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저녁에 다시 비가 내리고 있다.
오후에 경인교대에서 취재를 하다가 교수들의 요청에 못 이겨
두 게임을 하면서 땀을 흠뻑 흘리고 땀 묻은 옷을 입은채 사진 찍으며 취재를 하는데
손가락이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밤비가 내린다더니 급격하게 기온이 내려간 탓이다.
겨우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시래기 국밥에 몸을 녹였다.
예전의 인천교대가 경인교대로 바뀌면서 인천켐퍼스와 안양켐퍼스로 나뉘게 되었다.
학생 뿐만이 아니라 교수들도, 또 교수테니스회도 분산되어
전국교대테니스 대회에서 가장 파워있던 실력이 지금은 자주 모일 수 없으니
10여년 우승한 기록이 없다며 개탄했다.
그래도 교수님들은 인터뷰중에 모두 다 여유가 있어 농담도 잘하셨다.
내 딸과 사위가 경인교대의 전신 인천교대 99학번이어서 이곳에 계신 교수님들은
거의 우리 딸과 사위의 스승들이시라고 했더니 다들 깜짝 놀라셨다.
손자도 있다고 했더니 더 놀라셨다. 나는 이미 립서비스에 녹아날 나이는 지났다.
어디를 취재하러 가든 늘 혼돈하지 않도록 나를 명확하게 먼저 밝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발렌타인 30년 산이 나오자 교수테니스회 회장님이 일어나서 건배사를 하시는데
갑자기 중국어처럼 악센트를 넣어 발음을 하니 모두들 에~이 하며 잠시 일렁거렸지만
사실은 정말 웃기는 내용이었다.
소취하 하면 마취평이라고 후창라하고 하셔 20여명이 그대로 따라했는데 그 뜻은 이러하다.
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행복하고 마누라에 취하면 평생 행복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말 순발력 있는 건배사였다. 그 외의 취재내용은 다음 4월호 기사로 나갈 예정이다.
사실 오늘은 아침부터 종일 정신없이 바빴다.
14일에 있었던 T브로드 방송의 비트로팀 취재 글과 사진을 마무리 한다고
종일 컴 앞에 비상대기 하면서도 종종 오는 전화를 붙들고 메달려야 했다.
3월에 계획했던 비트로팀의 테니스 재능기부는 개학한 지 얼마 안되는 문성중학교 학생들이
아직 수업 스케쥴이 나와 있지 않아서 서울대학교 테니스 동아리 회장에게 전화를 하여 우리
팀원들의 재능기부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일단 대학 동아리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실력이 우수한 서울대학교부터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지난번 춘천 동아리 대회에서 만난적 있는 회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너무나 좋아라했다.
요즘 서울대 동아리 학생들은 테니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3일씩
합숙 훈련을 하고 있다는데 비트로팀과 적당한 날짜를 조정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국화부 대회가 없는 날로 21일 목요일이 가장 좋겠다는 협의를 마치고 비트로 팀원들에게
카톡으로 연락을 취했다. 모두들 흔쾌하게 동참하겠다고 한다.
21일 서울대학교 코트로 오후 다섯시까지 도착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되었다.
오후에는 항공대 동아리 회장과 통화를 했다.
김태영 과장님께서 원포인트 레슨을 주선한 팀인데 4월중에 날짜를 미리 상의해서
비트로 팀원들이 항공대를 방문하여 테니스 재능기부를 하는 것으로 통화를 마쳤다.
항공대는 고양시 덕양구에 있으며 날짜는 추후 공지를 하게 될 것이다.
요즘은 숨을 몰아 쉴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이미 모두 다 등단한 시인들과 수필가들 속에서 우리나라 비평계의 권위있는
문예창작 교수의 강의를 듣는다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늘 기진맥진이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잘 견디면서 살려고 무진장 노력을 하며 발보둥치고 있다.
나도 그들처럼 5~6년 이상 강의를 들으며 노력을 하면 10년 후에는 시 하나 지어보려나?
내가 좋아하는 문정희나 황동규 시인같은 대 시인은 아니더라도 글을 제대로 읽고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머리가 온통 뒤죽박죽이다. 있는 사실을 정확하게 적는
기사를 쓰다가 사실을 사실이 아닌것처럼, 긍정을 부정하고 부정을 긍정하라는 글을 배우고 있으니
내 머리가 뒤죽박죽일 수 밖에 ...!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 시집『나는 문이다』(뿔,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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