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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국가 통화 공급 통제권을 준다면, 누가 법을 만드는지 따위는 개의치 않겠다.
-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국제 금융자본의 원조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창시자)
미국이 2008년과 2009년 사이 외환위기를 당했다. 위기의 원인은 금융권에서 집 살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회수를 못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 돈은 해외에서 빌린 것이었다.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니 미국 은행들의 금고는 바닥이 났고 파산해버렸다. 미국 정부는 즉시 달러를 찍었다. 시장에 돈을 공급했고 급한 불을 껐다. 부족한 부분은 빚을 냈는데, 그 금액이 천문학적이다. 달러를 찍었으니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고 물가는 올랐다.
워렌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 정책이 달러 가치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 대부분의 역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나타난다.”
서부영화 보안관이 악당에게 마구 총을 쏜다. 마침내 총알을 다 써버린 총을 악당에게 던진다. 악당은 어떻게 할까? 2009년 9월 17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나온 농담이다. 2009년 워렌 버핏이 미국의 ‘통화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통화 양적완화 정책이란 국가가 채권(국채, 단기채권)을 사들일 때, 이 중 만기가 안 된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돈을 빨리 돌게 하는 것이다. 즉 돈에 흐름을 빠르게 하는 것이다. 보안관이 악당을 재빨리 물리치기 위해 총을 빨리 쏘아댄다. 처음에는 유리한 듯 보이지만 악당은 살아 있고 보안관이 총알을 다 썼다면?
이 경우 정부는 당연히 돈을 더 빌려 경제를 움직여야 하고 적자는 누적된다. 전쟁 피해가 있었던 1942년부터 1946년까지 미국의 재정적자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의 6%였던 점을 감안하면 2009년의 13%는 심각한 것이다. 워렌 버핏은 날로 확대되는 재정적자(federal debt)를 메우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미국 국민들 외에도 9000억 달러를 빌려야 할 판이라고 지적한다(<뉴욕타임즈>2009년 8월 18일).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빚이 아무리 묘한 재간을 부리더라도 자신이 낸 손실을 물어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한다”고 했다. 국가라고 해서 이런 진리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최종적으로는 세금을 내는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낸 세금이 금융업자들의 놀이에 쓰인 것을 경험하거나 금융업자들이 파산하면 이 쇼는 끝이 난다.
현대 제국은 예전에 비해 강한 군사력에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엄청난 화력을 가진 강대국의 경쟁이 종식된 후에 일어난 특성이다. 설령 군사력으로 큰 일을 도모하려 하여도 돈이 없다면 전쟁을 하기는 불가능해지고 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북한과 남한의 재래식 비교는 숫자는 북한이 앞서나 성능면 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힘 차이는 역시 돈에 있었다. 북한이 무기를 사려해도 달러가 필요하다. 돈이 힘인 셈이다. 돈이다. 돈의 힘을 잃으면 제국은 무너진다. 발권력이 제국의 힘이다.
‘세뇨리지’는 프랑스어로 군주 또는 황제라는 의미이다. 절대군주인 황제는 화폐발행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1억의 돈을 찍어내면 일천 만 원이 황제의 소유가 된다. 이 같은 황제의 지위를 가지고 누리는 화폐발행권에 의한 이득을 ‘세뇨리지 효과’로 표현한다. 화폐발행 능력이 있는 미국에는 지급불능이라는 것은 없다. 그러나 미국에 돈이 부족할 때 해외투자자가 미국에 빚을 빌려주지 않는다면, 달러의 주도권은 없어진다. 단기적으로는 달러의 영향력은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달러는 필연적으로 몰락하게 된다.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이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달러는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가? 달러는 골짜기에서 나온 물건이란 뜻이다. 15세기 체코 영토인 신성로마제국 보헤미안 지방에 요아힘스탈(Thal)이란 유명한 은광이 있었다. 독일어로 탈(Thal)은 골짜기란 의미이다. ‘탈러’(Thaler)’는 요아힘스탈에서 나온 은화의 이름 ‘요아힘스탈러 그로센’을 줄인 말이다. ‘탈러’가 영어권에서 ‘달러’가 된 것이다. 영국이 식민지 미국의 파운드화의 유통을 통제하자, 미국은 스페인에서 금과 은으로 만든 ‘다레라’를 들여왔고 이것은 영어 발음으로 달러가 되었다.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어떻게 얻었을까? 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미국은 군수산업활성화로 막대한 금을 보유하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달러와 금을 동일시하는 금본위제를 실시하자 세계 각국이 달러확보전을 벌이면서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등장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이 팽창하는데다 베트남에서 전쟁을 치르는 통에 달러가 부족해졌다.
증가하는 미국 무역적자로 외국으로 빠져나간 달러화에 대해 미국이 더 이상 금태환(gold note) 요구에 응할 수 없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한마디로 돈을 금으로 교환 해 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1년 8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돌연 ‘금’태환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한다. 이것을 ‘닉슨 충격(Nixon shock)’이라 한다. 금본위제를 닉슨이 무너뜨린 이후로 달러의 힘이 쇠퇴했다. 금과 태환을 할 수 없다면 달러의 가치는 하락한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금값, 유가는 상승한다. 대부분의 금, 유가, 원자재는 거래 시 기축통화인 달러화로 결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달러가 약세일 때 전 세계 돈의 유동성은 금융자산에서 실물자산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석유 금 원자재의 투기가 증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경우 실물자산의 가격은 상승한다. 최근의 석유가격 폭등이 한 예이다. 결국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렸고 인플레이션이 잦아들 무렵 거품경제가 시작되었다.
이제 다시 ‘금본위제로의 귀환’을 주장하는 스털링 스미스(Sterling Smith) 퓨처스원(FuturesOne) 부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금만이 유일하게 대안 통화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2009년 8월 30일) 고정된 환율 하에서 안정적인 물가를 도모하여 인플레이션을 막는다는 것이다. 안정적이며 투기를 할 수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경제상황에 따라서는 어떻게 변할지는 모를 일이다.확실한 것은 달러의 위기는 실물의 위기이며, 이는 금값을 비롯한 실물가격이 2009년을 기준으로 10년 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현재 미국은 ‘돈’찍어내는 권리에 목을 매고 있다. 마치 물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옛날 아랍인들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는 1919년 파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군인이며 아랍독립운동을 지원했던 로렌스는 191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12명의 아랍인을 데려갔다. 그들은 생전 처음 호텔에 투숙했는데, 호텔에서 무척 만족스럽고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수도꼭지였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터져 나오니 이 얼마나 즐거운가! 다음날 호텔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던 아랍인들이 나오지 않자 로렌스는 그들이 묵고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방에 있던 아랍인들은 수도꼭지를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걸 가져가면 사막 한 가운데서도 마음껏 목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랍인들은 수도꼭지가 물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돈’찍어내는 권리를 지키려는 미국이 하는 행동은 수도꼭지를 가져가려는 아랍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
세계의 현금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컬럼비아대 교수, 노벨상 수상자)
미국은 빚이 많다. 많이 쓰고 많이 빌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찍게 되고 결과적으로 물가는 꾸준히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으로 인해 폭탄이 터지려는 순간이 1980년대였다. 이때 중국을 비롯한 공산국가가 개방되기 시작한다. 저임금으로 만들어진 싸구려 물건 때문에 미국의 물가가 내려갔다. 미국은 풍부해진 돈으로 이자가 내리고 물건 값이 싸지니, 그 돈으로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였다. 거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20년 쯤 지나자 이 거품은 임계점에 도달했고 서브프라임 사건으로 폭발하고 만다.
1984년에 미국의 무역적자액 중 30%는 일본에 대한 적자였다. 미국은 일본 시장을 강제로 개방시켜 수출을 늘렸다. 그래도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지 않자,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이자는 제안을 한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돈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에서 파는 일본제품 가격은 오르고 일본에서 팔리는 미국제품의 가격은 떨어졌다. 1985년 9월, 엔화 절상 등이 미국 · 일본 · 서독 · 이탈리아 · 프랑스 정상 간에 합의된다. ‘플라자 합의’로 불린다. 1985년 9월에 1달러당 240엔이던 환율이 1986년 9월에는 140엔으로 조정되었다. 1986년 미국은 독일과 일본에 금리인하를 요구한다. 실질금리 0%가 되었다. 이자를 내리면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일본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니 미국 달러의 가치는 올라갔다. 이것이 1986년 9월의 루브르 합의이다.
결국 미국은 일본 덕에 살아남은 것이다! 합의 결과 이자가 0%가 되니 일본경기는 과열되었다. 일본 정부는 금리를 인상하려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1987년 독일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렸다. 달러화 및 미국 주식을 미친 듯이 팔아버리자 87년 10월 19일의 다우지수가 하루만 22.6%가 하락하는 ‘블랙 먼데이’가 되었다. 미국은 더욱 두려움에 떨었고, 일본을 압박하여 일본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게 했다. 만약 일본이 금리를 올렸다면 미국은 엄청난 혼란이 왔을 것이다.
엔고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은 놀라운 실적을 보인다. 금리 0%와 수출해서 번 돈으로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은 엄청나게 오른다. 그러나 이것도 1990년에 끝났다.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일본의 자산은 붕괴되었고 부동산과 주식이 폭락하는 엄청난 디플레이션이 찾아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의 아파트 값(특히 강남권)이 6개월 만에 반값으로 떨어지면 사회적 파장은 어떻겠는가?
1995년 드디어 달러화가치가 올라간다. 엔고는 끝이 난다. 일본은 1990년대 초 경기부양을 위해 도로와 댐을 건설하며 돈을 썼다. 국가재정은 국채로 조달했다(2009년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의 217%인 860조 엔에 이른다).
여기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정리해보면!
막대한 무역흑자와 외환보유액→(미국 유럽 압력)플라자 합의에 의한 엔화 절상→금리 인하→유동성 증가→부동산과 주가 3배 폭등→거품 붕괴→불황(잃어버린 10년)
빚을 내서 필요도 없는 공사를 해서 국가의 빚만 늘어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 혹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도 이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중국은 일본과 다르다! 미국말을 순순히 들을 순둥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의 거품폭탄은 미국에서 터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 폭탄은 엉뚱하게 일본에서 터졌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이후 더 큰 폭탄이 되었다. 80년대 폭탄은 그 규모도 엄청나다. 중국은 미국폭탄을 받아 대신 터질 나라가 아니다. 여기 미국이 만든 폭탄 있다. 처음에는 설마 폭탄이 터지겠어! 에서 폭탄이 터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포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달러의 붕괴이다. 달러 붕괴라는 폭탄이 터지는 순간 전 세계는 엄청난 혼란이 시작될 것이다. 달러의 붕괴는 미국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지금처럼 중국산 제품을 사서 소비를 하려면 기존에 진 빚을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빚의 해결이란 갚던지 아니면 무효로 하던지 둘 중에 하나이다. 일본은 미국의 빚을 무효로 만들어 주었다. 미국은 빚이 없어지자 새로운 빚을 내서 열심히 소비를 한 셈이다. 빚을 무효로 만든 일본의 손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열심히 돈 벌어서 남는 것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미국은 제2의 일본만 있다면 다시 회생 할 수 있을 것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일본은 미국에 속국이라는 이미지를 줄 정도로 미국말을 잘 들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일본에 승전국으로 일본을 통치했다.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은 중국의 승전국도 아니고 정치적관계도 다르다. 중국은 미국의 빚을 없애줄 이유가 없다. 빚을 탕감해 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경우 미국은 침체에 빠지고 소비는 줄고 경제는 침체 될 것이다. 당연히 달러의 파워는 없어질 것 이다. 현재의 세계 경제 성장에 필요한 유동성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 통화를 세계시장에 과잉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과잉공급한 나라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면 통화에 대한 신인도가 떨어져 결국 국제통화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근본적인 국제금융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한 때가 온 셈이다. 그리고 달러는 필연적인 모순에 의해 그 영향력이 사라질 것이다. 미국의 붕괴는 세계 경제 대혼란의 시작이며, 본질적으로는 돈의 혼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