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도 여인 자식이었네
부처님께서는 부처님이 되신 후에도 사람으로서의 건강이 다할 때까지 이 세상을 떠나지 않으시며 많은 이들을 위하신 것과는 달리, 부처님께 의지하여 깨달음에 이르렀던 사람들 대부분이 깨달음의 경지를 지키면서 삶의 최후를 기다렸거나, 아니면 바로 몸과 마음을 버리고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람으로서의 부처님의 아버지였던 ‘슛도다나’ 왕이 위와 같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인데, 그는 아들이었던 부처님의 제자가 된 후 5년 전후의 수행으로 깨달음에 든 다음, 부처님께 자기의 몸과 마음을 버리고 이 세상을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청했고, 그때 부처님께서는 침묵으로 허락하셨으므로 슛도다나 왕은 바로 그 이튿날 이 세상을 떠났으며, 그 후 부처님께서는 몸소 제자들과 함께 슛도다나 왕의 장례운구(葬禮運柩)를 직접 어깨에 울러 메신 채 화장터로 옮기신 다음 다비식(茶毘式), 즉 화장(火葬)하시면서 사람들의 부모에 대한 효도를 일깨우셨습니다.
그런 장례식을 치른 얼마 후 슛도다나 왕의 둘째 왕비로서 부처님께서 왕자이셨을 때의 계모였던 ‘마하프라자파티’ 왕비는 부처님께 출가수행자로서 귀의하고자 청했었으나 부처님께서는 거절하셨는데, 그런 마하프라자파티 왕비의 청은 두 번째 청이었으니, 그 첫 번째 청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후 처음 ‘카필라바스투’ 성으로 귀향하셨을 때였으므로, 부처님께서 슛도다나 왕의 장례식 후에 마하프라자파티 왕비의 귀의하겠다는 청을 거절하신 것은 두 번째였으며, 그런 마하프라자파티 왕비의 귀의에 대한 청은 그때까지도 여성을 천하게 여기던 인도 역사상은 물론 세계종교사에서도 처음이었던 엄청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후 바이샬리에 도착하신 부처님께서는 바이샬리 근교의 ‘쿠타가라’ 정사에 머무셨는데, 그때까지도 귀의를 포기하지 않았던 마하프라자파티 왕비는, 그녀 스스로 머리를 깎은 다음 그녀를 따르던 석가족의 여인들과 함께, 맨발로 직선거리 200킬로미터가 넘는 먼 길을 걸었던 까닭에 발바닥이 닳고 곪아 핏덩어리가 된 채로 고통을 참으며 가까스로 쿠타가라 정사 입구에 도착한 다음, 입구 앞에서 사원 깊숙이 계시던 부처님을 향하여 절을 계속하며 눈물로 출가에 대한 허락을 간청했으나, 그때도 부처님께서는 그녀들의 출가와 귀의를 허락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한 달이 넘도록 태울 듯한 낮과 얼릴 듯한 밤낮을 지새우며 물만으로 연명하면서 부처님의 허락을 애원했는데, 그런 과정을 안타깝게 여기며 눈여겨보던 아난다가 짐짓 여러 차례 부처님께 그들의 사정을 아뢰었지만, 그래도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자 참다못한 아난다는 감히 부처님께 올려서는 안 될 청을 올렸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신들은 물론, 남자나 여자, 귀하고 천한 자, 부자나 가난한 자 등등은 물론 동물들과 식물 등등까지도 깨달을 수 있다고 하셨사옵니다.”
“.......”
“그런데도 어찌하시어 한 나라의 왕비로서 열반하신 슛도다나 왕을 받들며 많은 사람을 위하였고, 또한 부처님께서 갓 난 어린 왕자이셨을 때부터 정성을 다하여 보살폈던 계모였으며, 지금 역시 맑고 건강한 성품을 가진 그녀가 부처님께 귀의하고자, 굶어 죽기까지도 무릅쓴 채 간절히 원하는 데도 어찌하여 거절하시는지요?”
“.......”
“그러하오니, 부처님이시여, 마하프라자파티 왕비와 그녀들 역시 제자로 받아들이심이 옳은가 하옵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마지못하신 듯 마침내 여성들의 귀의를 허락하셨는데, 이는 부처님께서 여성들을 차별하셔서 허락하지 않으신 것도, 아난다의 논리를 피하지 못하시어 허락하신 것도 아니니, 우리는 부처님께서 그런 과정을 거치셔야 당시 여성들의 출가는커녕 그 어떤 사회제도 속의 참여마저도 허락하지 않던 인도적인 세습과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음은 물론, 여성들이 여성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출가 생활에 대한 각오를 확실히 다지게 하시고자 하셨던 까닭이라고 이해해야 하는데,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부처님께서는 여성 출가자들에게 여덟 가지 계율을 제시하셨습니다.
그것은 첫째, 아무리 나이가 많고 오랫동안 수행을 한 여성 수행승들이라 할지라도, 나이가 아무리 어리고 수행 기간이 짧은 남성 수행승들에게는 깍듯이 예를 다하여 존경해야 하고, 둘째, 여성 수행승들은 남성 수행승들이 없는 장소에 머문다든가 수행해서는 안 되며, 셋째, 한 달에 두 번씩 남성 수행승들에게 참회한 후 가르침을 받아야 하고, 넷째, 하안거(夏安居)가 끝난 뒤 남녀 양쪽의 수행승들로부터 순결했다고 고백해야 하며, 다섯째, 계율을 어겼을 때는 남녀수행승들로부터 15일 동안 격리되거나 교단에서 떠나야 하고, 여섯째, 남성 수행승들과는 달리 2년 동안의 예비 수행을 거친 다음에야 여성 수행승이 되는 의식을 치를 수 있으며, 일곱째,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성 수행승들을 가르쳐서는 안 되고, 여덟째, 남성 수행승들의 가르침을 추호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으니, 단, 그런 남성 수행승들이란 올바르게 깨달은 남성 수행승임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아난다로부터 그런 여덟 가지 계율을 지킨다는 조건 아래 귀의를 허락하신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 들은 마하프라자파티는, ‘여인들이 머리를 감고 몸을 씻은 후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꾸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이 계율을 즐겁게 지키겠사옵니다.’라고 맹세함으로써 비로소 부처님께 귀의한 여성 최초의 수행자들이 될 수 있었는데, 그 후 부처님께서는 아난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아난다여, 교단에 여성을 제자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불교의 진리는 앞으로 2,500여 년까지 서서히 흐려질 것이니라. 그 까닭은 여성들이 많은 집안에는 치한과 도적과 강도의 침범이 잦아 혼란을 일으키듯이 여성들이 함께하는 교단 역시 그와 같은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강의 둑을 높이 쌓아 홍수를 예방하는 것과 같이, 앞으로 남녀수행승들이 지킬 계율들의 가짓수를 더하여 더더욱 엄격히 할 것이니, 명심하여 지키게 하여 불교의 진리가 영원히 이어지게 해야 하느니라.”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은, 첫째의 남성 수행승들이 아무리 어리다고 할지라도 라는 조건과 일곱째인 여성 수행승들은 남성 수행승들을 가르쳐선 안 된다는 조건인데,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여 ‘평등을 가르치시던 부처님 역시 성차별을 하신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시겠으나, 공부를 더 하시어 사람 또는 남녀의 생리적(生理的)인 실상(實像)이라든가, 그런 생리적인 조건에서 일어나는 마음 내지는 정신적인 실상을 이해하실 수 있을 때, 위와 같은 계율 역시도 부처님께서 여성 수행자들이 여성으로서의 생리(生理)나 심적(心的)인 조건에 얽매여 여성 수행자들 스스로 성불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염려하시어, 정작 여성들을 보살피며 위하시려던 방편이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후대의 경전들, 특히 몇몇 대승경전에는 여성으로서는 성불할 수 없다든가, 그러므로 죽어 남성으로 다시 태어나서 수행해야 성불할 수 있다는 등등의 잘못된 기록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런 기록들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는 부처님께서는 그때의 마하프라자파티 왕비와 수많은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시어, 그런 출가자들과 여성 재가 신도들까지도 자기 자신들의 성불은 물론 많은 사람을 성불하게 하셨으며, 그와 같은 예는 현재에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으므로 여성들을 멸시함으로 절망하게 하여 여성들의 성불을 가로막는 그런 경전 속의 기록들은 부처님의 뜻과는 달리 후세의 어리석은 자들에 의한 잘못된 기록들임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불성(佛性), 즉 ‘부처님이 되실 수 있는 뿌리(根本) 또는 씨앗(果實)이란 이 세상의 그 어떤 이나 어떤 것들도 모두 다 갖추고 있다’시면서, ‘그러니 바르게 노력하여 모든 이들이나 것들이 다 부처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라.’라고 하셨는데도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 역시 여성인 마야 왕비를 통하여 우리네와 같은 과정을 거쳐 태어나셨듯이, 세상의 모든 삶들이 여성의 몸을 통하지 않고는 태어날 수 없는데, 아직도, ‘부처님께서는 마야 왕비의 자궁에서 자라 질로 태어나지 않으시고 마야 왕비의 옆구리로 태어나셨다’라는 등등의 터무니없이 어리석고 교활(狡猾)한 잡설(雜說)을 뇌까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불쌍히 여기되 상대하지 말아야 하며, 더하여 그런 잡설을 곧이곧대로 믿고 여성을 멸시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되며, 더하여 여성임을 스스로 자학하며 부처님이 되기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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