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케이팝(K-팝) 열풍이 불고 있다. 도쿄에서, 베이징에서, 방콕에서, 그리고 파리에서, 런던에서, 뉴욕에서 케이팝은 새로운 글로벌 팝으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과 인터넷 미디어는 케이팝이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아이콘이라고 떠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얼마나 케이팝을 알고 있을까? 케이팝은 어떤 조건 속에서 글로벌 팝으로 각광을 받고 있을까? 케이팝의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 케이팝은 과연 실체가 있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케이팝은 케이팝이 아니다. 케이팝은 아이돌들의 음악만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케이팝의 외부와 내부는 단절되어 있다. 해외 케이팝 팬들과 국내 음악팬들이 케이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케이팝은 마치 무노조 신화로 글로벌 기업으로 등극한 삼성과도 같다. 아이돌 그룹들은 열심히 노력해 글로벌 스타가 되었지만, 정작 자신들의 고민과 고통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창구가 봉쇄되어 있다. 노조 없는 글로벌 기업 삼성처럼, 케이팝도 자유가 없는 무한 경쟁의 글로벌 팝이다.
케이팝의 글로벌 열풍은 분명 존재하는 사실이지만 미디어에 의해 과장되어 있다. 왜 그런가? 미디어들이 연예제작사와 공모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2010년에 있었던 SM Town Live in LA를 취재하기 위해 20여개의 한국 언론사가 취재에 동참했다. 물론 모든 경비는 SM에서 부담했다. 공연 다음날 공짜로 취재한 미디어들이 일제히 케이팝을 찬양 기사를 쏟아냈고, 이 덕분에 SM의 최대주주 이수만의 주식은 순식간에 60여억 원가량 올랐다. 이수만의 주식가치는 현재 2000억 원이 넘고, 작년 말에 코스닥에 상장한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양현석의 주식 시가는 1400억 원대다. 2011년 SM Town Live in Paris에는 한국관광공사가 3억 원을 지원했다. 케이팝은 언론과 정부의 집중지원을 받으며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케이팝은 10대에서 20대 아이돌 팝을 좋아하는 글로벌 팬들이 만든 초국적 현상이다. 음악적으로 실력이 검증되었다기보다는 현재 세계 팝음악 시장에서 사라진 아이돌 팝의 공백기를 메우면서 대박이 난 것이다. 케이팝의 음악은 현재 미국의 팝음악의 트랜드를 참고하면서 탁월한 댄스실력을 가미해 특이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고, 제3세계 음악시장은 다시 케이팝을 모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 탄생에 큰 역할을 하고, 서적 <아이돌> 등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에 진지한 접근을 해 온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케이팝을 설명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이 연재는 케이팝의 겉과 속, 외면과 내면, 음악과 산업, 생산과 소비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 이 연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총 열 개의 꼭지(예정)를 들고 독자 여러분을 찾을 예정이다. 그 첫 번째 토픽은 케이팝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JYJ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