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은 내게 좀 색다른 시간들이었다. 좀 늦긴 했지만, 모양만 스마트폰 흉내를 내고 있던 휴대폰을 버리고 아이폰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는데 스마트폰이 왜 필요해란'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간 모든 작업은 집의 데스크톱을 주로 사용했다. 블로그를 비롯 트위터 까지도 유선 컴퓨터를 통해 접속했다. 사실 트위터는 스마트폰에서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트위터엔 올 초에 가입했지만, 저런걸 왜 하나? 란 의문이 들긴 했다. 아이폰과 함께 한 일주일 동안 내 생활엔 어떤 변화가 생겼다. 하루종일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문서편집이란 생산적인 작업은 제외하고 말이다. 일주일간 집의 전기요금을 많이 아꼈을 것 같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내게 주는 어떤 느낌은 단순히 그런 것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매순간 네트워크와 연결 돼 있고, 그 네트워크에 역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예를 들면 고정된 컴퓨터에 앉고, 전원을 연결하고, 컴퓨터를 켜고, 부팅을 기다리고, 익스플로러를 여는 그런 과정이 생략되는 것은 시간과 전기세를 절약한다는 차원을 넘어, 오랜시간 인터넷을 사용했던 나에게 묘한 역동성과 신비감을 불어넣었다. 스마트폰이 불러온 생활의 변화를 소위 `혁명'이란 무시무시한 단어로 불러야했던 이유를 지난 일주일 동안 절감했다.
<아이폰 주제별 폴더로 정리>
아이폰과 함께 산 일주일은 대강 이런 것이었다. 유선 전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간적으로 지인들과 채팅을 할 수 있다. 복잡한 절차없이 모바일 뱅킹을 통해 은행업무를 처리했고,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고 주문된 책의 배송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내 주위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위치를 검색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지도 검색을 통해 현재 위치를 불러오고 주변의 편의시설을 검색한다. 차량 운전중 반경 몇 킬로미터 내의 주유소를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할 수 있었다. 나의 블러그 업데이트를 검색하고, 다른 블러그를 방문했다. 앱스토어에서 많은 무료 앱을 받아, 아이폰 바탕화면에 폴더를 형성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해 정리했고, `어셈노트'는 그 필요성에 유료로 구입을 결정했다. 일단 신용카드가 없어, 앱스토어 미국 계정을 만들고 기프트카드로 구입해 설치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그간 별 유용성을 발견하지 못했던 트위터의 활용이다. 처음 트위터가 140자로 제한을 두는 문자 메세지 서비스로 알고만 있었는데, 이 트위터의 활용은 아이폰 생활에 가장 중요한 한 분야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트위터는 무의미하게 수다나 떠는 곳이 아니라, 정보를 생성하고 교환하고 질문을 나누고 조언하는 거대한 지구적인 소통 공간이었다.
동영상,사진,문자를 통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세상 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 타임라인에 올라온 사람들은 예외가 없다. 정치인, 연예인, 작가, 경제인, 사회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타임라인 안에서 순간적으로 소통하고,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정보를 나누는 일은 트위터만이 해낼 수 있는 놀라운 일이었다. 이렇게 아이폰을 제대로 쓰기까진 공부가 필요했고, 첫 일주일 동안 내 스마트 폰 활용 지식을 급상승 시켜준 책 한 권을 열독했다. 공병호의 <모바일 혁명>이란 책이다.
이 책은 스마트폰의 대표주자 아이폰과 요즘 한국에 출시돼 새로운 미디어 기기로 주목받는 아이패드, 트위터, RSS 활용법, 등을 주로 다룬다. 모바일 기기들의 사용법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서 실용적인 활용도가 높은 책이다. 그러나, 책의 전반부에는 저자가 스마트 폰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담고 있고, 모바일 혁명이 몰고올 변화에 사용자가 어떻게 대처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싣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는데, 아이폰의 활용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간 그 유용성을 알고 있었으나 활용하지 못한 RSS 활용법의 예시나 야후의 플리커와 구글의 피카사를 통해 무한한 사진 정보의 소통 공간을 확인하고 적극 활용하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저자 공병호는 정보통신 관련 전문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아이폰으로 눈을 뜨고, 아이폰과 함께 침대에 가고, 아이폰 없이는 잠시도 생활할 수 없는 상태'라고 자신의 모바일 생활을 들춰보인다. 독자들은 아마도 저자의 아이폰 생활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더 쉽게 이 책을 활용할 수 있을 듯 하다. 저자는 우리가 모바일 라이프에 동참해야 할 이유를 몇가지 들고 있다. 첫째,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뒤쳐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을 내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단순히 옛것이 좋기 때문에 고집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게으름은 모바일 혁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둘째, 저자도 언급했듯이 아이폰은 중독 가능성이 높은 기계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엔 빠져들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우리가 아이폰이란 기계 자체에 열광하는 것이 아님을 알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것을 생활에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 그걸 통해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더 높이는가? 하는 문제는 중독과 활용을 가르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일독후에 완전하게는 아닐지라도 아이폰을 생활속에 활용하는데, 기본적인 교두보는 마련했다는 생각이 든다.
10여년 전 인터넷이 자리잡아 가던 시기엔 이상한 대회들이 있었다.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오직 인터넷으로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를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유치한 대회 같단 생각이 들긴한다. 인터넷에 대한 사람들의 호들갑도 한몫 했을 듯 하다. 인터넷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인터넷으로 은행일을 보고,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그래서 사람은 한달간 외부 출입없이 잘 살 수 있었다는 것이, 이 대회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굳이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저 정도 일이면 전화로도 모두 가능하다. 전화로 음식을 시켜먹으면 굶을 일도 없고, 은행일 정도야 텔레뱅킹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런 대회를 연 이유란 그 시절 인터넷이란 신매체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가? 를 보여주고자 한 의미로 해석된다. 이제 10여년이 또 지난 지금 사람들앞에 등장한 모바일 기기가 가져올 변화는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인터넷이 고정된 좌석의 컴퓨터에 앉는 순간, 한 개인이 네트워크에 연결됨을 의미한다면 아이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제 사람들은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고정성,불편함,편의성,활용성 모두를 극복하고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단 한순간도 네트워크에서 떨어져 있지 않다. 당신의 휴대폰이 켜져 있듯이, 네트워크에 당신은 항상 연결돼 있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진정한 네트워크의 주민이 된 것이다. 이 보이지 않는 힘이 사람의 가치를 몇 배는 상승시킬 것이다. 손안에 세계가 담겨 있는 것이고, 그 안엔 모바일 기기를 쓰는 사람들이 살아 있다. 이것은 인터넷이 빠르게 진화한 결과다. 그 진화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다윈의 진화론은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은 선택 받아 융성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종은 퇴화 한다는 이론이다. 지금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진화와 퇴화 가운데 하나의 선택을 종용하는 듯 보인다. 우리에게 지금 불고 있는 이 모바일 혁명에 잘 대처하는 사람들은 남보다 더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발명품들은 언제나 보편적인 상용화의 길을 걷는다. 곧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트위터는 우리의 분명한 미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먼저 잘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에 잘 응용했던 사람들은 그 미래엔 몇 발자국 앞서 걸을 수 있다. 모바일 혁명이 손안의 오락기가 되느냐, 아니면 생활의 가치를 업그레드 시키는 요술 방망이가 되느냐, 는 언제나 사용자의 선택과 활용에 달려 있다.
공병호 박사의 모바일 혁명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