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성 칼럼](38) 제주 올레길 16코스(고내포구~광령) 걷기
고내포구~수산봉~항파두리 항몽유적지~광령 호끌락키즈북카페
거리 및 소요 시간: 14.63km, 4~5시간
7월 5일 휴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밖을 보니 흐린 날씨지만 비는 오지 않아 제주올레 16코스를 걷기 위해 202번 버스를 타고 고내 입구에서 내려 16코스 시작점인 고내포구로 갔다.
제주 올레길 16코스는 고내포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서 가다 구엄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수산봉을 향해 제주도 중산간으로 파고들어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를 지나 광령 호끌락키즈북카페까지 이어져 있는 14.63km의 길이다.
고내포구에서 인증하고 해안길을 따라 다락쉼터에 오자 비가 오기 시작해 잠시 쉬면서 비옷을 입고 걷는다. 옆지기가 비를 맞으면서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고 웃으면서 앞장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서가던 옆지기가 쪼그려 앉아 신발을 살피더니 큰일이 났네. 신발창이 떨어지려고 한다고 외친다. 아니 새 신발인데 신발창이 왜 떨어지냐고 하며 봤더니 절반 이상 떨어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신발 끈을 풀어 신발창을 둘둘 말아 묶고 걸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옆지기에게 얘기한다. 여기서 포기하고 다음에 오는 것은 어떤지 묻자, 옆지기가 신발 끈으로 동여맸으니 괜찮은 것 같다고 하여 계속 걷기로 한다.
해안도로 옆의 구간 구간에 도보 여행자를 위한 아스팔트 길이 아닌 흙길로 걸을 수 있게 해 놓아 올레꾼들을 위한 배려에 고마웠다. 고내와 신엄리 경계 바닷가인 남또리 해안가와 신엄포구가 있는 해안산책로인 신엄 해안을 걷는다. 그사이에 비도 그치고 방긋 웃는 햇살도 볼 수 있었다.
앞바다에서 돌고래 출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애월 돌고래 전망대. 녹고물과 남두연대를 지나고 해안 절벽을 감상하며 걷는데 기묘한 바위 절벽도 있다.
이어지는 구엄리 돌염전. 제주어로 소금빌레라고 하는데 원래는 약 1500평의 규모다. 소금을 만드는 사람을 엄쟁이라고 하는데 1950년까지 소금생산이 이루어졌다. 갯벌이 없는 제주에서는 소금이 무척 귀하다. 돌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은 맛과 색깔이 뛰어나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돌염전이 있는 구엄리 어촌체험마을을 지나면서 중산간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서일주노선의 큰길을 지나 수산봉으로 향한다.
이곳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무작정 신호를 기다리지 말고 신호등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두면 조금 있다가 녹색 신호등이 들어오게 돼 있었다. 우리는 그것도 몰라 녹색 신호만 들어오기를 10여 분 기다려도 들어오지 않아 신호등을 둘러보다 이 사실을 알았고, 그때야 버튼을 눌러 기다렸다가 녹색 신호에 길을 건넜다. 다 건너서 옆지기와 마주보며 웃었다. 우리도 나이가 익어가는 구나...
우여곡절(?) 끝에 서일주노선의 건널목을 무사히 지나 수산봉 입구에 도착한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초입의 계단과 숲길을 걸어 쉽게 정상에 도착하니 매화나무가 식재되어 있고, 운동기구도 보인다. 그곳 정자에 앉아 쉬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진다.
수산봉의 해발 높이는 122m, 비고는 92m로 가볍게 산책하며 갈 수 있는 오름이다. 정상에 동그란 형태의 분화구를 지니고 물이 고인 작은 연못이 있어 ‘물메오름’ 혹은 오름 정상에 봉수가 있어 ‘수산봉’이라고 불린다.
수산저수지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수산봉의 명물인 그네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오늘은 아무도 타지 않아 혼자서 멈추어 있다. 옆지기도 타고 나도 타본다.
수산저수지 옆에 있는 곰솔은 400년 이상 된 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수로 마을과 저수지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이어지는 밭담에는 아름다운 시를 새겨놓은 돌들이 보인다. 시 한 구절로 이 마을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이 시를 읽는 올레꾼들에게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포장된 오솔길을 걸어가니 팽나무가 있는 예원동 복지회관과 제단공원을 지나 예원교차로 횡단보도를 지나 장수물에 이른다.
장수물은 전설에 의하면 김통정 장군이 관군에 쫓겨 군사들이 허기와 목마름에 지쳐 있을 때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고 바위 위에 뛰어내리자, 그 발자국에서 물이 솟아나기 시작했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장수물을 지나 소나무 숲길을 빠져나오면 항파두리 토성이 나온다. 고려 원종 4년인 1273년 김통정 장군과 삼별초가 여몽연합군과 마지막 항전을 벌이던 곳으로 항파두성이라는 토성을 쌓아 방어하던 역사유적지다.
최근에는 항파두리 주변에는 봄이면 유채꽃과 여름에 해바라기, 가을이면 코스모스를 심어 꽃밭을 이루어 사진촬영장소로 인기가 높다.
항몽유적지를 빠져나오니 16코스 중간 스탬프가 있는 정자가 나온다. 중간 스탬프를 찍고 잠시 쉬어간다.
다시 걸음을 재촉해 본다. 고성 숲길과 밭길, 청화마을을 지나 향림사라는 절을 지나니 16코스 종점이 광령1리 사무소에서 호클락키즈카페로 변경되었다는 안내문이 있고, 이어 종점인 호클락키즈카페에 도착해 인증을 했다.
이번 제주올레 16코스는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걷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운치가 있다고 하며 걷고, 신발 밑창이 떨어지려는 신발을 끈으로 묶어 걸으면서 힘들었을 텐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종점까지 함께한 옆지기를 보며 다시금 소중함을 느낀다.
집에 와서 옆지기가 신었던 트레킹화와 나의 운동화를 정리해 안녕을 고했다.
"오늘 끝까지 함께해 줘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