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제 15회)

[kimdeoksoo]

□ D. -79

“김 의원, 정말 괜찮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건전한 스포츠 여가활동을 유도하는 겁니다. 실명인증 후 제한된 금액 내에서만 베팅을 하지 않습니까?”

국회 문화체육위원회에서는 왕인베스트가 제출한 온라인 스포츠베팅 사업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회의 분위기는 예상과 달리 무겁게 출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용이 어떻든 간에 중국은 안됩니다. 틈만 나면 치고 들어오는 놈들입니다. 아니 김치하고 한복이 왜 자기들 겁니까? 언제는 영토를 문제 삼더니 이제는 한 수 더 떠서 문화 쪽으로 치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스포츠 사업에 진출하겠다? 말이 안됩니다.”

“예, 맞습니다. 괜히 누울 자리만 만들어주는 꼴 입니다. 분명히 문제가 될 겁니다.”

김 의원은 십자포화를 맞고 있었다. 함께 자리한 같은 당 소속 의원들도 예전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하아~ 뭐가 그렇게 겁이 납니까? 자기들이 돈을 싸 들고 와서 사업을 하겠답니다. 우리가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운영권도 우리 한국체육회에 넘기겠다고도 했답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뭐라고요? 그럼 더더군다나 말이 안됩니다. 불순한 의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김 의원, 왜 이렇게 왕인베스트에 집착합니까?”

“예?”

김 의원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자존심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박 의원,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혹시 내가 그들과 무슨 거래라도 있다는 겁니까?”

“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김 의원이 계속 밀어 부치니까 하는 소리입니다.”

“좋습니다. 내가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대한 족구협회 주관으로 전국족구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선수등록을 받아야 하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원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한국기업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왕인베스트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지원을 해 주었습니다.”

어수선하던 회의 분위기가 침묵 속에 묻혀버렸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에 의원들은 한 동안 멍한 표정을 보이며 서로의 눈치만을 살피기 시작했다. 억울함을 단번에 회복한 듯 김 의원은 다시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감정이 우선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의 문화체육발전은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고 도약의 발판을 제공해야 합니다.”

“좋은 이야기입니다 김 의원. 하지만 왜 중국의 자본이 활개치게 법률까지 만들어 줍니까? 이건 아닙니다. 그리고 족구협회에 지원을 해 준 것도 분명히 의도가 있습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분위기가 다시 연출됐다. 잠시 조용하던 의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김 의원은 당황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의원님들, 이성적으로 접근하자니까요. 좋습니다. 제가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목소리를 높인 김 의원이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뭉치를 꺼냈다. 서류뭉치 이곳 저곳을 살피더니 원하던 내용을 찾은 듯 한 장의 서류를 꺼내 들었다.

“한국체육회의 년간 예산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뜻밖의 질문이 들려왔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갑작스런 질문에 서로의 얼굴만을 바라볼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4,000억원정도 됩니다.”

어디선가 대답이 들려왔다. 만족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김 의원은 손에 든 서류를 다시 한번 훑어 내려갔다.

“예, 맞습니다. 2020년 예산이 3,939억원입니다.”

“김 의원 갑자기 예산은 왜 꺼내든 겁니까? 회의 내용하고 동 떨어져 있습니다.”

다른 의원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무리 지으려 하던 회의가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예산이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그 예산의 대부분인 96.5%가 공공재정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말씀 드리고 싶은 겁니다.”

“아니, 그거 당연한 것 아닙니까? 당연히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야죠.”

“바로 그겁니다. 우리 한국체육회와 같은 기능을 지닌 조직이 외국에는 NOC라 불리는 국가올림픽위원회가 있습니다. 영국이나 미국은 국가올림픽 위원회에 국가 지원금이 없습니다.”

의원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집요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김 의원의 발표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일본은 2018년 기준 44.5%, 호주는 32.8%의 국가지지원금을 받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부분은 어떻게 확보할까요?”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입을 여는 의원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김 의원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회의장에 들려오며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 분명히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기업 스폰서쉽, 경기단체 회비, 라이선스 수입 등에서 채우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지 아시겠죠? 국가에서 받은 한정된 돈으로 한국체육회는 운영되고 있습니다. 4,000억으로 산하단체지원, 국가체육행사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버겁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래서 중국애들 돈을 쓰자는 겁니까? 그리고 스포츠베팅 사업은 우리도 이미 있지 않습니까? 물론 온라인은 아니지만요.”

“예, 그 말씀이 이제야 나오는군요. 맞습니다 스포츠토토가 있고 우리 스포츠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도 놀랐는데 스포츠토토 수익금으로 조성된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정부 체육예산의 85% 이상인 1조5,000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 봐요. 이미 스포츠베팅을 잘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른 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김 의원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예,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포츠토토의 발행사업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 정식명칭은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 진흥공단이죠. 그들의 산업분야는 전문, 생활, 장애인 체육 및 체육단체지원과 스포츠과학 연구, 보급 그리고 스포츠 산업육성 및 서울올림픽기념시설물 관리 및 운영입니다.”

김 의원은 서류에 적힌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 내려갔다. 따분한 듯 그의 발언을 듣는 의원들은 피곤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발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발표가 마무리 된 듯 김 의원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뭡니까?”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의원의 시선이 짜증 섞인 목소리를 뱉어내는 의원의 얼굴에 꽂히며 다시 김 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지금 말하는 요점은 한국체육회의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장황하게 설명 드린 겁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듯이 한국체육회도 그랬으면 한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조용하던 김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의원의 지원사격이 시작되었다.

“김 의원의 발표대로 국민체육공단은 말 그대로 범 국민적인 체육활동을 지원합니다. 일이 많다는 거죠. 한국 엘리트스포츠를 이끄는 한국체육회는 그 중 하나의 섹터일 뿐입니다. 진정한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체육회의 안정적 수익사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마무리 될 것 같던 회의는 마지막 김 의원의 발표가 기폭제가 되었다. 의원들은 서로의 의견을 소리 높여 외치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회의는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계속 이어졌다.

[여명(정봉혁)]

잘 읽었습니다 점점 재미있네요

[kimdeoksoo]

ㅎ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