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섹스, 그리고 권력. 이것들만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논쟁을 일으키는 주제는 없는 것 같다. 또한 이것들보다 서로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뒤얽혀 있는 것도 없다. 때로는 축복을, 때로는 저주를 가져다 주는 힘이 있는 돈, 섹스, 권력의 문제를 영성 신학자 리처드 포스터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상세히 다루고 있다.
'돈, 섹스, 권력의 문제와 관련하여 오늘날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이 세가지 커다란 윤리적 주제들은 여러 세기에 걸쳐 훌륭한 사상가, 문학가, 종교 단체 등에 의해 진지하게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전혀 다른 영역에서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는 과거의 그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그 문제들을 다룰 수는 없다. 즉 돈, 섹스, 권력의 문제들에 대해 현대적인 응답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돈, 섹스, 권력>의 저자 리처드 포스터는 현대 사회에서 돈, 섹스, 권력에 따른 수많은 윤리적 선택에 직면하여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르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이 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한번 읽어 볼 만하다.
내가 알기에는 예수께서 우리가 하나님과 맘몬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마6:24)고 하신 말씀과, '불의한 재물'(unrighteous mammon, 눅16:9)을 가지고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하는 예수님의 관심을 조화시키려고 시도한 사람이 이제껏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화야말로 우리가 돈의 어둡고 밝은 양면에 대해서 성경이 증언하는 바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 63쪽
예수가 부를 지칭하여 아람어인 맘몬(mammon)을 사용할 때는 그 단어에 인격적이고 영적인 속성을 부여한다. 돈은 단순히 중립적인 교환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생명을 가지고 있는 '힘(power)'이다. 그것도 성격상 종종 매우 악마적인 '힘'이 된다. 따라서 돈을 섬기지 않고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성경에는 소유자로서 하나님의 절대권과 청지기로서 우리의 상대적인 권리라는 측면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모든 것에 대한 하나님의 소유권을 깨달음으로써 소유욕과 욕망의 영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베푸는 삶의 은총과 함께 돈을 통제하고 적절히 사용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2:24)."
성경의 이 구절에는 성숙한 결혼에서 볼 수 있는 계약의 신실성에 관한 고백이 있다. 성교는 단순히 육체적인 것 이상이며, 또한 정서적 및 정신적인 것 이상의 어떤 것을 포함한다. 영혼 깊은 곳을 어루만지며 '한몸'이 되는 확고한 결합임을 성경 기자들은 말하고 있다. 따라서 성경의 윤리는 성을 결혼 서약의 한계 안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권력은 파괴를 가져올 수도, 창조를 일으킬 수도 있다. 파괴시키는 권력은 지배하고자 한다. 인간의 관계를 파괴하고 신뢰를 파괴하고 대화를 파괴한다. 창조하는 권력은 생명과 기쁨 그리고 평화를 준다. 깨진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힘이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준다.
예수는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써(요13:4-15) 권력의 기능과 의미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했다. 리처드 포스터는 현대 사회의 힘의 논리를 거부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향해 같은 마음을 품고 더불어 나누는 것으로, 종으로서의 지도자상을 의미하는 것 등으로 그 섬김의 의미를 논하고 있다.
도난 당한 파인애플 밭이 준 의미
<파인애플 스토리>는 네덜란드령 뉴기니아에서 7년에 걸쳐 한 선교사에게 일어났던 실화이다. 파인애플 묘목을 얻어 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그 열매를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선교사와 자꾸만 몰래 파인애플 열매를 훔쳐가는 원주민들의 이야기이다.
서로 사랑하라고, 서로 친절하게 대하라고 가르치면서도 나는 내 권리를 결코 양보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을 그들은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 53쪽
하나님께 맡기는 방법과 분노를 극복하는 방법을 아주 짧은 이야기로 단순 명쾌하게 들려주고 있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이기도 하다.
지난 해 선물로 받고 단숨에 읽어 내려 갔다. 싱그러운 신록이 연상되는 표지에 들고 다니기에도 가볍고 앙증맞다. 그러면서도 성경이 말하는 삶의 기본 원리에 대해 많은 것을 담고 있어 늘 가까이 두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