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산 오르기 전 배재에서 조망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 사초
▶ 산행일시 : 2010년 12월 4일(토), 맑음, 바람
▶ 산행인원 : 10명(영희언니, 버들, 드류, 대간거사, 감악산, 화은, 사계, 선바위, 하늘재,
상고대)
▶ 산행시간 : 9시간 35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4.1㎞(1부 9.2㎞, 2부 4.9㎞)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4 : 00 - 삼척시 미로면
06 : 06 ~ 06 : 40 - 정선군 여량면 고양리(高養里) 승두마을, 산행시작
07 : 27 - 885m봉
08 : 04 - 926m봉
09 : 29 - 배재(898m)
10 : 09 - 고양산(高陽山, △1,152.4m)
11 : 09 - 꼬부랑재
11 : 28 - 917m봉
11 : 40 - △884.5m봉
12 : 29 ~ 13 : 30 - 큰골 입구, 1부 산행종료, 점심, 고창골로 이동
14 : 21 - 능선 진입, 1,046m봉 아래 ┬자 갈림길
14 : 40 - 반론산(半論山, △1,077m)
15 : 09 - 1,060m봉, Y자 분기, 오른쪽은 염장봉 가는 길
15 : 31 - 반륜산(半輪山, 1,010m)
16 : 15 - 정선군 여량면 고양리 삼거리 위, 산행종료
21 : 30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삼척시 미로면 산불, 12.5. 04:00 현재
▶ 고양산(高陽山, △1,152.4m)
새벽 04시. 달리는 차에서 갑자기 메케한 연기 냄새가 나기에 눈 퍼뜩 뜨고 주변 살피니 삼척
시 미로면에 들어선 것이고, 앞산 산허리 길게 두른 산불이 고지를 향하여 맹렬한 기세로 타
오르고 있다. 그 옆으로 눈 돌리자 첩첩 산이 불바다다. 산불이라고는 영화에서나 혹은 텔레
비전 국제뉴스로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산불을 별 생각 없이 본 것이 고작이고 이처럼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처음이다. 무섭다. 바람 불어 화염이 요동치고 불기둥이 왁왁 솟는 것을 보니
낮이라 해도 저 불 끄러 감히 덤빌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서울 떠나올 때 은근히 걱정은 했지만 이럴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우리가 오늘 가고자
하는 대문달산은 산불이 한창인 상사전리와 424번 지방도로를 사이에 두었을 뿐 상당히 가깝
게 위치하고 있다. 불똥이 대문달산 쪽으로 튀지 말란 법은 없을 터. 모름지기 ‘군자는 위험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고 했겠다 당장 도계(道溪) 넘어 불똥 튈 염려 없을 정선 임계로 간다.
이 산불은 전날(3일) 11시 43분께 삼척시 미로면 상사전리 야산에서 발생하여 27시간여만인
5일 오후 2시께 완전히 진화됐다고 한다. 산불은 한때 순간 최대풍속 초속 17m의 강풍을 타
고 동산리, 하거노리, 상거노리 등 5개 리로 빠르게 번졌으나 헬기 19대를 산불현장에 투입하
여 진화하였다고 한다. 잠정집계로 임야 30㏊가 소실되었다고 한다. 평수로 따지면 90,750평
이다.
비장의 카드를 커낸다. 정선군 여량면(2009.5.1. 북면에서 여량면으로 명칭 변경하였다) 고양
리에 있는 고양산으로 간다. 이로써 저간의 실적을 포함하여 고양산 정상에서 뻗어 내린 대소
6개 능선 모두를 섭렵하는 셈이 된다. 어느덧 우리는 ‘어느 산’을 올랐느냐보다는 그 산을 ‘어
느 때’ ‘어느 코스’로 올랐느냐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되었다.
골지천을 반천2교로 건너고 수터마을 지나 승두마을 근처에서 멈춘다. 두메 님에게 퍽 미안
한 일. 그저 닭병 걸린 것처럼 조는 우리를 싣고 삼척 미로면에서 2시간 넘게 달려왔다. 날이
새기 시작한다. 헤드램프 켜지 않고도 갈만하다. 바람 불어 매우 추운 날씨다. 귀막이 달린 모
자, 두꺼운 장갑, 윈드스토퍼 재킷 등으로 완전무장 한다. 대천이겠는데 바싹 말라 그리로 가
로지른다.
배추밭을 지난다. 미처 거두지 못한 배추도 흙도 꽁꽁 얼어붙었다. 산 사면은 잔 너덜 낙엽송
숲이다. 너덜은 미끄러지거나 허공다리 짚지 않도록 발이 완전히 땅으로 잇대질 때까지 살며
시 밟고 다음 동작을 취한다. 능선 가까워지자 게걸음에도 가파르다. 능선 훑는 벼린 칼바람
소리에 주춤한다. 납작하니 엎드렸다가 뒤따라오는 일행과 함께 나아간다.
눈꺼풀이 끈적끈적하게 매운 추위다. 음성 파장이 얼어서일 것. 말 더듬는다. 885m봉 정상은
맨 앞장선 선바위 님이 대표로 찍고 나머지는 왼쪽 사면으로 더덕대형 펼쳐 질러간다. 885m
봉 내린 안부는 분지 모양으로 안온하다. 무덤 옆에서 잠시 휴식. 탁주 꺼내 권하지만 워낙 추
워 사양한다.
2. 고양산 가는 길의 이른 아침
3. 고양산 오르기 전 배재에서
4. 고양산 오르기 전 배재에서
5. 멀리 왼쪽 흐릿한 산은 각희산
6. 문래산에서 각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이 보인다
햇낙엽 흐트러지지 않은 인적 드문 산길이다. 이따금 나타나는 멧돼지 잠자리를 비켜간다. 올
무에 내 발이 걸린다. 926m봉은 이 근방 준봉. 바람에 등 떠밀려 수월히 오른다. 한바탕 뚝 떨
어지고 나서 나지막한 봉봉을 오르내린다. 배재까지 6개다. 다 직등한다. 가도 가도 하늘 가
린 철쭉 숲이다. 870m봉 넘으면 철쭉 평원이다.
배재(898m) 오르는 능선도 엷어 평원의 연장이다. ┬자 갈림길인 배재. 왼쪽으로는 승두치 지
나 문래산 자후산 위령산 간다. 발돋움하여 억새 숲 위로 머리 내밀면 시야가 확 트인다. 취적
봉은 가물가물하지만 각희산에서 문래산으로 이어지는 산릉이 장쾌하다. 저 봉봉마다에 우
리가 흘린 땀 짙게 배었으려니.
배재에서 고양산 정상까지는 도상 970m. 곧장 긴 오름길이다. 무성한 억새 숲과 싸리나무 숲
비켜 왼쪽 사면으로 틀어 오른다. 훈훈한 봄으로 오른다. 바람 끝이 사뭇 무디다. 아무래도 가
쁜 숨 할딱이는 발열한 탓일 것. 고양산 정상. 산불감시무인시스템이 있고 정점 한가운데에
웃자란 풀숲 덮인 무덤이 있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 임계 22, 1995 재설. 그래도 사방 나무숲으로 조망이 꽉 막혔다. 대구
김문암 씨가 '고양산 1,151m'라 새긴 정상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바람 기댄 사면에 자리 잡고
정상주로 탁주 분음한다.
하산. 10시 방향 선양교회를 목표로 한다. 쭉쭉 내린다. 오른쪽 고창골로 떨어지는 지능선 유
념하고 왼쪽 큰골로 떨어지는 지능선 가려 안부인 꼬부랑재로 내린다. 양쪽 사면과 등로는 벌
목하였으나 등로에 나뭇가지는 치워있어 걷기 편하다. 울퉁불퉁한 돌길이 잦다. 트래버스성
절벽을 살금살금 내렸다가 한 피치 오르면 917m봉이다.
북진한다. 내리기 일시 멈칫한 봉우리가 △884.5m봉이다. 삼각점은 423 재설, 77.6 건설부.
삼각점 설치하려 나무 베어내 조망이 트인다. 이 앞 건너편이 반론산이고 반륜산, 상정바위산
이다. 급전직하. 엎어지기라도 하면 비스듬히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에 크게 다칠 우려가 있어
조심조심 긴장한다.
소나무숲 울창한 739m봉을 넘지 않고 그 전에 왼쪽 사면을 무찔러 내린다. 이게 아주 고약하
다. 벌목한 나무를 그대로 널어두어 험하고 험한 장애물이 되었으니 오지를 일부러 만들어 간
다. 헤쳐 나가느라 진땀 뺀다. 떨어진 골은 낙엽송 숲길. 묵밭으로 내리고 큰골 입구에 다다른
다. 두메 님 불러 차 타고 삼거리 선양교회 근처로 간다.
상정바위산 등산 안내도가 있는 입구. 12월 15일까지 산불방지로 입산금지다. 입산하다 걸리
면 20만원 벌금 문다. 빈 비닐하우스로 들어가 점심자리 편다. 버너 불 쉭쉭거리는 소리만으
로도 따스하다.
7. 멀리가 고양산
8. 꼬부랑재 지나 오른 917m봉
9. 오른쪽이 반론산
10. 상정바위산
11. 큰골 입구
12. 큰골 입구 자작나무숲
▶ 반론산(半論山, △1,077m), 반륜산(半輪山, 1,010m)
2부 산행. 고창골로 들어간다. 이동화장실이 있는 공터에서 너른 농로 따라 오른다. 묵밭 지
나고 오른쪽 산기슭에 붙자 소로가 앞서간다. 우정산악회 산행표지기가 보인다. 별 수 없어
쫓아간다. 반론산 방향 표지판도 나온다. Y자 골짜기 가운데 능선이 주등로다. 날이 풀렸나?
겉옷 벗고 팔 걷어붙인다. 귀도 드러낸다.
가파른 오름길. 주능선까지 대번에 오를 수 있을까 생각하니 더욱 숨이 차고 힘들다. 무념은
어렵다. 무념은 어쩌다 결과일 따름일 것. 1,046m봉 살짝 돌아 ┬자 주능선 얕은 안부인 든
다. 여기서 반론산까지 400m. 배낭 벗어두고 간다. 사실은 천연기념물인 철쭉나무 알현하려
가는 것이다.
맨몸이라 나는 듯 간다. 야트막한 산등성이 넘고 반륜산 품. 통나무계단이 놓였다. 계단 수
123개. 왼쪽 옆 사면으로 돌면 철조망 둘러 보호하는 철쭉나무가 있다. 높이 4.98m. 둘레
78cm. 뿌리근처 둘레 1.08m. 수관(樹冠)은 동서가 6.9m. 남북이 6.7m. 수령은 약 200년. 지금
까지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철쭉 중 가장 크다고 한다.
북사면 눈밭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당당하다기보다는 안쓰럽다. 벌거벗어 그렇다. 바로 위가
반론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77.6 재설, 301 건설부. 여기에도 대구 김문암 씨가 정상 표지판
을 만들어 걸어놓았다. 반론산에서 조망은 정점 약간 비킨 너덜 있는 데서 트인다. 노송가지
사이로 보는 고양산이 푸짐하고 듬직하다. 먼 산은 박무로 흐릿하다. 진눈깨비 내린다.
철쭉나무 다시 보고 내린다. 1,046m봉 넘은 안부에 ‘산호동굴’ 안내판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
509호라고 한다. 구경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판이라 어디일까 감악산 님과 근처를 아무리 두
리번거렸으나 소재불명. 1,060m봉을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고 굵은 밧줄 달린 수직절벽. 눈
이라도 쌓였더라면 아찔하겠다.
1,060m봉 넘어 짧은 바윗길 오르면 Y자 능선 분기. 오른쪽은 염장봉으로 간다. 완만하게 내
리다 너른 대평원을 간다. 초동. 마침내 스러져 앙상한 미역줄나무. 쓸쓸하다. 반륜산. 산이
차바퀴 같이 둥글게 생겼기 때문에 반륜이라고 한다(국토지리정보원). 나무숲 울창한 여느 산
등성이에 불과하다. 다만 산행표지기 한 장 나풀거린다.
무슨 영화(榮華)를 보랴. 펑퍼짐한 사면. 횡으로 대열지어 남진한다. 고즈넉한 산길 황혼에 낙
엽 지쳐 부스러지는 소리가 낭랑하다. 삼거리 위 고창골 입구 농로로 내릴 때까지 그러하다.
13. 반론산 철쭉나무(천연기념물 제348호)
14. 고양산
15. 반론산에서 조망
16. 감악산 님
17. 반륜산 가는 길
첫댓글 모닥불도 가까이 있음 위협을 느끼는데~~~ 저런 불기운을 눈앞에서 보았으니 군자의 이론이 앞섬을 어름 짐작합니다.
그나마 빨리 진화되어 다행입니다. 자나깨나 불조심이구요~~
자작나무와 은사시나무의 차이를 알아봐야겠네요^^
자작나무는 대표적인 냉대림(거제수나무, 물박달나무, 사스레나무, 박달나무등등이 사촌)이고 은사시나무는 포플러라고 알고있는 젓가락 성냥만드는 재료인 사시나무, 양버들, 이태리포플러 등이 친척인 속성수 입니다.
불타는산.....TV보다 사진이 더 무섭게 보이네요....자나깨나 산불조심
산불조심에...쓸쓸함까지 겨울이 한층 다가오고 있네요..두메님이 더 고생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