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내일 저녁부터 우리나라 전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든다는 기상 예보를 접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아마도 내일은 태풍에 대비하여 야외 미사터 차광막과 의자들 그리고 하우스 안의 여러 물품들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도 변화무쌍한 두물머리 날씨를 제법 점칠수 있을 정도의 내공이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오락가락하던 소나기가 계속이어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두물머리 구름의 형태와 진행방향을 보고서 미사 중에는 절대 비가오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져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신자분들의 시선을 뒤로 하고 과감하게 야외 미사터에 제대를 준비했습니다. 이런 예상이 적중하여 미사를 시작하자 햇빛이 드러났습니다. 덕분에 시원한 강 바람을 맞으며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196일, 아흔 여섯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는
인천교구 김종성 신부님, 장동훈 신부님, 김승욱 신부님, 김일회 신부님, 정연섭 신부님, 서울교구 나승구 신부님 등 여섯분 신부님들의 공동집전으로 거행되었습니다.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주시는 작전동 성당 신자분들과 부평1동 성당, 모래네 성당, 범박동
성당, 덕소 성당등 60여명의 교우분들이 백 아흔 여섯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해주
셨습니다.
오늘 이포보 교각위에서 42일째 고공농성을 진행하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그동안의 농성을 정리하고 이포보에서 내려오셨습니다. 막무 가내로 진행중인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범 국민적 촛불을 더욱 크게 밝히기 위한 또 다른 결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96일 동안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하면서 항상 마음에 담아 묵상하던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
눈에 보이는 결과와 성과에 집착하고 조급해 했던 모습을 성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말씀입니다. 비우면 비우는 만큼 채워지고 포기하고 버리면 버릴수록 얻게 된다는 참 진리의 이치를 두물머리 농민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