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1:1]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이라..."
복음으로 시작...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이라 -1)기쁜 소식, 2)인생의 인도, 3)내세에 대한소망.. 책의 제목으로 여겨지는 이 선언적인 문장은 마가가 본서를 기록할 때 죽음을 각오해야만 고백할 수 있었던 신앙 고백이었다. 다시 말해 이 간단한 구절은 아무 뜻 없이 상투적 표현으로 쓴 것이 아니라 철저한 목적 의식하에서 마가가 자신의 복음서의 서론격으로 자신의 책의 첫 머리에 배치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서론적 문구가 본서 전체와 연관되는 제목으로서의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세례 요한의 사역에만 국한(局限)되는 서론구인지 분명치는 않으나 아마도 마가는 행 1:21에 나오는 복음의 출발점이 '요한의 세례로부터'라는 표현에서 착안하여 세례 요한에 관한 기사의 문두에 이 같은 문구를 사용했던 것 같다.
한편 마가가 70인역(LXX)의 총 서문이라 할 수 있는 창 1:1의 '태초에'(엔 아르케)를 염두에 두고 '시작'('아르케')이라는 말로 본서 기록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적어도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한 복음의 계시(revelation)가 시작됨을 알리기 위한 의도적인 표현이라 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본 문구는 본서 전체의 제목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본서의 신적 기원을 명확히 밝히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하나님의 아들 - 바티칸 사본과 같은 대부분의 사본들에는 이 문구가 삽입되어 있으나,시내 사본에는 생략되어 있다. 이런 사본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문구가 기재되어야만 했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많은 사본들이 이를 분명히 확증하고 있다. (2) 헬라어 원문에서 볼 때 바로 앞에 나오는 두 단어 곧 '예수 그리스도'(예수 크리스투)와 같은 어미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시내 사본 필사자가 본의 아니게 본 문구를 빠뜨리고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 (3) '하나님의 아들'은 마가복음의 주요 주제로 등장한다(1:11;3:11;5:7;9:7;12:6;13:32;14:36,61;15:39). 특히 테일러(Taylor)는 이와 관련해서 언급하기를 '분명히 이 칭호는 마가의 기독론에서 가장 근본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The Gospel According to St.Mark,p.120). 실로 이 칭호는 본서의 서두와 마지막 부분(15:39)을 장식하는 대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한편 '하나님의 아들'이란 마가가 구약 신학적 배경과 당시 로마 문화적 배경을 절묘하게 융합(融合)시킨 표현으로서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관점에서 동시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먼저 구약에서 이 용어는, 보통 명사로서는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천사적 존재(창 6:1-4;욥 1:6;2:1) 또는 선택된 백성 전체(신 14:1;렘 3:19;호 1:10;11:1)를 가리켰으나, 고유 명사로 사용되었을 경우에는 유일한 메시야의 칭호로서 예수께서 섬삼위 중 제 2위 되심을 가리키는 것으로 사용되었다(삼하 7:14;시 2:7). 한편 로마인들은 위대한 인간이나 영웅을 보통 인간과는 다른 신의 아들이라고 간주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용어는 아직 유일신 메시야 사상이 정립되지 않은 이방인들에게 일단 무리 없이 예수를 소개할 수 있는 이중적 용어였다.
예수 그리스도 - 본문에 제시된 '예수 그리스도'(예수 크리스투)를 목적격으로 이해하는 학자도 있으나(Lenski) 오히려 주격으로 보아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으로 해석하는 편이 더욱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마가가 의도하는 바는 수신자들인 로마 성도들이 익히 알고 있고 또 체험했던 그 복음의 근원이 바로 예수의 생애와 관련된 사건들에 있다는 것을 선포하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 복음서 곳곳에는 그들이 복음의 역사적 근원에 대해 무심(無心)했다는 사실이 은연중에 나타나고 있다. 여하튼 위의 사실의 결론으로 본 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임을 확증할 수 있다.
여기서 '예수'는 히브리어로 '여호수아' ,'예수아' 등의 헬라식 이름으로서 '야웨는 구원이시다'라는 뜻이다(마 1:1 주석 참조). 이 이름은 예수의 사명의 요체(要諦)를 밝히며 인성(人性)을 강조하는 명칭으로서 예수께서 태어나시기 전 천사가 마리아에게 일러준 것이다(눅 1:31). 이와 더불어 '그리스도'(크리스토스)란 '기름붓다'는 뜻의 동사 '크리오'에서 파생된 명사로서 '기름부음 받은 자'를 뜻한다.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마쉬아흐'에서 '메시야'가 연유되었다(요 4:25). 이는 분명 직접적 호칭이 아니라 그리스도적 성격을 지닌 그분의 거룩한 직임(職任)을 강조한 것이며, 통상적으로 예수의 메시야성 및 그분의 신성(神性)을 나타내는 예수의 또 하나의 이름으로 불려지게 되었다(마 1:1 주석 참조).
복음 - 여기서 먼저 '복음'이란 원래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을 의미했으나, 점차 '좋은 소식' 그 자체를 뜻하게 되었다. 특히 신약에서는 이 말이 성부 하나님께서 성자 예수의 삶과 죽음 및 부활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을 베풀어 주시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마가는 바로 이 복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새로운 문학 양식, 즉 '복음'이란 유형을 창안한 것이다. 따라서 마가가 쓴 복음서의 주내용이 '케뤼그마'('선포')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혹자는 마가의 저술이 그리스도의 복된 소식을 선포라는 바로 그 복음을 내용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복음서(a Gospel)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Moul,Gospel of Mark,p.8).
실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및 부활의 사실은 복음의 근본이요, '시작'이 되며, 마가의 이 복된 메시지 속에 사도적인 선교가 지속됨을 시사하고 있다(Donald W.Burdick). 시작이라 - 헬라어 원문에서는 원래 이 말이 마가복음 제일 첫 말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 했다시피 마가는 70인역(LXX)의 서론적 문구인 창 1:1의 '태초에'(엔 아르케)를 염두에 두고 '시작' 곧 '아르케'란 말을 본서 기록의 시발점으로 삼음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한 새 역사의 시작 곧 복음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로 삼고 있다. 특히 여기 '시작'에 해당하는 헬라어 '아르케'에는 관사가 없으나 영역(英譯) 성경에는 관사 'the'(즉 the beginning)가 첨가되어 있어 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