又不見가 嵓前湛水萬丈淸하야 沈沈寂寂杳無聲이러니 一朝魚龍來攪動하면 波翻浪湧眞堪重이라
또 보지 못하였는가.
바위 앞의 맑은 물이 만 길이나 맑아서
침침하고 적적하여 아득히 아무런 소리가 없더니,
하루아침에 용이 휘젓고 요동치면
파도가 뒤집히고 물결이 솟구쳐 참으로 굉장하도다.
해설 ; 이 게송의 앞의 두 구절은 오매일여(寤寐一如)와 같은 깊은 선정을 의미하고, 뒤의 두 구절은 그와 같은 선정을 통하여 활발발한 전체작용이 있음을 뜻한다. 선문에서는 대사각활(大死却活)을 높이 산다. 즉 크게 한 번 죽은 뒤에 다시 살아나서 활발발하게 작용하는 삶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완전부정을 거쳐서 완전긍정, 진공(眞空) 다음에 묘유(妙有)가 있음을 뜻하는 내용이다. 세존께서도 6년이란 고행 끝에 큰 깨달음이 있었다. 아마 세상사도 그러리라. 피나는 노력 끝에 성공이 있고 영광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피나는 정진이 없으면 그 대신 사선을 넘나드는 병고도 때로는 사람에 따라서 그것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番寒徹骨)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이라는 말이 있다. 뼛속에 사무치는 매서운 추위가 아니면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가 있을 수 있겠는가? 라는 말이다. 아무튼 개인의 인생사나 세상의 사업이나 수행에 있어서나 모두가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거나 철저히 부정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어떤 한 다른 차원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은 동일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