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하면 말이 되었다. 하얀 말과 검은 말이 밥상 위로 지나갔다. 밥과 나물이 말라 갔다. 엄마의 무릎에 식은땀이 맺혔다. 아버지는 했던 말들을 다시 시작했다. 또다시 말이 지나갔다. 하얀 말과 검은 말이 천장에 쌓였다. 검은 구름이 생겼다. 소나기가 내렸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이별을 반복했다.
손에 쥔 숟가락이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젓가락은 밥상 위에 질문을 만들 었다. 질문은 궁금증이 되었다. 큰 말과 작은 말은 진흙탕이 되었다. 진흙 속으로 푹푹 빠졌다. 말은 빙글빙글 돌았다. 말은 말로 그물을 만들었다.
마른 말과 축축한 말이 이불 위로 지나갔다. 엄마는 솜이불을 탁탁 때리면 서 말들을 잡았다. 바늘에 실을 꿰어 한 뼘씩 쑥쑥 잡아당겼다. 입을 닫은 것처럼 단단하게 이불을 붙잡았다. 초록색 이불 위로 엄마의 손은 나비가 되었다. 촘촘하게 날아다니면서 말을 가위로 잘랐다.
말은 크게 소리를 낼 때 힘이 생겼다. 탱자나무 울타리를 넘어갔다. 아버 지는 말로 엄마를 쿡쿡 찔렀다.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린처럼 목이 길어졌다. 밥상에서 귀를 닫고 보았다. 하얀 말과 검은 말이 겹쳐진 얼룩말 이 뛰어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