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석일지(2023년 2월 13일, 월요일, 맑음 / 24550일째)
거룩한 산과 숭고미
앞이 끝없이 확트인 광활한 황야, 전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깊은 계곡의 원시림, 겹겹히 쌓인 거대한 산맥, 높이 솟아 있는 바위와 깎아지른 신비한 절벽 등 어마어마한 자연 앞에서 사람은 놀라움과 경외심의 탄성을 지르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영성적인 탄성의 시가 저절로 나오게 되고 종교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있음 그자체의 존재에 대한 생각에 거룩한 장소는 숭고미를 드러내기까지 한다. 인간이 감히 다다를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에 압도되어 바라보는 내 존재는 티끝보다도 작고 미약하다는 것을 느낄 때, 숭고하다는 감정을 자아낸다. 그 거룩함 앞에 압도될 숭고함은 더욱 더 치솟게 된다.
히말리아 산은 어마어마한 힘에 압도되어 그냥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무릎을 끊게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히말리아는 처음부터 성스러운 산이 된 것은 아니었으리라. 이 산 앞에 서서 만년설로 하얗게 뒤덮혀 있는 정상을 본 사람들의 입이나 글을 통해서 퍼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거룩한 산이 된 것이다.
한양 오씨 시조인 오자민이 2월 1일부터 12일까지 이승용 대한항공 기장과 그의 아들, 이강혜과 함께 안나푸르나가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6년 전부터 다정 김규현 화백께서(네팔 부메학교에서 명예교장) 자민이와 함께 네팔에 오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자민이가 기회가 되어 방문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2월 12일부터 25일까지 자민이와 내가 안식년 여행으로 네팔에 가려고 계획했었으나 이승영 기장이 휴가로 2월 1일 네팔 트레킹을 가면서 자민이를 데리고 가게된 것이다.
자민이의 몸 속에 흐르는 네팔 피가 안나푸르나 성산을 그리워했기에 그리고 많은 사람의 도음과 기도 덕분에 어른들도 힘들다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의 트레킹 코스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다정 김규현 선생님의 환대와 섬김, 안내와 돌봄에 힘입어 자민이는 잊을 수 없는 인생의 경험을 이른 나이에 하게 된 것이다. 비레탄티의 부메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자민이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을 주었으리라. 특히 다정 선생님의 제자인 화가 비샬은 그림을 그려 트레킹 성공을 축하해주고 공항 환영도 해주었다. 비행기 연착으로 포카라 공항에서 애태우던 라타 카와와 7시간 이상을 기다려 환영해준 다정 선생님께 다시 한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짚차를 운전해 주었던 다정 선생님의 제자와 얼숲을 통해 성원해주신 얼벗들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트레킹 마지막날 저녁을 대접하도록 배려해 준 김정희 선생님에게 머리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