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북상한 15호 태풍 '볼라벤'으로 전국에서 수십명이 부상당하거나 실종·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태풍, 지진 같은 자연재해와 화재, 교통사고 등의 사고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 같은 약자들에게 이 같은 사고들은 더욱 치명적이라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동작에 있는 보라매안전체험관은 안전 사고를 미리 경험해보고 예방책 등을 배울 수 있어 어린이들의 체험 학습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 체험 학습을 하러 온 일산 모당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을 따라 보라매안전체험관을 둘러봤다.
◇최첨단 시설 갖춘 안전체험학습장
"와! 우리 여기서 체험하는 거예요?" 보라매안전체험관 앞에 선 모당초 어린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청난 크기의 최신식 건물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개관한 보라매안전체험관은 재난 대처 능력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여러가지 프로그램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어린이들은 가지고 있는 물품들을 하나하나 사물함에 넣었다. 화재, 지진, 태풍 등을 체험하기 때문에 소지품 파손의 위험을 미리 막기 위한 것이다. 오리엔테이션홀에서 간략한 체험 일정을 소개받은 어린이들은 곧바로 자연 재난 체험 코스로 이동했다.
어린이들은 5분에 걸쳐 아이티 지진과 일본 고베 지진 등 세계 최악의 지진 피해 사례를 영상으로 관람했다. 영상이 종료되고 나서는 담당 소방관이 직접 나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모든 설명이 끝나고 조별로 지진 체험이 시작됐다. 체험을 위해 대기하는 어린이들은 긴장한 듯 얼어 있었다. 지진 체험관에서는 리히터 규모 7.0에서 실내는 어떤 상태인지를 직접 겪어보고, 붕괴하는 건물에서는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를 체험할 수 있다. 체험을 위해 체험장에 들어간 어린이들이 자리를 잡자, 순식간에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은 식탁 아래로 몸을 피하거나, 주변의 사물을 잡고 버티며 가상의 지진을 느낄 수 있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온 박찬영(6년)군은 "TV로만 보던 지진을 직접 겪어보니 무서웠다. 하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두렵진 않다"고 귀띔했다.
- 어린이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지진 대비 훈련을 받고 있다.
- 리히터 7.0의 모의지진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한 곳에 피해있는 모습.
- 태풍체험관에서 풍속 30㎧의 강풍을 체험하는 어린이들.
◇체험 통해 각종 재난 위험 느낄 수 있어
지진 체험을 마친 어린이들은 옆에 있는 태풍 체험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은 최고 30㎧의 강풍을 통해 태풍의 위력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 많은 피해를 줬던 태풍들에 관한 영상을 시청한 어린이들은 태풍 체험관으로 들어가 체험을 시작했다. 정적이 흐르던 몇 초가 지나자 강력한 바람이 양쪽 벽면에서 나왔다. 모자가 벗겨진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걷다가 휘청거리는 어린이도 있었다. 김성제(6년) 군은 "내가 진짜 날아가진 않을까 걱정했다. 실제 태풍은 이보다 더 강하다고 하니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연 재난 체험을 모두 마친 어린이들은 화재 체험관과 교통사고 체험관이 있는 인적 재난 체험 코스로 이동했다. "불이야!" 화재 경고등이 켜지고, 실내에 있던 어린이들이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왔다.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를 체험 중이었다. 실제 건물을 재현해 놓은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소방관의 지시에 따라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어린이들은 소화기 실습장에서 소화기를 직접 뿌려보기도 했다.
- 재난 관련 4D 애니메이션을 관람 중인 어린이들.
◇실제 같은 4D 애니메이션
교통사고 체험관으로 이동한 어린이들은 일제히 모형 버스에 탑승했다. 모형 버스 앞 화면에는 가상의 도로가 펼쳐져 있었다. 담당 소방관의 지시에 어린이들은 안전띠를 착용했다. 실제로 버스가 운행되듯이 버스 앞 화면에 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곧 여러 위험 상황이 재연됐다. 버스가 급정거하는가 하면, 앞차와 충돌하기도 했다. 안전띠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한 교통사고 모의 체험 중 하나다. 이외에도 이곳에선 사고현장 응급처치 등을 해볼 수 있다.
어린이들은 마지막 체험관인 지하철 사고 체험관으로 이동했다. 모의 지하철역인 '체험관역'에는 실제와 똑같이 생긴 지하철이 준비돼 있었다. 이 안에서 어린이들은 사고 시 비상탈출법과 방독면 착용 방법에 대한 실습을 했다. 모든 체험이 끝나고 어린이들은 4D 영상관으로 향했다. 특수 안경을 낀 어린이들은 쇼핑센터 붕괴 사고를 재연한 11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안전 의식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중간중간 물과 바람 등이 나와 실제 사고 현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관람을 끝으로 1시간 30분이 소요된 보라매안전체험관 체험 학습이 마무리됐다. 이날 체험 학습에 참여한 모당초 6학년 어린이들은 한결같이 "각종 안전사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는데, 오늘 체험 학습을 통해 많은 걸 배우게 됐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