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박하사탕

케이블 티비를 통해 영화 <박하사탕>을 다시 보게 된다. 배우 설경구의 뛰어난 연기력을 실감했지만 다시 보니 조연배우들도 만만치 않다. 문소리가 아마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첫 영화일 게다. 정권은 한 인간이 달려오는 열차를 맞이하며 "나 돌아갈래!" 절규하도록 처절한 파괴를 해 버렸다. 비단 영화 속의 김영호뿐만 아니다 수많은....     나는 78년 10.26을 서해안 해안부대에서 육군 상병으로 맞이했다. 5.18 광주 이야기도 당시의 신문이나 방송 그대로 믿었고 그로 인하여 새로 입대하는 학생출신 신병은 현역들을 힘들게 하는 원흉으로 미워하기도 하였다.  호남출신 장병들에게는 궁금증에 광주 이야기를 묻고 하기도 하였지만 그들은 하나 같이 입을 다물며 말을 아꼈었다.   5.18이 한 참 지나서 부대에는 광주사태진압 공로 훈장이 몇 몇 장병들에게 배급하듯이 나눠졌고 받지 못한 병사들은 아쉬워했지만 우리 부대는 광주와는 무관한 서해안 경비 부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것이 신 군부의 생색이었던 것이다.  군 생활을 하면서 장교들의 끼리끼리 수근대는 것을 엿 듣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이 전장군의 용기와 배짱을 기리는 영웅담이었다. 한 번은 이희성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우리 부대를 방문했는데 군단장, 사단장등, 부관까지 모두 별이 스물 여섯 개나 떴다. 사단장과 대대장이 신 군부의 눈에 띄기 위해 브리핑 경쟁을 하는 추한 모습이 사병의 눈에도 그대로 비쳤고 끝이 없는 그 들의 부대 자랑에 참모총장은 짜증을 내기에 이르렀다.     군을 제대하고 귀향할 때는 대통령 전두환이 이제 우리들 입에 완전히 익어 박정희가 잊혀 갈 때이다. 그맘즈음, 사회 첫 직장으로 안동에서 칠성사이다에 판매사원으로 근무하였다. 직원들은 영업소장에게 거수 경례와 명령 불복종이 불가한 군대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딴은, 중학교 입학부터 단, 일년 상급생에게도 존대를 시작했고, 말죽거리 잔혹사와 같은 장교 출신 교련교관에게 군사교육을 받은 삼 년의 고교시절이나 진짜 총을 거머쥔 군 생활 삼 년, 비슷한 정서의 직장생활, 등 우리의 성장기는 군사문화로 점철되어 살아왔다.   그러던 중에 전설적인 인물 같이 막연히 느껴지던 김영삼, 김대중씨는 신민당을 창당하여 신당바람을 일으키는 나에게도 가슴 밑바닥에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켰다. 칠성사이다를 퇴직하고 내, 장사한다고 화물, 똥차를 구입해서 풍기사과 가득 싣고 서울 가는 길에 방송국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러 도심지로 들어가니 살풍경이었다. "우에서 마구 길에 전경 더배기로?" "응...국민들이 워낙 이 정권을 싫어하니...." 나는 그 날 이후 처음으로 정권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정권의 실체에 대해서는 그저 언론에 보도되는 것 그대로 믿는 수준이었고 봉화에서 자살한 농민 장례식을 치르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카톨릭 농민회 시위를 여러 구경꾼과 같이 눈요기로 만 여겼다. 연세대 앞을 지날 때 최루탄에 맞서는 학생데모대를 먼발치에서 신기하게 보고만 있었다.    그러고는 결혼하여 서울 생활을 하면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라는 시민단체에 가입하여 혁신교수들에 의해 주로 부동산정책에 관한 학습을 받으면서 군사정권의 도덕성에 대해 가늘게나마 눈을 뜨게 되었고 이 때부터 내 사고는 左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박하사탕! 영화를 보면서 같은 시기의 내 과거를 회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