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성 鄕友가 보내 온 자료. 어릴 적 추억담인데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았던 어릴 적 춘궁기를 보낸 기억을 살려 적은 글인데, 정말 눈물 없이는 읽지 못할 우리 모두가 겪었던 일....그 때 그 시절에 먹었던 "배추밥" 짓는 법을 사진까지 찍어서 올렸어요. 친구들 중에는 좀 낫게 살아서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 친구도 있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친구도 있을 걸....
지독한 춘궁기에 먹었던 배추밥을 아시는지요.~~
아빠 어렸을 적에~~
춘궁기
아버지는 장리 소를 먹이신다며 외양간을 짓기로 하였습니다. 나무가 너무나 귀하던 시절이라, 집짓기는 정말 힘들었어요. 용산에서 서까래를 얹을만한 소나무 몇 그루를 몰래 베어왔습니다. 혹시라도 산림 간수에게 들키면 형사 입건되어 지서에 붙잡혀 간다고 아버지께서 그러십니다. 몰래 베어온 소나무를 뒷곁에 감추어 두고 껍질을 벗기시면서 내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부지는 옛날에 하두 배가 고파서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고 살았단다." 그런 아버지 말씀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소나무 껍질이 무슨 맛이 있을까? 그리고 그것으로 어떻게 배를 채웠을까?’ 그러나 그것은 아버지 세대의 춘궁기로 무슨 맛이 있거나 배불리 먹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냥 너무도 배가 고프니까 죽지 않으려고 먹는 목숨 부지의 수단입니다. 그런 아버지 세대의 춘궁기에다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은 우리대로의 춘궁기입니다. 삼월 말이면 삐죽삐죽 얼었다 녹은 땅을 밀고 올라오는 냉이와 꽃다지는 우리의 양식거리를 채워줍니다. 꽃다지는 국을 끓이거나 된장에 무쳐 반찬으로 먹습니다. 그렇지만, 냉이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토장국을 끓이거나 된장, 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쳐 반찬으로도 먹기도 하지만 맷돌에 간 보릿겨 개떡에 냉이 뿌리를 잘 씻어 함께 조물조물 무쳐 냉이 개떡, 냉이 버무리를 만들어 먹지요. 맛은 그리 좋지 않지만 배고픈데 대할까요? 논두렁에서 캔 메 뿌리도 우리의 끼니를 때우는데 한몫 합니다. 메는 논두렁의 땅속에 죽죽 뻗으며 뿌리로 번식하는 나팔꽃 모양의 분홍색 꽃이 피는 식물인데 그 뿌리는 호미로 캐어 깨끗이 씻어 푸성귀로 날로 먹어도 맛이 달작지근 하니 맛이 있습니다. 시루떡이나 개떡에 늙은 호박 줄기 말린 것을 넣는 것처럼 넣으면 양 늘이는 데는 그만입니다. 밥을 맛있으라고 먹나요? 배부르라고 먹지요. 우리가 자라는데 가장 지대한 공을 세운 식물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쑥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사월 초면 쑥쑥 올라와 쑥이라 이름 지었다던 쑥은 줄곧 우리의 양식이 되었습니다. 쑥버무리가 그것입니다. 연한 쑥을 칼로 캐어 씻고, 밀가루에 버무리면 쑥버무리가 되고, 보릿가루나 쌀가루에 주물럭주물럭하여 솥에 쪄내면 쑥 개떡이랍니다. “야, 이 쑥국은 언제 먹어도 좋단 말이야.” 아버지는 쑥국을 훌훌 들이키시며 맛있다고 말하시지만 나는 정말 쑥국이 싫답니다. “그게 뭐가 맛있어요? 고깃국이 맛있지?” 내가 아버지 말씀에 대꾸를 합니다. “먹기 싫으면 관둬 임마!” 아버지께서는 맛있다며 내 국까지 뺏어다 잡수십니다. 맨 쑥국은 좀 먹기 싫었지만 그래도 맷돌로 간 콩가루나 좀 넣으면 구수한 맛이 먹을 만 했습니다. 쑥은 농촌 사람들에게는 만병통치약으로도 통한답니다. “너희들 모두 이리와 봐!” 아버지는 우리 사남매를 부르십니다. 봄이면 아버지는 배탈이 잘나는 우리들에게 아버지께서는 지난해 여름에 베어 엮어서 말려 둔 쑥을 한 솥 가득히 끓여 조석으로 우리에게 쑥물을 먹이십니다. “안 먹어요. 아버지! 그거 되게 쓰잖아요.” 그렇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거역을 못합니다. 회초리를 가져다 옆에 놓고 쑥물을 먹이시니까요. 쑥물을 먹고 난 뒤 눈깔사탕이라도 하나 주시면면 좋으련만 그 눈깔사탕이 그리 흔하지 않았습니다. “물 줘요, 물!” 쑥물이 너무 써도 냉수나 한 양재기 마시는 것이 고작입니다. 쑥물은 배앓이를 자주 하는 우리들에게는 예방약이요, 앓고 난 사람에게 먹이면 입맛이 돌아오는 효험이 있습니다. 손가락을 좀 다쳐도 쑥을 찧어 붙였습니다. “얘야, 헌 난닝구 좀 찢어가지고 나오너라” 논두렁의 풀을 깎으시던 아버지께서 손을 낫으로 베셨나 봅니다. 갑오징어 뼈를 긁어 가루를 뿌리시고 그 위에 쑥을 돌로 찧어 붙이신 뒤, 헌 난닝구(런닝)를 찢어 감으십니다. 피는 금방 엉겨붙고 나오지 않습니다. “봐라, 오징어 뼈랑 쑥이 최고지.” 아버지는 당신의 상처를 헌 난닝구(런닝)를 찢어 감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오월 말이면 일찍 심은 하지감자가 달걀만큼씩 밑이 들어옵니다. 좀 이르면 오월 말에 모내기를 하고, 보통 유월 초나 아주 늦은 모는 '마냥모'라 하여 칠월 초에도 심는데, 이런 마냥 모를 심는 집은 천수답이어서 비가 와야 모른 내는 집이고, 유월 중순이 넘어가면 보통 모내기가 끝나지요. 금년은 유난히 음력 절기가 이른지라 오월 하순인데도 뒷둔지 번뎅이 모내기로 벌써 반이 넘게 물들어갑니다. “얘, 채마밭에 가서 호미로 감자 밑둥을 살살 파서 감자 한 양푼만 캐 오련?” 모내기 참 준비에 바쁜 엄마는 내게 하지감자 캐 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십니다. 땅을 잘 긁도록 생긴 벽채호미로 뿌리를 살살 긁어 큰 감자만 우선 골라 캐었습니다. “엄마! 감자 캐왔어요!” 싸리로 만든 삼태기에 반쯤 캐 들고 엄마 앞에 와 자랑을 하였습니다. “야, 우리 아들 다 자랐네. 어서 그 감자 좀 씻어라, 밥 늦어 야단이다.” 엄마는 칭찬으로 나를 돋우면서 슬그머니 일을 더 시키십니다. 나는 짚 낟가리로 가서 볏짚 한 웅큼을 빼다가 감자 껍질을 쓱쓱 문지릅니다. 그리고 물에 헹구니 감자가 어느새 하얗게 껍질이 벗겨집니다. “어이구, 우리 아들! 기특도 해라!” 엄마는 어깨를 두드리시며 칭찬해 주십니다. 감자는 춘궁기를 이겨낼 구황작물이랍니다. 구황작물이란 배고픔을 이길 작물이란 뜻입니다. 엄마는 감자 요리를 잘 하십니다. 감자를 얇게 썰어 밀가루와 함께 쪄 먹는 감자점떡, 감자가 보리쌀보다 많은 감자를 둔 감자밥, 감자를 삶아 으깨어 설탕이나 소금을 넣어 경단을 만들어 먹던 감자경단, 그리고 지난해, 호미에 긁혀 상처 난 감자와 작은감자를 물에 담가 썩혀서 녹말가루로 만든 감자떡, 그리고 녹말가루로 부침개를 부친 감자부꾸미… 특히 쪼잔한 감자들만 골라 간장에 조린 감자조림은 늘 허기진 우리들의 입맛을 돋우어 주십니다. 강원도와 인접한 우리 동네는 유난히도 감자를 많이 심었습니다. 그래서 강원도를 감자바위라 하나 봅니다. 엄마가 해 주시는 음식 중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감자점떡입니다. 감자점떡은 엄마만의 기술이십니다. “얘, 가서 막걸리 한 되만 사오너라.” “뭐 하게요, 엄마?” “니덜 감자점떡 해주려구 그런다.” “야호, 신난다.” 나는 휘파람을 불며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를 사러 지점 집으로 향합니다. 막걸리는 언제 먹어도 맛있습니다. 막걸리 심부름을 할 때면 언제나 주전자 주둥이를 입에 대고 몇 모금씩 마시고 옵니다. 엄마는 막걸리 주전자 뚜껑을 열어보십니다. “ 너 몇 모금 마셨어?” “ 안 먹었어요. 엄마…” “임마, 다 알아, 입 대구 마신 거……. ” 내가 머리를 긁적이니 엄마는 모른 척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돌아서십니다. 막걸리는 아버지껜 근사한 음료수요, 허리 아프지 않게 하는 약이고 우리들에겐 빵을 만들어주는 신기한 약품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께서 두어 사발 따라 마시고 남은 막걸리를 밀가루와 반죽하여 아랫목에 놓고 이불을 덮으니 금방 부풀어 오릅니다. “우와, 엄마 밀가루가 두배는 더 부풀었어요.” 엄마는 부푼 반죽을 가지고 부엌으로 나오셨습니다. 무쇠솥에 들기름을 두르고 감자를 넓찍 넓찍하게 썰어 깔으시더니 그 위에 발효된 밀가루 반죽을 넣어 고루 펴십니다.
“얘, 불을 너무 싸게 때면 타니까 조금씩 때거라.” 배에서는 회 곯는 소리가 ‘쭈루룩쭈루륵’ 들립니다. 솥뚜껑을 밀고 나오는 김에 풍겨나오는 냄새가 더욱 배고프게 합니다. “엄마, 다 되었나 봐요. 얼렁 꺼네세요. 불 그만 땔까요?” 우리 형제들은 배가 고파 야단법석입니다. 우리들의 성화에 못이긴 척 화덕 아궁이에 불을 긁어 넣으시며 솥뚜껑을 여시던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다 됐구나! 부엌칼 이리 내라.” 엄마는 김이 쏟아져 오르는 솥 안을 들여다보시며 피자를 자르듯 감자점떡에 칼집을 내십니다. 우리들은 감자점떡을 받아먹으려고 벌써부터 토란 잎사귀와 피마자 잎을 떼어 물에 씻어 들고 기다립니다. “옛다. 우선 아버지부터 드려라!” 엄마는 늘 아버지밖에 모르십니다. 아버지 먼저 드려라, 아버지 먼저 잡수면 먹어라. 아버지, 아버지… 우리들은 맨 보리밥만 주시면서 아버지는 쌀이 많은 밥을 맨 먼저 퍼 드립니다. 지금처럼 쌀이 귀할 철이면 우리들에겐 감자만 너댓 개씩 퍼 주시면서 아버진 보리쌀이 듬성듬성 들어 있는 밥을 드리십니다. 어머니께서 큰 나무주걱으로 떠낸 감자점떡은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밑에 깔린 감자가 노롯노롯하게 익었습니다. 피자를 썰 듯 큰 부엌칼로 썰어낸 감자점떡은 우리에겐 최고의 간식입니다. (계속)
어르신들에게 옛날 음식을 배우는 중에
제일 쉬우면서도 맛난 배추밥을 알게 되었는데요
무우밥이나 콩나물밥은 보편화 되어 있는데
배추밥은 이렇게 쉽고도 맛난 것을 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 참 궁금합니다.
올해 배추값이 비싸서 일까요.
예전에는 춘궁기에 구황식물로 많이 애용 하셨다는데요
가을에 미쳐 자라지 못한 배추들을 뜯어 두었다가
겨우내 해 먹고
또 밭에서 덜 자라고 겨울을 보낸 것들을 봄에 뜯어 이렇게 배추밥을 했다고 해요
쌀은 적고 배추를 많이 넣어서 배를 불리셨다고 합니다.
배추밥에 필요한 재료는
불린쌀과 시퍼런배추 그리고 들기름과 소금약간입니다.
양념간장은 조금있다가 가르쳐 드릴께요
배추는 시퍼런 것일 수록 더 맛있답니다.
다듬어서 이렇게 씻어
먹기에 적당한 크기로 잘라 줍니다.
그런다음 솥에다 배추를 넣고 들기름을 좀 넣어 준 다음 달달 볶습니다.
이 때 소금을 아주 조금 넣는 둥 마는 둥 넣어 줍니다.
다 볶아 졌으면 이렇게 쌀을 넣고 물을 맞추어 줍니다.
쌀도 불었고 배추에서 물이 나올 것이므로 보통 밥하는 것보다 훨씬 적게 넣어 줍니다
저는 지금 12명 분을 하고 있습니다.
쌀의 양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나물밥을 할 경우에 어른은 80그람
어린이는 60그람을 하면 되요
보통의 경우 많은 밥을 할 때도 어른 100그람을 기준하면 어디서 무엇을 해도
밥의 양을 조절 할 수가 있지요
배추는 나물을 좋아하면 더 많이 넣고 그렇지 않으면 덜 넣으면 되니까
내 맘대로에요
전기밥솥에다 해도 되요~
그런다음 뚜껑을 덮고 밥을 하면 됩니다.
압력솥에는 하지 마세요 배추가 너무 푹 익어 버리니까....
밥을 하는 동안 비벼 먹을 양념장을 만듭니다.
사진이 이쁘게 안 나왔네요
간장은 집간장과 진간장을 1-1비율로 넣고 고추가루, 다진파, 다진마늘, 깨소금 참기름 약간을
넣어 만들면 됩니다.
밥은 보통밥과 똑 같이 하면 되구요
이제 밥이 다 되었습니다.
다 된 밥을 이제 골고루 섞어서 양념 간장에 비벼 먹으면 된답니다.
모여 앉아 옛이야기 하며 한그릇씩 뚝딱 해 치웠는데요
소화도 잘 되고 정말로 먹어 본 중에 제일로 맛난 음식 이었습니다.
님들도 배추밥 해 드셔 보세요.
*장리 소 : 남의 집에서 송아지를 한 마리 가져다가 길러, 그 송아지가 어미소가 되어 새끼를 낳으면 새끼 송아지 1마리는 자기 것이 되고 어미 소는 주인에게 되돌려 주는 일. 부잣집에서는 송아지 1마리를 주었는데 어미소 1마리를 되돌려 받으니 땅집고 헤엄치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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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 때 구황음식이 지금은 별미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