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전통 목걸이와 오데사 곡물 운송 작전
빌과 요하나의 우울한 이별 앞에 ‘리나’는 불쑥 숲정이에 두고 온 목걸이 함이 생각나 루카스에게 말했다.
“에밋 장로님께서 벤과 요하나의 20세 생일에 같이 열어보라고 주신 전통축복 목걸이요.”
“아차 그랬구나.”
루카스와 오스카 그리고 마을삼촌 ‘키예프’는 산달을 한 달 가까이 앞둔 오스카의 아내 이자벨라가 건강하지
못하고 석청만을 좋아해서 따러 갔다가 돌아오니 이자벨라가 조산으로 리나와 같이 아이를 낳아 안고 있었다.
아이가 귀한 마을에 마을장로 에밋은 아내 마리아의 부탁으로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전통 목걸이를 주었는데
이제 돌아가서 가져 올 수도 없었다.
빌이 곁에서 듣고 있다가 궁금해서 물었다.
“숲정이에서 내려오는 전통목걸이 인가요?”
“예. 오랜 전통으로 장로님께서 특별한 메시지를 담아 주셨는데 피난통에 깜빡 잊고 왔어요.”
“아~ 20세면 내년인데.....특별메시지에 무슨 말이 담겨 있을지 저도 궁금한데요?”
“그렇죠? 아 나 참.”
루카스는 속상해 하는 리나를 달래고 모두 빌과 헤어지는 인사를 했다. 벤은 빌에게 자신 때문에 벌어진
부상에 사과의 손을 내밀었다.
“벤 형. 내가 너무 사고를 많이 쳤어요. 나를 용서해 주세요.”
“용서라니 용서는 신께서 하는 게 아닌가? 하하하.”
빌은 애써 요하나와 이별의 슬픔을 잊고 싶어 큰 웃음을 웃었다. 빌은 요하나와 벤을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빌은 벤의 손을 잡아 요하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벤, 주상절리에 가면 가족은 물론 요하나도 잘 부탁해.”
“예. 형. 언제 다시 꼭 만나고 싶어요. 건강을 위해 기도할게요.”
“고마워. 요하나를 부탁해.”
요하나는 빌이 벤에게 자꾸만 부탁한다는 말을 하자 귀에 거슬렸다. 자신을 벤에게 떠 넘기고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로 들렸다. 하지만 입맞춤의 정표를 받아들인 것이 약속의 지킴이라고 믿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벤의 손에 이끌려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날 밤. 막사로 돌아왔으나 요하나는 내내 우울했다. 빌도 요하나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절룩거리는 무릎 때문에 어떤 때는 화도 나고 이일로 요하나를 포기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남자의 자존심을 버리고 절뚝거리는 다리로라도 달려가 붙잡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폴란드의 채식주의자 ‘루카스’ 부모 일가는 종교 탄압을 피하여 집시들이 떠난 마을에 숲정이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의 장로‘에밋’의 아들 ‘막시 밀리언’은 독일에서 신학으로 군목이 되었으나 1차 대전의 선봉이 되어
크리스천들을 영웅을 만들어 주겠다며 모병을 하여 전쟁에 몰아넣었다.
막시는 루카스와 아들 벤까지 독일 군에 끌어들여 영웅 만들기로 유혹을 했다. 하지만 벤은 반발로
조국 폴란드의 군인이 되겠다며 19살 어린 나이에 자원입대하여 최전선에 배치되었다.
독일 침공을 앞둔 시점에 야간보초를 서던 중에 술 취한 정보장교가 벤의 종교를 비난하는 시비에 휘말렸고
정보장교는 실수로 제 칼에 제가 찔려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벤은 후안이 두려워 탈영을 하고
숲정이로 도망쳐왔다.
루카스와 오스카 사촌은 급한 결정으로 가족들과 급한 짐을 챙겨 제2의 숲정이 마을을 만들려고
소비에트 땅 ‘주상절리’를 향했는데 때마침 독일 침공으로 피난길이 되었다.
그 피난길에서 빌은 고장 난 차를 고치다가 두 가족이 만나 함께 가는 길이 되었다.
그 사이에 빌은 요하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하여 탁월한 능력과 지혜로 루카스 일가족을 이끌고 가는
리더‘우세 종’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 자리는 만만치 않았다.
벤의 실수로 생사를 뛰어넘는 용맹으로 ‘오데사’와 총격전을 벌이고 결국 부상을 입어 사랑하는 요하나를
포기하고 주상절리를 함께 가지 못하게 되어 리더 ‘우세종의 자리’를 비워야 했다.
루카스와 오스카 가족은 모두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 안전하게 인도해 준 빌에 대한 고마움은 지도자를
잃은 그런 기분이었다. 이젠 모든 것을 창조자께 맡기기로 했다.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난관은 골리앗이고 자신들은 다윗이라고 생각하는 기도뿐이었다.
오데사가 말한 사흘이 흘렀다. 일행을 태울 버스가 도착했다. 모두 박수로 환영을 하고 버스에 올랐다.
빌의 어머니는 아들간호를 위해 남고 아버지만 추수해둔 호밀이 걱정되어 가보기로 했다.
오데사는 창고에 곡물들을 소비에트가 착취해가는 일을 돕는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또 한 가지 걱정은 먼저 우크라이나 국토 3분의1지점에 있는 ‘코벨’에 가서 곡물 차량 20여대를 이끌고
소비에트 ‘브랸스크’까지 가는 동안에 농민들이 알면 자칫 공격을 당할지도 몰라 어떻게 하면 사고 없이
갈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오데사는 만전을 기했다. 군복을 벗고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을 하고 선두 민간인 지프에 타고,
두 번째 버스는 루카스 일행이 타고, 중간에는 곡물 차량이 따르게 하고, 후미에는 총기를 의자아래 숨기고
민간인 복장을 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배치하기로 했다.
오데사가 말했다.
“루카스 오스카 벤 그리고 해바라기아가씨. 빌과 헤어져 아쉽지만 제가 앞으로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주상절리가 작전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 부근을 지나서 브랸스크까지 가는 길이니까 안심하시고
편안한 여행이라 생각하십시오.”
버스를 탄 가족은 넓고 쾌적한 차에 모포와 간단한 식량과 물까지 보며 모두 만족한 웃음을 웃었다.
하지만 요하나는 가족의 기쁨을 방해 할 수 없어 억지웃음을 들키지 않게 웃어주고 창가에 앉아 빌이
꼭 찾아온다는 약속의 말만 떠올렸다.
저녁 무렵. 하늘에 달이 있다고 표시를 하듯 가느다란 실눈을 떴다.‘코벨’에 도착하자 넓고 비옥한 땅
창고 앞에 곡물을 실은 차량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의 인솔자가 오데사에게 다가와 말했다.
“지금 현제 20대의 트럭에 호밀과 콩 그리고 해바라기와 옥수수를 실어 놓았습니다.”
“수고 했어요. 다른 특별한 상황은 없나요?”
“아닙니다. 비밀리에 실었지만 곡물을 싣는 것이 농민들에게 알려진 것 같습니다.
멀리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큰 반발이 예상 됩니다.”
“역시 그랬군요. 그럼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야간을 이용하여 농민들이 사는 이곳과 코벨을
벗어나기로 합시다.”
리나와 이자벨라 요하나는 오데사의 요청에 생식과 선식으로 준비해서 모두에게 배식을 했다.
요하나는 잠시나마 바쁜 식사 준비에 빌의 생각을 잊는 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오데사가 말했다.
“선두차가 헤드라이트를 밝히며 가겠습니다. 모두 뒤를 따라 오십시오. 하지만 많은 불빛은 곡물 차량으로
알고 방해가 있을지 모르니까 중간에 한대와 맨 뒤에 차량의 불빛으로만 갈 거니까 안전 운전하시기 바랍니다.”
오데사는 선도 차에서 생각에 잠겼다. 육지가 아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오데사 항구에서 추수한 곡물을
싣고 가면 농민과 마찰은 없었을 것이라는 부질없는 생각.
야간을 이용한 출발은 순조로웠다.
지난해에는 곳곳에서 탈취해가는 곡물을 막으려는 농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상자까지 일어난 것을 알고 있기에
택한 야간이동이었다.
희미한 불빛이 루카스 일행이 탄 차 안으로 가끔 비쳐왔다. 모두들 긴장의 눈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독일침공이 어느 사이에 한 달이 되었다. 폴란드는 ‘막시 밀리언’의 말대로 점령군 독일에 의해 사라졌다.
일행은 이제 숲정이 마을에서 들려준 우크라이나 인 ‘체르니 히우’부부와 벨라루스인 ‘호멜’ 부부가 들려준
미지의 세계 주상절리로 향하고 신께서 함께 해주시길 바라는 기도가 전부였다.
하루 이틀.....
점심을 마치고 막 출발한 그때였다. 오데사의 시야에 한 무리가 나타났다. 예상대로 농민들이 도로를 차지한
인간 띠 사슬이었다. 족히 100명쯤 되어 보이는 농민들은 서로 손을 잡고 차량의 진행을 막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갔으나 그들은 길을 터주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심각함을 직감한 오데사가 차에서 내렸다. 루카스 일행은 차창으로 내다보며 걱정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군인들은 오데사 장교의 말 한마디에 총을 들어야 했기에 의자 밑 총기에 눈이 갔다.
오데사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우리는 국경 부근에서 수확한 밀과 콩 그리고 옥수수와 해바라기 씨를 도시 국민들 식량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가는 중입니다. 길을 열어 주십시오.”
“거짓말. 우리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다 안다. 소비에트에서 전국적으로 수탈해 가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은걸 모두가 아는데 우리더러 당신 말을 믿으라는 거요?”
“아닙니다. 여기에는 소비에트 관리가 없습니다. 저와 여기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민간인으로
저는 정부로부터 책임을 맡은 운송 책임자 오데사입니다. 믿어 주세요.”
옥신각신 시간이 한참이나 흐르며 우크라이나 농민들은 차량을 살피고 난후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으로 갈리었다. 하지만 후자가 훨씬 많았다.
시간이 길어지자 모두 초조한 시간이었다.
농민들이 당장 차 내로 진입하면 군 무기가 탄로 나고 한바탕 소란과 싸움으로 희생자가 생길 것 같았다.
오랜 정적이 흐르고 빌의 아버지가 정적을 깨며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