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30(주일) 해가 다가도록 꼭 기억해야할 것들
■ 성경말씀
여호와여 우리가 당한 것을 기억하시고 우리가 받은 치욕을 살펴보옵소서 우리의 기업이 외인들에게 우리의 집들도 이방인들에게 돌아갔나이다 우리는 아버지 없는 고아들이오며 우리의 어머니는 과부들 같으니 우리가 은을 주고 물을 마시며 값을 주고 나무들을 가져오며 우리를 뒤쫓는 자들이 우리의 목을 눌렀사오니 우리가 기진하여 쉴 수 없나이다(애5:1-5)
■ 본문묵상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을 보면 꼭 묻게 되는 새삼스런 질문이 있습니다. 독일은 패전의 대가를 분단으로 치렀는데, 일본은 왜 분단되지 않았을까? 더욱이 이상한 것은 전쟁에 진 것은 일본인데, 왜 우리나라가 분단되었을까? 우리나라가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무슨 죄를 지었나? 너무나 뻔한 답이기에 새삼스러운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뻔하기에 이런 질문을 낳은 상황을 쉽게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은 지 돌아봅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되는 것이 역사입니다.
본문은 유다 왕국의 멸망을 보면서 예레미야가 부른 애가입니다. 모든 것이 외인들에게 넘어갔고, 정신도, 신앙도 넘어갔습니다. 이것을 아버지 없는 고아, 남편 잃은 과부라고 표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 내 나라의 것은 없습니다. 물도 은을 주고, 나무도 값을 주고 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공권력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쫓김을 당하는 나라 없는 신세입니다. 이 비탄의 노래를 부른 이는 이 비참한 상황을 꼭 기억하고 치욕을 살피게 해달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이 영화는 지난 1986년에서 1991년까지 10명의 여인이 살해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것입니다. 물론 해결되지 못한 미제의 사건입니다. 결말을 짓지 못한 추리극이 이렇든 감동을 준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 미제의 살인사건을 통해 영화는 우리의 해결되지 못한 미제의 역사를 기억하게 하여 역사의식을 되찾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총을 맞은 사람은 있는데, 발포 명령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 멀리 위안부 사건, 관동 조선인 학살, 제주 4.3 사건, 최근의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겪은 역사임에도 우리의 기억을 말살하거나 왜곡되게 하는 것들이 삶 속에 널려 있습니다. 신실한 기억의 쌓임은 성실한 미래를 열어줍니다. “기억이 없으면, 윤리도 없습니다(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사실 기억이 없으면 예술, 역사 등 모든 것에 진실이 없습니다.
독일 베를린 질터 호프 호텔은 예전에 유대인연합회의 건물이었다가 히틀러에 의해 유대인 학살을 진두지휘한 본부 건물이 되었습니다. 그 호텔 앞 정류장 앞에는 학살 주범 아이히만의 얼굴과 함께 다음과 같은 유대인 랍비의 말이 써 있습니다.
“구원의 비밀은 기억에 있다.
해가 다가도록, 아니 해가 바뀌어도 꼭 기억해야할 것이 있음을….“
※ 브란덴부르크 문 :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분리되었을 때, 이 문은 분단선 역할을 했고, 이 문 옆으로 베를린 장벽이 세워졌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자 브란덴부르크 문은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 기도
주님, 우리가 당한 것을 기억하시고 우리가 받은 치욕을 살펴 보옵소서.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비참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입니다. 주님 구원의 비밀은 기억에 있음을 알게 하시어, 다시는 이런 비참함을 반복하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 구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