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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들 집에 잘 들어가셨지요?
참, 군고구마 장사를 그만두었다던, 피씨방에서 밤을 샌다던 기용군도 집은 있는 것인지?
없으면 우리 집에 들어와 살면서 숯불 굽는 알바를 함이 어떨런지요?
군고구마 굽던 실력이면 다 됩니다.
전 혜정씨와 여성 전용 사우나 찾으러 30분간 길을 헤매다가
용산역 근처 찜질방에서 대충 비비적거리고 잔 후
강변역으로 부랴부랴 가서 홍천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가서
일요일 들어오는 손님 맞이하고,
마침 놀러 온 제 후배 커플한테 차 한 잔 해주고
저녁 손님들 바비큐 준비를 하고,
또 마침 강원도 속초 가다가 들린 남편 친구 커플한테 술상 차려주고
아침 식사 테이블 세팅하고
한 숨 돌리고 후기 쓰려고 까페 들어왔는데
아침부터 왕병(진짜 왕인줄 아는군요!) 걸린 미친 소설가 잠꼬대에 쓸데없이 대꾸하느라
더 세밀하고 정직한 후기를 쓸 수 있던 시간을 허비한 게
못내 마음에 걸리는군요.
2.
하여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후기를 쓰겠습니다.
이 강좌를 신청한 이유는
왜 사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만큼이나 복잡다단했습니다.
내 자신이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함과
쓰고 있던 글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함이 우선적이겠지만
그 뿐 아니라
배움의 외로움과 편협함을 벗어 던지고 싶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나와 하등 관계가 없는 사람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떠들고 싶어서.
열심히 노는 남편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남편과 아이 없이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강좌냐고 묻는다면
왜 하필 지금 남편과 결혼했냐고 묻는 것과 같겠지요.
마침 그때 그 곳에서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이런 마음에 지난 첫 강좌에서
합평 시간은 일부 나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한 편
참석하지 못했던 뒷풀이 시간에 대한 아쉬움도 남겨주었습니다.
꼭 섹스를 하지 못한 감질 맛 나는 데이트라고 할까요.^^
처음 만나서 느낀 점은 이 강좌가 일종의 <진실 게임> 같다는 것입니다.
꽃꽃이 강좌나 목공 강좌와 달리
글쓰기는 자신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를 치유하기 위함이 첫 걸음이기에
써 온 글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그의 글을 통해 어쩌면 오랜 그의 친구보다 그의 문제에 깊숙이 들어설 수 있고
그 사람에 대해 농밀하게 알 수 있기에 어느 강좌보다 인간적입니다.
그래서 처음 만났는데도 저녁 식사 때
자연스럽게 첫 대화를 틀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해줘서 고맙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강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지난 합평글들을 하나씩 읽었습니다.
고시생의 자위법.을 읽고 민지양이 특허청에서 일한다더니
혹시 변리사 준비로 고시원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냐고 물어봐야지 생각했고
즐거운 추석. 를 읽고 국병군의 고향이 시골인가. 싶기도 하고
눈물은 세상을 삼킨다.를 읽고 닉이 왜 글을 안 쓰고 싶어하는 지 어렴풋이 알 것 같고
두바이에서.를 읽고 황룡군과 죽음에 대해서 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휴식과 고양이.를 읽고 명희양의 고양이가 보고 싶다는,
그리고 우리집 아쌈양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합평이 있기도 하고 첫 강좌 때 참석하지 못했던 뒷풀이에 대한 아쉬움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까페에 남겨진 합평글들을 통해 나 혼자 형성된 친밀감 때문에
두번째 강좌는 첫 번째 보다 더 기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재미가 없었습니다.^^;;;
(재미로 모든 것을 판가름해서 죄송합니다.^^;)
분명 열심히 놀았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느끼던 그 허망함과 답답함의 정체는 무엇이던지요....
아마도 제 기대가 단지 “글 잘 쓰는 법”을 배우는데 그쳤더라면
나름 날카로운 선생의 비평을 격 주로 들을 수 있다는데 크게 만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 본인도 말했고
제 자신도 제사밥에 더 관심이 있는
진정 <감각이 살아있는 인간으로써의 만남>이 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더군요.
일단, 저 자신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제 글에 대한 합평을 받는다는 기대와 두려움에
다른 두 분의 합평글을 심도있게 읽지 않은 아주 이기적인 마음이더군요.
그저 남이 주는 것들을 받아가려고만 하는 그 이기적인 마음....
첫 번째 강좌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여서 합평 글을 꼼꼼히도 읽고
선생의 말하고 싶은 분.이라고 할 때 적극 손도 들어서 말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첫 강좌 때 많은 분들의 합평이 고만고만하고 두리뭉실한데 비해
단연 선생의 합평이 제일 길고 제일 꼼꼼하니 은근 선생의 합평만을 기대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두 번째 강좌에서 제가 다른 이에게 합평을 성의있게 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선생의 합평만을 받을 생각만 하다 보니 다른 이들이 말할 때 재미가 없더군요.
더구나 한 번 작품 휘 읽고서 왔으니 저의 타인의 합평 역시 두리뭉실할 수 밖에요.
그저 선생이 저를 지목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그렇고 그런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손을 번쩍 들어서 타인의 글에 대한 합평을 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고
그래서
그리고 역시 날카로운 합평을 해주신다고 칭찬받는 선생이 얄밉고 샘 나더군요.
기껏해야 B급 글쓰기 강사 주제에,
남의 글 평가 하기 따위는 쉽다고, 라고 말하면서도
합평 받는 글보다 더 긴 합평 글을 써오고
잘된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을 꼼꼼히 봐오는,
타인과 타인의 글에 대한 관심을
내 자신도 가졌던가 반문해봤더니 아니더군요.....
수강료를 받았으니 당연히 선생은 해야지 하는 생각부터가
수업 형태가 합평이건 일방적 강의이건
어차피 수동적인 수업인 것은 매 한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 <감각이 살아있는 인간으로써의 만남>이 되려면 이 강좌가
날카로운 합평을 해주는 선생을 칭찬해주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되고
합평.이라는 놀 자리를 만들어주었는데 신명나게 놀지 못하는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하겠더군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꼼꼼히 합평하려고 합니다.
긴장하시오.^^. 선생.
그 다음 문제는. 선생과 다른 이들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위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또 제 자신이 문제이군요.^^.
격식없고 진솔한 만남과 대화를 원하다고 해도
하얀 종이를 더욱 하얗게 보이게 만드는 형광등 밑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만이 난무하는 강의실 안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하다 보니 저는 저녁 식사 시간과 뒷풀이 시간이 더 기대가 되더군요.
그런데 두어 마디 건네고 바삐 일어나야 하는 저녁 식사 시간과
어색하게 두 패로 갈라져서 이야기하던 까페에서의 뒷풀이와
오래간만에 미성의 노래를 들어 좋긴 했지만 여전히 가고 싶지 않던 노래방까지.
모두 제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막차 시간은 지나가고 외로이 찜질방으로 가지는 못하고
사람들의 뒷꽁무니를 쫓아서
찜질방에서 몇 시간 몸을 뉘인 후 깨나니
좋은 집 나두고 왜 이불 하나 없이 이러고 있나 싶더군요.--;;
전 딱딱한 강의가 끝나고 나면
엉덩이의 말랑거림이 느껴지는 그런 비좁은 파전집에 앉아서
오징어가 들어있는 부분을 쭉쭉 찟어 먹으면서
수진씨는 왜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지, 혹시 달리기 선수였는지
재엽씨는 경영이 전공인데 하필 영화 평론을 쓰게 되었는지, 자신의 존재 상실을 느낀 적이 언제였는지
재원씨는 오빠, 엄마, 아빠가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인지, 그렇다면 왜 결혼이 절실하진 않은지,
땡감양은 같이 살아본 적이 별로 없다는 신랑과 애 결혼을 한 것인지
종두씨는 산부인과 의사로써 왜 소설쓰기를 하는 것인지,
선생은 왜 이년 저년이라고 하고, 왕자병에 걸리게 되었는지
닉은 그 나이 되도록 백수인 것 같은데 도대체 밥은 먹고 다니는 것인지.
따위를 물어보고 나 혼자만의 친밀감을 너와 나의 친밀감으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엔 까페의 의자는 참으로 독립적이고
해물 파전 따위는 없더군요.
더구나 노래방에서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렇게 하기에 28명은 너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돌이켜보니
남들 시선 아랑곳 않고 유아기 관심 유발 5단계처럼 노는 선생이나
각자 하고 싶은 데로 해. 라던 닉처럼
하지 못한 제 자신이 문제더군요.
그렇게 엉덩이 감촉을 느끼면서
해물파전을 먹고 싶었으면
누가 그렇게 해줄까. 기대하지 말고 제 자신이 그냥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점잔을 뺐던 것이지요.
단체 생활에서 나 하고 싶은 데로 하면 이기적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 패를 갈라놓아서는 안돼. 따위의 통념은 벗어 던지고
그냥 해물 파전에 술 한 잔 먹고 싶은 사람 있냐고 소리쳐 봐야 했었다는 것이지요.
아무도 없다면 조금 쪽 팔리다 생각하고 노래방 가면 미련이라도 없었을 것을.
3.
강희.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누구처럼
저 역시 재형군.이 지금 제일 생각이 나는군요.
당연히 제 스타일이기에 유부녀이건 아니건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인데다가
연구실에서 숙대 전철역까지 가는 길에 나눈 결혼에 관한 잘막한 이야기에서
아주 짧게 제가 딱, 원했던 그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던지라
유부녀라서인지, 역시 혼자 친밀감을 느꼈던 것인지
숙대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택시를 타고 집에 가버리던 재형군이 야속하더군요.
재형군. 술 한 잔 하면서 마저 이야기 하고 싶었소.ㅋㅋㅋ
4.
하지만 누구보다도 제가 가장 이 강좌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던 혜정씨.
지리산 산 자락에서 밤새 같이 술 마시다가 새벽 공기에 술이 확 깨는
그런 만남 곧 마련하리다.
5.
결국
다음 모임에 술 한 잔 거나하게 하자는 이야기입죠.
선생. 그때까지 그 몹쓸 병 따위를 다 아작 아작 씹어 먹어버리지 않으면
강좌료 다 뱉어내!
첫댓글 진정, 살아있는 후기. 팔딱팔딱.
zzz...잠자다 퍼뜩..깼다는... 그리고, 저 혜정이라구요..이혜정....ㅋㅋㅋ. 알몸도 본 사람을 그리 불르시다니..섭섭하오.-그리고. 꼭 섹스를 하지 못한 감질 맛 나는 데이트라고 할까요.^^-와 이부분... 난 맨날. 첫강좌나, 두번째 강좌나 느끼다 못해...미치겄든데...하하하~~ 역시, 당신과 나는 유부녀야..하하하
솔직하다....무섭기도 하다......글고 소현님!!(언니~) 전 땡갈이가 아니라 땡감 입니다!! 색도 퍼렇고, 맛도 떫은 '덜익은 감' 이란 뜻입죠~ 팬션에도 감나무 있나요?? ㅎㅎ
수경씨. 고마워요.^^.왜 회가 먹고 싶은 것인지..^^;; 혜정씨.분명 혜정씨라고 쓴 줄 알았는데.ㅋㅋㅋ.그나저나 유부녀라서 알 것은 아닐 걸요.ㅋㅋㅋ.이미 성숙한 남녀 집단인걸요.ㅋㅋ 땡감양.미안해요. 내가 왜 땡갈이라고 수첩에 적혀있던지..^^..너무 예쁜 땡감양. 일찍 가서 아쉬웠어요~~.근데 뭐가 무서워요.--..난 진지한 것 뿐이라고..글만.
나도 무서워. ^^
우와 죽인다 완전! 출근해서 읽고 바로 기절했음
베일까 두려우면서도 시원한 느낌 ^^
시원하게 잘 긁으셨네요~ 아 시원타!ㅋㅋㅋ
와아 시원시원한 후기네요~같이 가지 못한 점이 마구마구 아쉬워질 정도로>_<ㅋ
선생. 뭐가 무섭나. 합평 하듯이 일상을 살면 무서울 일도 없건만을.ㅋㅋㅋ.민지양..정말 듣고 싶었다고. 고시원 이야기.^^..마고양.(이렇게 불러도 모르겠습니다.^^;.) 칼 날을 좀 더 갈아보도록 하죠.^^.강희군.뭐.선생의 사랑을 듬북받으면서 간지러울게 뭐 있나.^^.선혜씨...저에게 기록이 남아있지 않군요. 다음에는 꼭 인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