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2월 15일 수요일 맑음
“사장님, 칡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즙 말고 또 있나요 ?”
“예 ? 왜요 ?” 송촌 건강원 사장님 눈이 동그래진다.
“지금까지 캐온 칡으로 1년 먹을 칡즙은 완료가 됐는데, 아직 더 캘 칡이 있어요. 그대로 두면 밤나무를 감고 올라가고, 산이 엉망이 돼요. 이놈의 칡이 얼마나 빨리 크는지 하루가 다르게 쭉쭉 뻗으니 무서울 정도예요. 한 100kg, 정도는 더 캐낼 수 있겠는데.....”
“예. 환을 만드는 방법은 있는데. 부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소화가 잘 안돼요. 그대로 두었다가 올 12월경부터 캐시는 게 좋을 거예요”
“예, 그럴 수밖에 없겠군요.” 이제 칡은 마무리다.
이제 칡을 캐는 방법도 알고, 재미도 붙였는데....
‘이제부터는 전지를 시작하자. 밤나무 전지하고 매실 전지를 하다 보면 겨울이 다 가겠지.’ 그다음은 밤나무 접붙이기 하고, 매실나무 황 소독, 깍지벌레 소독을 하다 보면 본격적인 농사로 접어든다.
이 생각, 저 생각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정산이다.
전지 도구를 챙겼다.
기계톱, 소형 기계톱, 전지가위, 톱, 고지톱, 휘발유, 오일, 낫 등 꼼꼼히 챙겨 싣고 불당골 꼭대기부터 시작한다.
정면으로 서당골과 안산밑이 보인다.
눈이 오고난 후부터 가보질 못했는데, 오늘 보니 눈이 다 녹아 흔적도 없다.
서당골과 안산밑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여긴 언제 오실 거예요 ? 보고 싶어요. 여기도 할 일이 많은데....” 서당골이 부른다. “안산 밑은 안 오시나요 ? 우리가 보고 싶지 않으세요 ?” 안산밑에서도 손짓한다.
‘아하, 내가 갈 곳이 저리도 많구나. 블당골 한 곳에서만 머물렀더니 내 일이 많다는 것을 잊고 살았구나. 부지런히 서둘러야 겠다’
시간이 많이 남은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밤나무 전지가 서투니 작은 나무부터 손을 대면서, 배워가면서 해야겠다.
나무전지는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다. 생각할 것이 많다.
나무를 자를 때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한 번 자르고 나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으니까....
그리고 자르다 보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손이 덜 간다.
그래서 자기 나무전지는 남을 시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구 저렇게 다 자르고 나면 밤이 몇 개나 열겠나 ?’ 생각이 들 정도가 돼야 밤풍년이 든다는데 나는 아직 그러질 못한다.
초보자니 한 번 자르고 또 보고, 또 자르고, 또 보면, 또 자를 것이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빨리 숙달이 돼야 되는데.....
오후 내내 전지를 했어야 몇 그루 안 된다.
‘내일부터는 속도를 내야겠다.’
어둑해져서 산을 내려왔는데 아직 저녁 준비가 안 됐다.
하우스에서 창의놀이 자르기가 기다리고 있다.
반원을 한참 자르다 보니
“밥 먹어” 장모님 고함 소리다.
LA 갈비에 소주까지 곁들여 있다.
‘이게 웬 횡재 ? 이쁘게 보인 것도 없는데....’
술 먹은 지 이삼 일만 지나면 술이 달다.
‘제 버릇 개 줘 ?’
첫댓글 굿😃칡 판매안해요
저도 먹어야할듯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