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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여 하나님을 영화롭게 (레 19:11-12)
오늘 본문이 들어있는 레위기 19장은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삶이 어떤 것인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레위기 19장은 <신앙>과 <이웃에 대한 책임>의 상호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레위기 19장에서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또는 “나는 여호와이니라.” 하는 말씀이 3, 4, 10, 12, 14, 16, 18, 25, 28, 30, 31, 32, 34, 36, 37절에서 15번이나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성경 어디서도 그 말씀이 그렇게 집중적으로 반복된 곳이 없습니다. 이것은 이 장에서 주어진 윤리명령들이 모두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주신 명령들이고, 따라서 하나님의 백성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계명들임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신앙인이 사회적 관계를 바로 갖기 위해 지켜야 할 명령들입니다. 거기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금지하신 것 네 가지를 봅니다. 즉 도둑질하는 것, 속이는 것, 서로 거짓말하는 것, 하나님의 이름으로 거짓 맹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네 가지를 금하시는 명령을 한 가지 명령으로 환원한다면 “정직하라”는 명령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도둑질이나 속이는 일이나 거짓말이나 거짓 맹세는 모두 정직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거짓 맹세하는 것에는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는 하나님 자신의 엄한 경고까지 붙어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이름으로 거짓 맹세하는 것뿐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도둑질하고 속이고 서로 거짓말하는 것은 다 하나님에게 욕이 돌아가게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즉 우리가 정직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매사에 정직하면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직은 또 사회에 팽배한 의심과 불신과 미움을 쫓아내고 사회를 튼튼하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정직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짧은 세월에 가장 놀라운 발전을 이룬 나라라고들 합니다. 물론 더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발전하려면 그냥 이대로는 안 될 것입니다. 정직한 국민, 정직한 정부, 정직한 사회가 되지 않고서는 더 발전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정직은 국민 사이에 국민과 정부 사이에 신뢰가 쌓이게 합니다. 이 신뢰야말로 국가발전의 동력이 되고 국가안보의 가장 확실한 담보가 되는 것입니다. 이 신뢰 없이는 국가의 부를 허비하게 될 것이고 국민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정직하면 손해 본다”, “정직은 바보들이나 하는 일이다”, “정직은 무능한 자들의 자기합리화에 불구하다”는 사고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예수 믿는 전직 외교관들의 모임에서 갖는 월례예배에 설교를 부탁받고 갔다가 한 전직 외교관으로부터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가 사귄 미국 국무부의 고위 관료들이 처음에는 예의상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두터운 친분을 쌓게 되자 그에게 흉허물 없이 털어놓는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하바드 대학에 들어가기를 좋아하는데 하바드대학에 입학한 한국학생 중 절반이 퇴학을 당한다는 것입니다. 퇴학을 당하는 이유가 컨닝하다가 컨닝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컨닝하다가 퇴학당하는 학생은 한국학생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퇴학당하지 않고 졸업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한 사람들 중에도 80퍼센트는 2년 만에 직장에서 쫓겨나는데 그 이유가 정직하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이런 모든 사실과 미국 국무부의 고위관료들이 한국 사람들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이래도 계속해서 정직하지 않은 국민, 정직하지 않은 정부, 정직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야 하겠습니까? 빨리 정직한 국민, 정직한 정부, 정직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정직해도 손해 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 그 자체가 성공한 삶”이라고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확신하고 그렇게 말하며 그렇게 가르치고 그렇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 어디서 누가 그런 것을 가르칩니까? 정부가 가르칩니까? 학교에서 가르칩니까? 가정에서 부모들이 가르칩니까? 오히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우선 남을 이기고 보고 남보다 성공하고 봐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아닙니까? “정직해도 손해 보지 않는다”, “정직하게 사는 것 그 자체가 성공한 삶”이라 확신하고 그렇게 말하며 그렇게 가르치고 그렇게 행동하는 일에 그리스도인들이 앞장 서야 할 것입니다. 교회가 가르쳐야 합니다. 예수 믿는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그는 진실하시며 진리 자체이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진실하시다면 그를 믿고 섬기는 우리들도 진실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직해도 손해 보지 않는다”, “정직하게 사는 것 그 자체가 성공한 삶”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언급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 것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한동대학교 총장님이 자랑거리로 하시는 것을 우리 교회 장로님 가운데 한 분이 들으시고 전해주신 이야기입니다. 한동대학교를 나온 졸업생이 어느 큰 회사에 입사하려고 시험을 치면서 면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회사 회장님이 물었답니다: “한동대에서 4년간 무엇을 배웠습니까?” 그러자 그 졸업생이 거침없이 대답했답니다: “정직을 배웠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회장님은 두말없이 그 자리에서 그 졸업생을 채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학교, 이런 학생, 이런 회장님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아직은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정직해도 손해 보지 않습니다. 정직해서 손해 보지 않는 사회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입니다.
제가 프랑스 유학시절에 있었던 일 한 가지를 소개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코 제 자랑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3년간 받으며 공부했습니다. 그때 제가 받은 장학금 액수가 1000프랑이었습니다. 지금 기억으로 그때 우리 돈으로 10만원 정도였습니다. 매달 장학금을 받으면 먼저 학생후생복지지원센터에 들려서 한 달 치 대학식당 식권을 사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기숙사에 돌아와서 한 달 기숙사비를 냅니다. 그리고는 십일조를 때고는 나머지 돈을 가지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곤 했습니다. 한 번은 장학금을 받고 늘 그랬듯이 먼저 학생후생복지지원센터에 들려서 한 달 치 대학식당 식권을 샀습니다. 식권은 한 장에 3프랑, 우리 돈으로 치면 300원 정도였습니다. 식권은 10장으로 되어있는 한 권을 30프랑씩에 팔았습니다. 하루 세끼 한 달이면 90장이 필요하니까 늘 아홉 권을 사곤 했습니다. 그날도 식권 아홉 권을 사고 기숙사에 돌아왔는데 와서 보니 아홉 권이 아니라 열 권이었습니다. 담당직원이 잘못 센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 학교 갔다가 강의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학생후생복지지원센터의 식권구매처에 들려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식권 한 권을 되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식권판매 담당자가 저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별 사람 다 보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처음 들어보는 나라라는 표정을 지었고 그 방에 있던 다른 여직원들도 자기들끼리 재미나다는 듯 그들 특유의 눈짓 몸짓을 주고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나서 두 번째 여름방학을 맞게 되었을 때입니다. 첫 여름방학이 너무 덥고 지루했다는 기억 때문인지 두 번째 여름방학은 한국에 돌아가서 지내고 싶었습니다. 3년차부터 본격적으로 논문 쓸 준비를 시작하면 귀국할 수도 없고 그러기 전에 귀국해서 결혼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팔순이신 할아버님이 그 당시 위태로운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하나님의 응답을 받기 전에는 내려오시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시고 용문산에 금식기도를 들어가셨다는 소식이 와서 잘못하면 할아버님 다시 뵙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일어났습니다. 또 바로 아래 여동생이 결혼을 한다는데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안 계신 터에 오빠라도 있어줘야 될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귀국해야할 명분이 막 쌓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름방학 지내겠다고 일시귀국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분수에 넘치는 일이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지내던 일본학생이 귀가 솔깃한 소식을 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프랑스정부장학생에게는 경우에 따라서 장학금 수혜기간 중 한 번 귀국할 수 있는 에어프랑스 왕복항공권은 주는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거 한 번 신청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묻기를 “그러면 네가 갔다오지 왜 나에게 그런 정보를 주느냐?” 했더니 자기는 사정상 방학 동안 죽어라 하고 논문 써서 빨리 귀국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니까 그 왕복항공권을 신청해보기로 하고 학생후생복지지원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알아보니 그것은 2층에 있는 보다 높은 책임자를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담당자를 찾아 사무실로 들어갔더니 한 중년 부인이 앉아있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정부장학생인데 여차여차 해서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해 본국을 다녀갔다 오면 좋겠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겠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이라고 대답했더니 그 부인이 잠시 제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혹시 오래 전에 대학식당 식권 한 권을 더 받았다며 반납하러 온 적이 없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까맣게 잊고 지냈지만 그 일이 생각이 나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부인의 말인즉 그때 자기가 잠시 아래층에 있던 식권구매처에 내려와 부하직원들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두 말 하지 않고 파리에서 도쿄 경유 서울 행 에어프랑스 왕복항공권을 끊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덕에 귀국해서 할아버님도 만나 뵙고 여동생 결혼하는 것도 지켜보고 그리고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이 지금의 제 아내와 세 차례의 데이트 끝에 결혼도 하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갔던 것입니다. 그때 항공권 가격이 얼마였는지 모르지만 식권 한 권 우리 돈으로 3천 원에 정직했더니 하나님께서 수백 배로 복을 주신 것입니다. 정직해서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이 긴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손해 보지 않으니까, 아니면 수십 배, 수백 배로 복을 받기 위해 정직 하려고 하는 것은 잘 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해야 하고, 정직해서 특별히 더 복 받는 것 없어도 정직하게 살 수 있는 것 자체를 복으로 여길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래 전에 한 번 했던 이야기이지만 제가 새문안교회에 부임하기 전에 갖고 있던 집사고 팔 때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겠습니다. 대장암 걸려서 수술 받고 난 후에 혼자 조용히 쉬기도 하고 책도 볼 공간이 필요해서 16평 짜리 주공아파트 한 채를 사서 서재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 집을 1억1250만원에 샀습니다. 부동산소개소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다 보니까 매매가를 8천만 원으로 기입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매매가대로 하면 세금 많이 나오기 때문에 세금 백만 원 이하로 나오도록 알아서 다 해드린 것이니까 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매매가로 계약서 다시 작성해달라고 했더니 별 사람 다 본다고 투덜투덜하면서 그러면 세금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니 다시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복덕방 사람은 아주 기분 안 좋아하며 다시 작성해서 계약을 마쳤습니다. 그 일로 세금 많이 물었지만 기분은 아주 좋게 그 집에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새문안교회에 부임하고 교회사택으로 이사 온지 얼마 있다가 그 부동산소개업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 집을 사겠다는 작자가 있는데 자기가 값을 잘 받아줄 터이니 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러겠다고 하며 얼마를 받아줄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 복덕방의 말이 사려는 사람은 값을 많이 깎아달라고 졸라대지만 자기가 말하기를 “이런 분한테서는 한 푼도 깎아서는 안 됩니다. 이 분이 어떤 분인데.”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복덕방에게 제가 목사라는 말을 한 적도 없고 새문안교회로 올 때 무슨 일 때문에 어디로 이사 간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이 사람이 우리 아파트를 매매하기 위해 수소문을 해서 제가 목사이고 새문안교회라는 데로 갔다는 것을 알아냈던 것입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구나 했습니다. 만일 그 아파트를 살 때 그 복덕방이 하라는 대로 매매가를 싸게 적어서 세금 적게 냈더라면 나중에 그 사람이 제가 목사인 줄 알게 되고 새문안교회 담임목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속으로 아니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뭐라고 말했겠습니까? “뭐 목사라는 사람도 별 수 없더라. 대한민국의 어머니교회 담임목사라는 사람도 세금 덜 내려고 정직하지 못하게 매매가 속이고 치사하게 굴더라.” 했을 것 아닙니까? 정직하게 행동하게 지켜주시고 그래서 새문안교회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며 명령하시기에 정직하기를 힘쓰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정직에 기초한 선한 일들을 많이 해서 그동안 교회가 크게 잃어버린 사회로부터의 칭찬과 신뢰와 존경과 사랑을 되찾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우리와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것이 교회가 살고 나라도 살리는 길입니다. 갈수록 거짓이 판치고 거짓말과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낄낄거리고 좋아하는 세태에 맞설 수 있는 길은 정직뿐입니다. 금년에 <선한 일로 하나님께 영광을>이라는 교회표어를 내건 새문안교회입니다. 각 제직부서마다 어떤 선한 일을 어떻게 행할 것인지를 열심히 연구하고 실천하는 이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