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딸 이름이기도 함)가 제법 자리를 잡았어요.
정원에 들어갈 소재들이사 널려 있고 다양해도 막상 쓰려니
드는 장비와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포크레인 같은 장비가 더는 마당에 못 들어오므로 내 가슴으로 들어올릴
고만고만한 거 아니면 더는 낼 욕심이 아닌거죠.
새벽안개는 기대했던 대로 천태산과 개천산을 무대로 '천변만화'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제게 지난 시름을 잊으라! 힘든 기억들을 다독이며 지우고 덮어줍니다. 도담마을의 첫 풍경은 역시 안개였습니다.
어둠은 별만 남겨놓고 모두 제 없는 자리로 돌아가버리니 저도 가끔은 거실과 정원등을 모두 꺼버리고
가족들과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지요.
어제는 딸애의 친구 내외가 밤에 소쩍새처럼 날아와 쑥쓰럽고 부끄러워 내게 인사도 못 하고
커피를 내린다 자리를 깐다 요를 덮는다 하여 시멘트 길 위에 누워서 별을 바라보았답니다.
이 젊은 부부는 얼마나 예쁜지 안으로 들어오면 내가 선물을 주겠다 꼬셨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열 두시 까지
앉아 기대며 서서 거닐며 누워 말하며 우정을 나누다 갔다지요.
요새는 역시 밤의 별, 새벽 안개, 아침은 초가을의 맑게 기운 빛살입니다.
난 낮에는 직장에서 쉬고 저물녘이면 돌아와 모기처럼 앵앵거리며 뜰에 블럭을 깝니다
위 그림은 출근길을 짓쳐 내려가는 길목에 큰 걸음으로 다가오는 풍경홥니다.
엔간히 공사가 끝이 나면 띄우겠다 싶었던 이 글이 꼬마애들처럼 안달이더니
오늘은 입이 다 근질근질한 모양입니다.^^
뭐냐구요?ㅋ 모기 말입니다 모기.
이곳에 집을 짓고 이사를 하겠다던 첫처음에 넌즈시 기대도 했던 것이
이쁜 바람과 텅 빈 모기였지만 또 은근히 걱정도 되었던 것은
낙뢰나 아내와 딸이 걱정할지도 모르는 산짐승 같은 거 아니었겠습니까?
낙뢰는 내가 조금 무서워하는 물건이라 동산의 중앙인 우리 집에 거 뭣인가하면
낙뢰를 받아서 접지하는 피뢰침 방식이 아닌 낙뢰를 지가 알아서 비켜가는 방식의 피뢰침?을
몇 군데 지불할 궁리도 했던 거죠.
딸은 노루나 고라니를 만나도 반갑고, 고양이나 생쥐마저 귀여워할 줄 아는 김진수의 적자임이 분명했습니다.
걱정을 접었죠. 제 아내도 지난 16년 전원생활에서 나와 달빛길을 다 외웠기 때문에
이곳 뒷길도 옆길도 앞길도 다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자세를 바꿔 대신 낙차가 있는 마당의 물줄기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꽤 골똘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마당의 기울기를 다시 맞추는 삽질과
연못에 치중하여 양쪽으로 내보내는 물매까지 말이죠. 이를 위해선 마당 군데군데에 두둑한
작은동산을 분획하고 잔디와의 경계를 나누며 잡초도 덜 나고 조경도 되며
언제든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낼 생각. 역시 최소의 비용으로 쉽게 마무리하는!
중고 블럭을 구하다가 그냥 새것으로 물경 8 파레트의 점토바닥벽돌을 샀죠.
예술가의 손이사 직육면체의 단순한 재료가 만족스러울리 없지만 가장 손쉽고
공원분위기의 깔끔형으로야 딱히 저 점토를 따를 물건은 보이지 않았습죠.
동산을 빙 둘러서 길을 내면 연못도 잔디구역도 조금 위도 조금 아래도
딱딱 절곡지거나 꺾여 ㅋ 여간 예뻐졌어요.^^(자화자찬 형 쑥스러운 미소임)
지형의 높낮이를 고대로 반영한 한 단씩의 계단처리는 직선형의 단조로움을 재미로움으로 바꾸고
화단에 두르는 서투른 몇 돌멩이로야 잽이 안 되는 격을 경계블럭이 대신합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박아놓은 말뚝은 네 개의 블럭을 그냥 에워서 세웠을 뿐인데
단아한 문장처럼, 모서리나 계단의 끝을 마감하는 '매듭'을 잘 살려주었습니다.
그뿐입니까 저 화단 모서리 쯤의 화분 아래는 또 하나의 화분이 있는데 자갈로 재갈을 물렸죠.
이것의 아래 구멍으로는 둥근 주름관이 올라와 있어 물이 고이면 넘쳐서 관을 타고 아래쪽으로 빠지게
해 놓았단 말입니다. 큰 비에 보니 예상했던 대로 화단의 기울기따라 물이 쪽쪽 잘도 빠지데요.
'말뚝'은 위에서 저렇게 정 사각의 모양이 아니면 모두 별루였습니다. 혹 더 멋지게 하려면 시멘트를 써서
층을 올리거나 다른 기교를 낼 수 있지만 집주인의 맛은 아닌고로..
점토질의 이 블럭은 시멘트질의 보도블럭과는 사뭇 비교되는 사람 살결의 살가운 미감이 있어요.
이 길의 바닥 우측으로는 블럭 한 개 폭의 수로도 냈답니다. 큰 물은 아니지만 열어보면
네모 반듯한 수로가 참 귀엽죠. 이 수로도 상단 집터의 표토수와 잔디로 흐르는 어린 물이 술술술 잘 빠진답니다.
점토벽돌은 흙이 구워진 맛의 붉은 황톳빛이라 보기보다 시원합니다.
가격도 굳이 말하자면 까는 면적 대비 콘크리트의 시공비와 맞먹는 정도이니 제법 잘 선택했다는 생각.
이 가을을 고비로 마당도 마무리 하고 갤러리도 끄트머리는 대강 내 손에게 미루며 마감할 생각입니다.
아, 개미도 아니고 거미도 아니고 바퀴나 집게벌레도 아닌 모기는 오데로 갔냐그요???
^^ 저물녘에 딱 30~40분을 풍미하고 감쪽같이 사라지는 신사 모기 말씀이죠?
난 생전에 이런 모긴 처음입니다. 착한 모기, 큰 모기, 시끄런 모기, 무서운 모기가
깡패처럼 열 댓마리 몰려다니면서 앵앵거리다 사라지면 그러니까 8시 근방 이후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
깍두기 모기, 잠꾸러기 모기, 멋쟁이 모기!!! 벗들 모임 때도 별루더니 가족 모임에서는 밤 1시까지 한방도 물리지 않았으니
이 언덕이 어쩌겠습니까. 상장을 읽어줄 수도 없고 웅덩이를 모른 체 멕여 살릴 수도 없고,
혹 나중에 이 녀석들의 맴과 습관이 변할까봐 지레 마음 조리기도 그렇고.
벗들이 밤에 나와 뭘 궈 먹더라도 이렇게 쉬울 수가 없습니다. 믿기지 않으면 밤에 몰래 오셔서 함 놀아보세요.
지난 밤 딸애의 친구 셋이 모기 없는 숲을 어떻게 느꼈을까요. 준 것 없이 뿌듯한 이것이 선물 아니고 뭐겠습니까?^^
하늘의 별만 모기처럼 많고, 땅의 모기는 정작 별처럼 고요만 하답니다글쎄~~!
첫댓글 '난 낮에는 직장에서 쉬고 저물녘이면 돌아와 모기처럼 앵앵거리며 뜰에 블럭을 깝니다'
쉿! 이런 말은 우리끼리만 알아야 한다니까요.
천지분간 못하고 날 뛰는 국*원 어떤 년놈이 또 엇다대고 댓글질해서
우리 선생님 월급을 줘야하네 어쩌네 들었다 놨다 하면 안되니까네.
ㅎㅎ 모기는 도담에만 없는 게 아녀요.
오늘 나주시내 수변공원에서 음악회 하는데 모기 한마리 없다고 나주시장이 얼마나 공치사를 하던지...
나주가 깨끗해져서 그런다나 어쩐다나...
가당찮은 말씀...날씨는 무덥지, 모처럼 까놓은 알은 장마가 휩쓸어 가지...그래서 모기가 없다나 어쩐다나...
ㅎㅎ암튼 우리 선생님 모기가 성가시게 안 한다니 고맙네요.
내가 직장에서 쉬는 것은 손발과 허리어깨로써 국개으원이 따질 이빨이 아니지요. 모기는, 나와 함께 업소에 나가 열심히 뛰고 시간 되면 야간학교에 돌아가 머리를 싸매는 주경야독의 도담모기라야 해요. 모기도 고맙고 그 모기 칭찬해주는 양순씨도 고마워요.^^
아/ 지난 번 저희가 방문한 한여름때보다 정원이 많이 정리가 된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앞 풍경이 워낙 불랙홀처럼 시각을 빨아들이고있으니, 진수님이 공들인 정원이 티가 날지 걱정이 앞섭니다. 암튼, 이 선경을 늘 보시니 마음 여유로우실것같아 많이 부럽습니다. 오늘도 음악속에 빠져 놀다가 여기저기 뒤적여 사진도 퍼가고 죄많이 짓고 갑니다.
다녀가신 곳이라 이 풍광을 아시죠? 적당한 높이와 원경의 큰 산이 연출하는 공간의 힘... 죄 많이 짓는다니요. 편히 잘 쓰세요. 제가 그린 그림작품이나 혹 내것이라고 우길까 이런 보통의 사진 정도야! 카페 문을 여시는 공예가님의 고마운 문고리만으로도 만족해요.
좋아요.. 도담팰리스^^
은우근교수님 부부의 초대를 받아 어제 점심을 먹었네. 다른 이들은 많이 아는데 나만 잘 몰랐던 분 같아. 어디를 그리 멀리 휘돌다 이제야 도암에서 만나게 되었냐 서로 물으며 담시가 좋아했다는 그 담 너머가 보이는 화장실 곁에서 차를 마셨네.
역시 흙을 그대로 구운 것이 멋지게 보입니다. 이리저리 궁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응.. 역시 흙이 좋아. 내년부턴 약초들을 앉혀야겠는데 더러 워데서 좋은 종자 있다 들으면 말해주게. 바쁘다보니 자네 공방도 꽤 오래 되었군.
김진수샘. 업무가 좀 재미없다 하면 으레 들리는 곳이 여기 카페에요. 맨날 감상하고, 감탄하고 부러워하고 가다가 오늘은 쪼끔 양심이 캥겨서 인사올려요. 저도 장흥에다가 자리 좀 잡아볼까 했었는데 뜻데로 되지 않아요. 임기는 끝나가고 또 도시의 아파트 숲을 찾아가야 하는가 생각하고 있어요. 샘의 손과 마음과 그 모든 것들이 창조주인 모양이에요. 샘이 만지면 다 작품이 되고 이뻐지니 말이에요. 참으로 부럽고 존경스러운 대목입니다. 언젠가 찾아가 뵙는 기회 주세요~~~
누오님... 가운데 '오'자를 떼어버릴까요?^^ 오늘 아침은 두 번 행복합니다. 내 도움에 몸이 좋아졌다는 '누님' 나이의 서울 소식을 시작으로, 첫처음의 덧글로도 오랜 지기처럼 징검돌을 놓고 계셨다니 제가 참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건강상 제게 관심을 보내는 분들 가운데는 깍쟁이처럼 카페는 모르쇠인 분들이 많죠. 그러면 어떨 땐 조금 서운하기도 해요. 대교형인 거죠. 난 징검다리가 더 좋은데... 카페는 제게 그런 곳입니다. 추석 쇠고 제 집에 놀러오세요. 아직 집이 모양만 내고 있는 단계지만 봄이 오면 꽃 심느라 눈깔이 자갈처럼 굴러다닐 거예요.^^ 한 삼년 흘러야 예뻐질겁니다만...(010-5616-7691) 감사합니다 누오님
누오님은 샘도 아마 알랑가 싶은 목포의 모 변호사가 붙혀준 이름이에요. 우리말 고어에 누님을 누오님이라고 부른다든가 하면서... 우선은 누오님의 '님' 자가 쬐금 챙피시러워서 빼고 있는 중이구요. 아예 이 참에 오자도 빼버리면 '누~' 가 되는데 어떨지? 예쁜 집 보는거야 요즈음 전원주택마냥 가꾸어 놓은 카페에 가면 많이 있습디다. 나는 우리들의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 마법의 손과 마음이 보고 싶은거지요^^ 자신이 태어나서 이 세상에 독이 되지 않고 돌맹이 하나라도 제 자리에서 '존재감' 한껏 느끼게 했다면 그것으로 태어난 값은 한게 아닐까 요즈음 저는 그런 소원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허락은 받아 놓은 거이고...^^ 언제 바람결에 한번 들릴께요~
ㅋ.. 누오님이 교육장님인지 몰랐시요.^^ 야릇하여 다시 보니 (lidia). 아르헨티나에서부터 그리운 이름이었는데 바뀐 걸 몰랐어요. 누, 어머니 다음으로 기분 좋은 이름! 샘... 동시대 손들이 뜨거워 아침햇살처럼 행복했던 날들이 으악 저물어가요. 사진발이라 실망하시겠지만 제 조경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문제죠. 그냥 살자니 서러워 꼼지락거리는 수준. 언능 끝내고 그림 그리고 싶어요. 제 아직도 날라운 감성이 민중시대 이후짜리로 새출발을 약속해 주었거든요. 누오님 같은 격려가 꼭 필요하오니 살려주시와요. 지금은 공사중, 추석 지나고 ㅋ 위 전화번호로 바람불어주세염~~!
옵빠는 참말로 예술가여요. 천상이라니까... ^^ 나도 좀 배워얄 텐데,
왜이리 게을러터졌는지 우리집 뜰은 정원도 아니고 그저 잡풀 숲...
새 터전 마련하면 그땐 정말 예술가 동생처럼 해봐야것어요.(과연 그렇게 될까? 나도 못 믿겠지만...)
어쨌든 나중에 코치 좀 부탁해욤. ㅎㅎ
ㅎ 조경 재료와 장비, 소나무와 분재, 수석들이 연출하는 정원이라야 예술이지. 내 마당은 김양순기자님의 눈이 '사진발' 정도로 보았던 아심찮은 수준! 집 짓고 남은 돌멩이들의 '연못'이나 줏어온 깨진 기왓장들의 '장독대', 맨손으로도 까는 저렴한 점토벽돌, 고르고 또 고르는 자갈들, 아스팔트슁글로 덮은 판넬형 안채와 역시 골강판과 유리질 몇 장으로 외장한 갤러리... 그니까 겨우 '실용'의 깜냥이지. 여기까지만도 얼마나 낑낑댄 날밤이었는지!! 그래도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으쓱해. 내가 이런 일을 참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워낙 쓰기에만 바쁜 일이었으니 언능 내 소싯적 본령의 그림쟁이로 일어나야겠어. 반대급부...
정원은 머니머니 해도 머니가 최고지. 하지만 주어진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꽤 멋지게 다그칠 수 있을거야. 한번 실행한 일을 덧대거나 되돌리는 것이 어렵제 시간을 두고 묻고 답하다 보면 그만큼 더 예뻐지지. 또 시도했다가 이영 신이 안 나면 삽을 내동댕이치고. 난 잡초한테 시간 뺏기는 거, 다듬어 놓은 정원이 눈에 거슬러 마음 뻇기는 거 그런 거 줄여서 거시기 약과 책과 그림과 시가 되려하니 저런 식으로 하는 것이야. 매제가 고생하는 곡성으로 달려가고 싶네. 공간도 보고 싶고, 땜질 기계나 기술도 좀 배우고 싶어... 아무래도 이참에 땜질을 배워야겠어. 요새 동생이 혼자라 넘 심심하겠다~~
나는요, 분재, 소나무, 수석, 석물... 이런 것들이 연출하는 정원에는 썩 땡기질 않아요.
잡풀숲만 면한 자연스런 정원 정도가 좋고...
오빠의 정원은, 오빠로선 머니 땜에(^^) 많이 자제했겠지만,
그림 같은 돌멩이들로 아름다운 연못, 아귀가 딱딱 맞게 배열된 벽돌길, 기왓장으로 만든 장독대...
이런 것들이 다 주인장의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고~
어쨌든 오빠의 정원은, 나중에 일거리를 줄일 수 있게 기본부터 탄탄하게 기획된 정원이지요. 훌륭해요.
나는 혼자라서 심심할 거 없어요. ㅎㅎ 혼자 있는 거 워낙 좋아하니까. ㅎㅎ
아취의 감상길이란 눈의 고급화를 의미하긴 하지. 단아하기 위해선 잘 길러지고 다듬어진 분재류가 압권이고, 그 곁에 오랜 풍우에 씻기고 닳은 노 바위와 수준 높은 석물작이 곁들여지면 그 곁에서 길게 누워 팔을 괴고 싶어질거야. 상상과 숙련된 필법에 맡겨진 그림으로 실물의 수석이나 분재, 소나무 등과 맞바꾸는 일은 허다하지. 없는 것을 갖고 싶어 단선적?으로 고생하는 것보다 서둘러 내 붓질에 거는 기대가 빠르겠지? 그러니 아틀리에가 어느 때보다 기다려져. 빈털털이 화가는 반드시 열심히 그리게 되어 있어... 그림 그리는 일도 '심심할 게 하나 없는' '혼자'야... 오누이답다 그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