요한가. 영어 교육을 대하는 엄마의 마음도 이처럼 우리말 습득의 과정과 영어 습득 과정을 동일시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영어 교육의 시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대체적으로 언어 습득 장치가 활발히 작용하는 18개월부터 6세까지의 시기에 영어를 접하도록 하는 게 좋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이후에는 습득이 아니라 학습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조건 빨리 시작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실제로 엄마 욕심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어린 나이인데도 벌써 영어에 질린 사례도 많다. 초등학생에게 적합한 방법인 파닉스와 쓰기, 읽기 교육을 6세 아이에게 억지로 시킨다면 아이는 금방 하기 싫다고 울먹일 것이다.
즐겁게 동화책 읽으며 공부하는 영어
세린맘의 추천 방법은 아주 간단한 내용의 예쁜 그림책을 읽어주며 영어와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영어 그림책에 관심을 갖고 1년 정도는 꾸준히 읽어주어야 비로소 그림책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에 익숙해진다.
겨우 한두 달 읽어준 후 아이를 테스트해 본 후, '내가 해 보니 효과가 없어. 그냥 영어 유치원에 보내자.'라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건 금물이다. 꾸준히 1년 동안 매일같이 몇 권의 영어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는 자연히 영어와 친숙해진다.
그림책만 보면 싫증을 느낄 수도 있으니,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시디, 테이프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다양한 출판사에서 여러 형태의 영어 교재가 나오고 있으니 다른 엄마들의 경험을 토대로 해 몇 번 구입하다 보면 좋은 책에 대한 느낌이 온다.
영어 서적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 무료 영어 동화 사이트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온라인 영어 동화는 화려하게 움직이는 화면 때문에 아이들의 흥미를 바로 이끌어 낼 수 있다. 무료 영어 동요 사이트도 많다. 영어 소리에 익숙하게 하는 데에는 노래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이렇게 여러 경로를 통해 영어와 접촉한 아이는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고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순차적으로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섣부르게 아이를 판단하여 '우리 아이는 영어에 소질이 없어'라고 단정 짓거나 '다른 아이들은 벌써 단어를 암기하고 쓰는데 우리 아인 읽을 줄도 모르니 어쩜 좋아.'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영어 실력 향상을 원한다면 우리말에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리말 어휘 실력과 이해력, 사고력이 좋아야 영어책 수준 역시 높아질 수 있고, 전반적인 영어 실력 역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영어 수준이 높아지면 질수록 결국에는 우리말 실력이 관건임을 느끼고 뒤늦게 우리말 독서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큽니다."
결국 영어도 우리말 교육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영어 동화책이든 우리말로 된 책이든, 무엇이든 간에 많이 읽고 이해하여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이야말로 아이의 학업 수준을 높이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