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저뭅니다. 지난 가을 우리 사회에 ‘삐라’와 ‘찌라시’라는 말이 난데없이 넘쳐났습니다. 그 말은 하나같이 겨레말이 아닌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외래어로 정제되거나 순화되지 못했습니다. 그 말은 점잖치 못하고 천박하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런 말이 언론, 특히 종편과 SNS을 타고 정치인과 심지어 대통령까지 함부로 떠벌여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찌라시’라는 말은 “주장이나 사물의 존재 가치 따위를 여러 사람에게 널리 전하거나 알리기 위해 만든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일본말”입니다. 일찍이 국립국어원은 이 말을 ‘낱장광고’라고 쓰도록 권장한 바 있습니다.
말은 인격을 가진 생물입니다. ‘삐라’의 어원은 영어 'bill'이 원조로 조각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片(히라)’와 결합하여 신조어 '비라'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남해안지방의 거친 된소리 발음에 얹혀 ‘삐라’로 굳어졌고 ‘찌라시’는 ‘흩을 散’자의 한자에서 출발한 ‘뿌리다(散)’라는 뜻을 가진 일본말 ‘지라시(ちらし)가 전단지라는 의미의 ’찌라시‘로 자리 잡았습니다. ’찌라시‘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통제되는 이른바 닫힌 사회에서 발 없는 루머(rumor)와 유언비어(流言蜚語)가 되어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찌라시‘는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고 그 어떤 사실도 믿지 않으려는 사회의 병리현상으로 전해지는 풍문(風聞)에 불과합니다. 정치가와 연예가, 증권가를 두루 뒤덮은 ’카더라커뮤니케이션‘의 산물이기도 한 것입니다.
지난 12월 7일 오전 청와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예산결산특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 60여명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며 이른바 국기문란을 야기한 청와대의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유출파동을 ‘찌라시’로 일축하고 그 ‘찌라시’가 작성 유포된 진원지가 청와대라고 지목하는 여론을 비켜가려고 했습니다. 이어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마시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라며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유출사실과 국기문란에 대한 사과는커녕 언론보도 탓으로 돌리려 했습니다. 권력은 힘의 논리로 비판과 자성에 인색하면서 오로지 독주와 기피를 일삼았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하면서 문민정부 이후 쓰지 않던 극존칭, ‘대통령 각하’라는 말을 세 번씩이나 반복해 낯간지러운 아첨발언이 아니냐는 세평이 나왔습니다. 지난날 읽었던 김영수의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저는 또한 권위주의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했습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행시 15회를 거쳐 충북경찰청장과 민선 충남지사, 그리고 3선 국회의원으로 다양한 민심을 체험한 정치인으로서 국무총리의 물망에 오르내린 인물입니다. ‘찌라시’가 정론을 압도하고 무릎 꿇리는 무뢰한 사회는 세계인이 바라는 자유평등사회가 아니라 한갓 조폭사회에 불과할 것입니다. 권력의 횡포와 천민자본주의의 노예 갑질을 재확인시켜준 대한항공의 미주정기항로 여객기 램프리턴는 이 시대의 부끄러움으로 우리를 분노케 했습니다.
말은 곧 사람입니다. 그래서 말은 그 사람의 정신이고 나아가서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위를 표현합니다. 저는 대림시기에 재벌기업인과 교수, 정치인과 대통령이 자리에 걸맞는 성찰과 회개로 진솔하게 고백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제왕적 권위주의와 폐쇄적 신비주의, 그리고 군력독점의 비밀주의로 불통리더십을 고집할 게 아니라 지난 대선 때 한 표라도 더 구걸하기 위해서 내세웠던 공약과 통합적 리더십으로 나라꼴부터 바로 세우라고 촉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지혜로운 길을 열어야 합니다. 그와 함께 스스로 “내가 누구인가”, “내가 어디로부터 왔는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생각하고 공부하며 실천하는 지도자의 자세를 갖추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궤도에 진입하여 ‘함께 살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남은 대림시기 동안 자신과 가정, 교회공동체와 이웃, 그리고 국민을 섬기는 나라의 체통과 냉담 중인 박근혜 율리아나 대통령의 회두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우리는 정치와 종교와 자본이 국민의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어수선한 세밑에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신문사 공동으로 jtbc 뉴스룸에서 정론의 저널리스트로써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손석희 앵커를 제13회 송건호 언론상의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소식은 좌절과 절망의 늪에 빠진 우리에게 거룩한 성탄선물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쿼바디스’가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도 상영되기를 기다립니다. 우리 자신과 교회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교수와 재벌,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성찰하고 우리의 미래를 예측 가능케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불통과 불화의 어두운 장막을 걷어치우고 소통과 화해의 신새벽을 여십시오. 저 멀리 지평선에서는 먼동이 트고 있습니다.
첫댓글 글 잘 읽고 갑니다.
선생님!
강화에 많은 눈이 내린다죠?
함박눈이 세상을 하얗게, 마음을 깨끗하게 덮으려나봐요.
마당에 쌓인 눈을 쓰실 선생님과 티노씨의 정겨운 모습이 떠오릅니다.
눈 쓰시는 티노할아버지, 감기 조심하세요.^^*
언론이 우리말 쓰기에 모범을 보여야 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까지 일본말을 입에 담고 청와대가 찌라시판국이라 안타깝습니다.
세종대왕께서 들으셨으면 어떠실까요?
참 이상한 나라 사람들이죠?^^*
요사이 찌라시,갑질 단어들에 우울합니다.
jtbc 뉴스를 보는데 손석희씨가" 40년전에 동아일보 백지광고에 동참했던 두근거림을 잊지 않겠다."라는
소감에 저도 두근거림이~
정치와 종교와 자본의 힘이 인간을 망가뜨리는 세상입니다.
권력을 향한 재벌과 교수,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부침을 봅니다.
부디 따뜻한 나날 보내십시오.^^*
요즈음의 세태를 보며 어디에서 부터 바로 잡혀져야 할지 마음이 답답해오네요.
며칠전 "다이빙 벨" 다큐영화를 보며 슬픔과 분노로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왜 이리 우리 사회 가치관이 혼돈되고 있는 걸까요..
사람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같습니다.
정치, 종교, 자본, 탐진치, 그리고 빗나간 감성과 선입견과 편견까지.....
그 현실을 증명하듯 부산에는 '쿼바디스'를 상영하는 곳이 없습니다.
무지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의 잘못이 아닐까요?
침묵속에 먼산 바라다보며 기도합니다.
주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좋은 글 감사합니다...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지 답답합니다...그래도 깨어있어야 하겠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생존과 미래를 위해 심혈을 쏟고 있는 시기에
저는 일그러진 우리의 모습 앞에서 충분히 분노합니다.
나라의 지도자를 위해 함께 기도해야겠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나는 책망도 하고 징계도 한다. 그러므로 열성을 다하고 회개하여라.``
이 글 읽으면서 부패된 정치와 권력이 판을 치고 자본의 힘이 인간과 사회를 망가뜨리는 이 사회를 고발하고 싶어집니다.
요한 묵시록에서 6번이나 나오는 대목을 적어 봅니다.`` 귀 있는 사람은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귀 있는 사람은~~~
알렐루야!
"귀 있는 사람은 들으십시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하느님께서는 결코 그냥 두고 보지 않으시리라 저는 믿습니다.
머지않아 혹독한 강추위가 닥칠 것입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그시절 동아일보에 한 여대생이 "동아야, 너마저 굴복하면 난 이민갈거야"라고 자비로 광고를 올렸던 글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세월이 참 많이 변한것 같은데 그자리에서 맴맴도는 듯한... 그럼에도 우리와 함께 계시려 오시는 그분때문에
그래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수 있습니다.
해체와 앙가픔의 시대를 화해시킬 대림초의 마지막 촛불을 밝힙니다.
"눈에눈 눈, 이에는 이"라는 살인의 시대에 조종이 울립니다.
오늘도 '거칠고 어리석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혼에 신의 가호를 빌어봅니다.
"God with us!!"
조회수가 이토록이나 많은걸
보면서 댓글은 달지 않았어도
다들 공감하고 가셨을거라고
미루어 짐작합니다.
늘 깨어있기를 갈망하면서도
무심했던 저에게 다시 한번
일깨움을 주셨습니다.
늘 그렇듯 평안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이제 대림초의 마지막 초를 밝혔습니다.
그 불빛이 저희들의 회개를, 세상의 밝음을 비춰주리라 믿습니다.
누군가가 '오늘을 산다는 의미는 오늘의 충실만으로 부족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휴머니스트들은 '한 사람이라도 고통 받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누구도 편안히 잠잘 권리가 없다.'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이상과 현실의 모순과 갈등이 우리를 존재케 합니다.
대림 제4주간을 맞으며 간절히 기도합니다.
부디 안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