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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서(지은이)의 말
몇 해 전, 지인의 비참한 죽음을 본 후 타인의 죽음에 대해 냉담해졌다. 그런데 그 후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됐다. 그래서였을까. 이야기마다 죽음을 먼저 떠올렸다.
가족이 아닌 타인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억울한 죽음, 모두를 슬프게 만드는 갑작스런 죽음, 죽음을 향해가는 지루한 삶의 끝에서 맞이하는 죽음, 오해가 만든 처참한 죽음…….
남겨진 사람들에게 그 죽음들은 각각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 자체도 가슴 아픈 일인데, 어떤 죽음엔 값이 매겨지는 게 세상이다. 그런 얄궂은 세상에 대한 반항으로 경호와 진영의 죽음을 맞바꾸는 발칙한 상상을 하게 됐다.(「남편이 살아있다」)
각기 다른 죽음에 대한 해석을 넘어 남겨진 사람들은 그 죽음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김도연 소설가께서 이를 사랑으로 읽어주셨다. 다행이었고 감사했다. 돌이켜보니 죽음은 사랑의 부재였다. 사랑의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은 또 다른 시련을 맞기도 한다. 희수의 아버지가 억울한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희수의 형제들은 싸우지 않아도 됐고, 어쩌면 희수는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이별의 알리바이」)
사랑의 부재를 안고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삶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밥을 먹어야 육체가 살 수 있듯, 사랑을 받아야 마음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부재 속에서 살아내기 위해 다른 사랑을 찾아야 하는 얄궂은 운명(「불편한 연애」)에 어설프기 짝이 없는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모두가 전기수처럼 죽은 연인을 따라갈 순 없으니까.
모두에게 고단한 2년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활동이 제한된 시간은 글쓰기에 좋은 시간이라 여겼지만,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 덩달아 심란해졌다.
작가이기 이전에 생활인으로 통장의 잔고가 빈약해질 때면 평정심이 흔들렸고 아들은 고3이었다. 공부를 하든 안하든 수험생은 수험생이었다.
그럼에도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는 독자 분들의 말씀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었고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고단한 시대에 독자 분들이 나에게 위로를 준 것처럼 이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두 번째 책이 나오기까지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신 선배 작가님들께 이 기회를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 당신들이 있어 조금은 덜 외롭다고.
2021년 12월
출판사 제공
책소개
사랑이라는 날실과 이별이라는 씨실로 엮은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 심현서 소설집 『사랑한다는 착각, 이별의 알리바이』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현서 소설가가 첫 소설집 『사랑한다는 착각, 이별의 알리바이』를 펴냈다.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심현서 소설가는 지난 2019년 자신의 첫 장편소설 『서른아홉살, 자야』를 펴내 문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소설집은 「사랑한다는 착각」, 「사랑할 수 없는」, 「이별의 알리바이」, 「전기수의 사랑」 등 네 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편의 제목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각각의 단편들이 다루는 서사는 다르지만,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하여 삶과 죽음을 고찰하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김도연 소설가는 발문에서 이번 심현서의 소설집에 관하여 이렇게 얘기한다.
“인간이 발명한 최악의 상품은 아마도 이성간의 사랑일 것이다. 나무들이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모양 그대로 11월이 되어가는 계절에 심현서의 소설집 『사랑한다는 착각, 이별의 알리바이』를 읽은 첫 소감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그 잎 하나 없는 나무들을 향해 청맹과니처럼 다가간다. 꿈처럼 짧은 단풍의 환영을 잡으려는 듯이. 누가 말려도 소용이 없다. 넘어진 자리에서 또 넘어지더라도 사랑이라는 것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어느 지나간 드라마의 제목처럼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기에 이 오래된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사랑이란 게 대체 무엇일까? A는 B를 바라보고 B는 C를 바라보지만 C는 A를 바라보는 순환을 멈추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쯤 와서 나는 이 발문의 첫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인간이 발명한 최고의 상품은 아마도 이성 간의 사랑일 것이다, 라고. 이유를 캐묻는다면 (「전기수의 사랑」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주모의 슬픈 고백에서 연유했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소설가 심현서도 주모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심현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주모의 자리에서 피어난 사랑의 꽃이 흐르고 흘러 지금 여기 가난한 우리들의 사랑까지 도착했다고 이 일련의 소설들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 발문의 제목을 또 어떻게 고쳐야 될까.”
그리고 마침내 김도연 소설가는 이번 소설집을 “어떤 사랑의 종말을 위한 협주곡”이라 요약한다.
그렇다면 작가 자신은 이번 소설집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심현서 소설가는 이번 소설집의 집필 배경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몇 해 전, 지인의 비참한 죽음을 본 후 타인의 죽음에 대해 냉담해졌다. 그런데 그 후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됐다. 그래서였을까. 이야기마다 죽음을 먼저 떠올렸다. 가족이 아닌 타인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억울한 죽음, 모두를 슬프게 만드는 갑작스런 죽음, 죽음을 향해가는 지루한 삶의 끝에서 맞이하는 죽음, 오해가 만든 처참한 죽음……. 남겨진 사람들에게 그 죽음들은 각각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각기 다른 죽음에 대한 해석을 넘어 남겨진 사람들은 그 죽음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사랑의 부재를 안고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내보고 싶었다.”
또한 심현서 소설가는 이번 소설집을 “사랑을 기다리거나, 이별을 준비 중인 당신에게” 바친다고 했다.
소설집 맨 처음에 박제영 시인의 시 「남녀체질백서」의 일부를 인용한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남자는 속력에서 여자는 지구력에서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남자의 속력은 종의 기원에 속하고, 여자의 지구력은 연애의 기원에 속한다”
어쩌면 작가는 사랑과 이별을 대하는 남자와 여자의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사랑과 이별이 남자의 삶과 여자의 삶을 어떻게 재구축해내는지,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마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소설집 『사랑한다는 착각, 이별의 알리바이』는 단순한 연애 소설,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번 소설집은 사랑의 넘어 이별을 넘어 마침내 “사랑이라는 날실과 이별이라는 씨실로 엮은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기다리거나, 이별을 준비 중인 당신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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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설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니 보고싶어지네요 . . 고생하셨습니다^^
심현서 소설가님의 소설집 발간을 축하 드립니다 ^^
축하드립니다. 많이 궁금하고 또 사랑많이 받길 기원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