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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문학은 기록문학입니다.
이 작품은 일반인의 생생한 6.25 피난을 기록했습니다.
피 난 가
김우연 작 (김삿갓 직계 후손)
출처 : 『달의 미소』 / 김승규
교정. 편집 : 권숙희
어화세상 벗님들아 나의말을 들어보소
피난가를 지었으니 한번보고 웃어주소
잘지으면 칭찬이요 못지으면 비평이라
내가지난 고생한일 자랑삼아 지었도다
세상천지 배판하고 동서각국 창업되니
우리나라 어디더냐 동해중에 위치잡아
지광은 편소하나 금수강산 삼천리라
단군시조 전한사적 사천년에 빛났었고
예의동방 우리나라 우주간에 찬란터니
어찌하여 우리국운 이지경이 된단말가
삼팔선이 무엇인지 국토가 양단되고
적백이 무엇인지 국민이 분열되어
남북이 싸움하니 골육상쟁 이아닌가
인생출세 이세상을 역력하게 회고하며
예로부터 반만년에 흥망성쇠 소소하다
초한대전 삼국대전 임진왜란 병자호란
갑오년의 동학란과 병신년의 의병난리
구라파의 일차대전 태평양의 이차대전
풍문으로 들었었고 사기로만 보았더니
세상천지 큰전쟁이 이나라에 발생하니
불쌍할손 창생이요 억울할손 죽음이라
경인년 유월달에 북한병력 남침하니
전쟁시초 이아닌가 불각중에 있는난을
막을도리 바이없어 큰전쟁이 벌어지니
국부가 이동하고 국군이 후퇴하니
만민이 깜짝놀라 물끓듯이 하는구나
가련하다 내고향에 소개령이 발발하니
남녀노소 야단이고 의복가지 대강싸고
식량조금 수습하여 어린자식 앞세우고
백발노친 뒤를따라 두서없이 떠나는데
남부여대 단보따리 가련한 신세로다
소래기 왔던곳에 병아리 흩어지듯
산중으로 가는사람 야외로 가는사람
울며불며 하는거동 목불인견 이아닌가
어린자식 앞세우고 백발노친 뒤를따라
완택산중 들어가니 석달동안 지날적에
바위밑에 천막치고 하루하루 지날적에
높은산천 올라서서 살던고향 바라보니
비행기의 폭격성은 하늘과땅 진동하고
달아쏘는 대포소리 산악들이 무너진다
사방을 둘러보니 원근을 불분이라
야외의길 끊어지고 산중에만 살게되니
옛적에 산중처사 도연명과 일반이다
난중에 할일없어 백이숙제 본을받아
산천올라 나물캐고 물에서는 고기잡고
강태공의 본을받아 유수세월 보낼적에
밤이되면 홀로앉아 두견새를 벗을삼고
이태백의 본을받아 월색따라 시를쓰고
그럭저럭 지날적에 곰곰이 생각하니
날씨점점 차워지고 신세타령 절로난다
날씨는 중중하고 교통편은 끊어지니
고향에 부모형제 다시한번 못만나고
완택산의 깊은곳에 우리식구 오륙명이
다시두말 할것없이 산중객귀 된것같다
옛집을 가보자니 공산군에 붙들리며
안동길로 백리이며 군량운반 하라하니
그도또한 못가겠고 속절없이 가는세월
삼개월이 지나가니 팔월추석 되었는데
천산만야 곳곳에는 희소식이 들어온다
국군들이 용전하고 유엔군의 후원으로
공산군을 사로잡고 아군들이 진주하니
가자가자 어서가자 산중피난 그만하고
행장들을 수습하여 내집으로 돌아가자
남부여대 단보따리 앞서가기 재촉하여
살던내집 찾아오니 이웃사촌 다모였고
친구벗님 다오셔서 손에손을 마주잡고
울먹이며 하는말이 어디가서 피난하고
얼마만큼 고생했소 백발노친 안녕하며
어린자식 무고하며 국군들의 용전으로
공산군을 물리치고 남북통일 될것이요
태평세상 될터이니 없는것을 한탄말고
오순도순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잤더니
전쟁이 후퇴한다 피난이라 하는것은
천년에도 한번이요 만년에도 한번인데
우리국운 어찌하여 일년이 채 다못가서
두번피난 웬말이며 두번유랑 웬말이냐
동짓달 그믐날에 소개령이 선포되니
동리사람 우글우글 남녀노소 야단이다
의복가지 대강싸고 식량되나 수습후에
눈은와서 은세곈데 순서없이 또떠난다
정처없는 길을떠나 앞산재에 올라서서
살던내집 바라보니 눈물이 앞가리고
신세타령 절로나며 인성만성 야단이라
대궐같은 나의집은 빈집같이 비워놓고
배고프게 모은재산 헌신같이 다버리고
가는곳이 어디이며 목적지가 어디메냐
왜정시대 다시와서 북만주로 이민가나
면면촌촌 다떠나니 인산인해 많은사람
길이좁아 갈수없다 때는마치 섣달이라
눈은와서 쌓였는데 설한풍이 몰아치니
빙판길이 희미한데 각한령을 올라갈제
한걸음씩 올라가니 두걸음씩 물러선다
촉도길이 험하기로 이보다야 더할소냐
사방으로 둘러보니 유리같은 빙판이다.
백발노인 엎어지고 어린자식 자빠지며
이고지고 통곡하며 어린자식 부모도리
오장육부 다녹는다 철이없는 어린아이
춥고떨고 손시려워 설중빙판 앉아우니
업고라도 가려하니 이불봇짐 어이하며
진퇴양난 이런말은 나를두고 이름인가
그럭저럭 재를넘어 동동걸음 사흘만에
제천송학 도착하니 생각잖은 난리로다.
미군아군 길을막고 한사람도 안보내니
수만명의 많은사람 비조불통 하게되니
함평양도 피난민과 북강원도 이북사람
불원천리 배를타고 주문진에 상륙하여
대관령을 넘어서서 수만명이 쏟아지고
양양속초 간성사람 강릉평창 영월정선
수십만명 많은사람 논들인지 밭들인지
인성만성 많은사람 삼대같이 모였는데
자식잃은 부모들은 자식불러 우는소리
부모잃은 자식들은 부모불러 우는소리
그리그리 하는중에 비행기가 날아들어
폭격을 시작한다 피난이 무엇이야
난리마중 여기왔다 굉장하다 탱크차는
산악같이 굴러가고 달아쏘는 대포소리
비행기의 폭격소리 산악들이 무너진다
그러하고 있는중에 해가지고 저문날에
길을열어 가라하니 수십만의 피난민은
앞서가기 재촉하여 배재고개 넘어설제
염라국이 어디메며 북망산이 여기로다
그물망에 걸린고기 강으로 달아나듯
함정속에 갇힌범이 산중으로 달아나듯
구사일생 나의목숨 긴한숨이 절로난다
인성만성 가는사람 길이좁아 갈수없다
논들인지 밭들인지 천방인지 지축인지
언덕배기 떨어져서 팔부러져 우는사람
구릉아래 떨어져서 머리깨고 우는사람
자식잃고 우는사람 부모잃고 우는사람
우는사람 가련하다 어느누가 위로하리
옛날옛적 공부자는 삼강오륜 법을지어
형우제공 부자유친 윤리도덕 전하건만
오늘날을 당하여는 윤리도덕 무너지고
제몸하나 살겠다고 부모두고 달아나며
제천역을 당도하야 피란봇짐 살펴보니
의복가지 제다잃고 족보까지 잃었으니
삼한갑족 안동김씨 돌김가가 되었구나
월백설백 천지백에 사방팔방 은세계라
하천가에 나무주워 제방우에 모아놓고
식구들이 돌아앉아 하룻밤을 지날적에
과거사를 생각하니 일장춘몽 이아닌가
설한풍의 찬바람은 뼈와살을 도려내고
네살유아 품어안고 칠세짜리 요를덮어
인명보호 하느라니 그고생이 오죽하랴
어화세상 벗님들아 제것있어 잘산다고
인간차별 하지말고 없는사람 괄시마소
권불십년 부불삼대 교불삼년 못들었소
십년가는 권세없고 삼대부자 드문거요
꾀부리고 방자한건 삼년가는 예가없다
가사짓는 이자체도 인간행도 오십년에
비와바람 다지나고 흥진비래 겪었으나
오늘날에 이신세는 둘도없는 걸인일세
그럭저럭 날새우고 조반한술 지어먹고
죽령길을 향할적에 군인헌병 길을막고
단양땅에 접전되고 죽령통로 막혔으니
청풍황강 가는길로 빨리가라 재촉하며
목목마다 군인서서 피난민을 안내하니
동해바다 깊은물에 뱃사람의 후레아들
심산궁곡 사냥꾼이 좁은골에 돼지몰듯
수십만명 피난민을 한길로만 몰아치니
인성만지 인해중에 수천대의 우마차라
어깨를 서로비벼 길이좁아 갈수없다
제천 발 금성갈제 하나님도 무심하다
때 아닌 궂은비는 종일토록 주룩주룩
하늘에는 눈이오고 땅에내려 빙판되니
사면팔방 은세계에 유리장판 되었구나
아침에는 반짐지나 석모에는 온짐이라
섣달이라 차운비를 종일토록 맞았으니
의복신발 모두젖어 촌 보를 못갈형편
천운인지 인운인지 급한환경 또생긴다
근거리에 대포소리 꽈광꽝꽝 들려오고
전세가 위급하니 빨리가자 재촉일세
끌고가던 구루마는 다리밑에 자빠졌고
몰고가던 농우소는 제멋대로 뛰는구나
업고가던 어린애는 빙판위에 내버리고
이고가던 피난봇짐 행길가에 버렸구나
그중에도 불쌍한건 자식잃은 팔십노인
부모잃은 어린자식 목불인견 이아닌가
인명은 가련하다 어느누가 돌아보리
어떤부인 볼적시면 업고가던 어린아이
벌써얼어 죽었건만 정신없이 업고간다
어떤부인 효성보소 머리위에 봇짐이고
시어머니 업고가니 출천대효 이아닌가
어떤양반 효성봐라 봇짐위에 모친모셔
북풍한설 찬바람에 땀흘리며 가는구나
어떤놈의 행동보면 부모처자 다버리고
끈떨어진 두루마기 혼자몸만 도망치며
제몸하나 살겠다고 불원천리 달아난다
어화세상 벗님네야 내가한말 진심이니
물에빠져 죽더라도 자네정신 잃지말고
십승지지 찾지말고 마음부터 고치거라
제죽는걸 싫어함은 인지상정 이아닌가
백살먹은 상노인도 죽는것은 설워하고
삼척동자 어린애도 제목숨은 중히안다
일가족을 원을맺고 어디가면 잘살거냐
명산대천 산신당에 백일기도 축원말고
저의양심 바로지켜 수복강녕 구하여라
금성면을 다지나고 청풍황강 지날적에
동리마다 비었는데 피난민만 우글우글
어떤촌락 들어가서 빈방하나 구하려고
해는이미 석양인데 이집저집 다니자니
호구조사 내가왔나 청결검사 내가왔나
암행어사 즉각뜨고 선악공판 하려왔다
이집저집 다다녀도 방얻기는 다틀렸다
어느집에 들어가서 헛간에다 자리잡고
가마떼기 주워깔고 이불펴서 자리보고
저녁한술 지어먹고 어린것들 눕혀노니
악마같은 찬바람은 사정없이 불어오고
어린자식 사남매가 자지않고 앉아우니
일촌간장 나의마음 오장육부 재가된다
이애들아 울지마라 너울음에 나죽는다
오늘저녁 여기자고 내일밤엔 방에자자
우는자식 달래어서 이불속에 뉘여놓고
마누라를 보노라니 차마못볼 형태로다
설상에다 가상으로 임신하여 만삭인데
배는불러 채독같고 몸은부어 짚동같다
네댓밤을 한동함에 해소까지 생겼으니
침불안석 잠못자고 식불감미 밥못벅어
고생고생 몇몇날에 일각이 여삼추네
혼자앉아 생각하니 나도집에 있을때는
대궐같은 기와집에 남과같이 살았건만
이때를 당해서는 하루살이 거지로다
저사람들 행동보소 짐승보기 부끄럽다
반장구장 못한놈이 환장한놈 천지로다
욕심많은 솔개미가 까치집을 점령하듯
남의집에 들어앉아 제집같이 유세하고
찹쌀퍼다 떡해먹고 멥쌀퍼다 밥해먹고
닭은잡아 국끓이고 돼지잡아 불고기며
간장된장 고추장은 입맛대로 가려먹고
문짝뜯어 군불때고 의농부셔 밥해먹고
철창으로 땅을뒤져 감춘물건 찾아내어
남부여대 이고지고 호기있게 가는구나
그마음과 그행동이 어디간들 살수있나
하나님이 살피시고 신의눈은 번개같다
내목숨이 중하거든 남의생명 중히알고
내재산이 중하거든 남의재산 중히아소
저런심장 가지고서 피난이 무엇이야
어화세상 벗님들아 나의심정 들어보소
고생고생 고생고생 이런고생 보았는가
편편약질 내힘으론 업고가도 못할테요
인비목석 아니거든 두고가도 못할테라
아무리 생각해도 진퇴양난 속수무책
마누라를 살리자니 자식새끼 다죽이고
자식새끼 살리자니 마누라가 죽는구나
인생출세 기천년에 이런일도 있었던가
인간생활 사십여년 죄지은일 없건마는
어찌하여 내신세가 이지경이 웬일인고
푸른하늘 쳐다보며 깊이탄식 애가탈제
어떤사람 소를몰고 관평재를 올라온다
옳다이제 살았구나 여보시오 저양반아
피난민의 사정이요 임산부가 길못가고
무인공산 이산중에 두서없이 죽겠으니
소를조금 태워주면 만고적선 아니겠소
태산같은 그은혜는 결초보은 하오리다
저사람이 하는말이 여보당신 정신없소
거울같은 빙판길에 빈소라도 극난한데
사람어찌 태워주나 두말없이 가는구나
실망일세 실망일세 닭쫓던개 울보길세
해는점점 석양판에 인적은 끊어지고
맹랑하다 맹랑하다 날은점점 추워온다
가련하다 가련하다 이산중에 무슨일로
일가족이 몰살하여 동사귀신 된단말가
양재기에 물을끓여 마누라를 어한하고
둘이서로 마주앉아 신세자탄 울음울제
하나님이 하찰하고 신령님의 도움인지
절처봉생 이아닌가 활인지불 만났도다
어떤사람 지개지고 휘적휘적 올라온다
여보시오 저양반아 피란민의 사정보소
임신부가 길못가고 일모도중 이산중에
속절없이 죽겠으니 사람목숨 불쌍하오
지개에다 짊어지고 이재하나 넘겨주면
하해같은 그보수는 아낌없이 드리리다
그양반이 하는말이 보수말씀 그만두고
날이이미 일모하니 어서빨리 오르시오
살았구나 살았구나 산중객귀 면했구나
함지사지 후에생은 이를두고 이름일세
고산준령 높은재를 순식간에 넘어가니
어떤촌락 내다를때 아해들은 먼저와서
어미아비 기다리고 애가타서 울음운다
지개꾼을 하직하야 보수주어 인사하고
빈방하나 얻으려고 애가타서 돌아칠제
먼저왔던 친구들이 여기저기 내다르며
손을잡고 하는말이 죽지않고 살아왔나
오늘같이 추운날에 불행중에 다행일세
종일토록 주렸으니 오죽이나 시장하랴
술한잔에 어한하고 식사하러 어서가자
따라가서 식사하고 잠자리를 정할적에
방얻기는 다틀리고 헛간하나 내처소라
일가족이 둘러앉아 밤샐일이 맹랑터니
어떤친구 찾아와서 동정하여 하는말이
이래서야 될수있나 내방으로 가자한다
자네어이 방이넓어 우리식구 가자하나
방이넓어 그러는가 친구사정 살펴보니
당삭이된 임산부와 천진난만 어린것들
오늘같이 추운날에 한동하면 죽을테니
몸이성한 우리들은 한동한들 관계있나
옛속담에 이르기를 어미팔아 친구삼기
오늘날의 내형편에 이런때를 이름일세
옛날옛적 공부자는 교화중생 하실적에
삼강오륜 한문구에 붕우유신 이아닌가
친구뒤를 따라가니 말과같이 좁은방에
이마를 맞대고서 두집식구 합숙하니
눕기는 고사하고 발도펴기 곤란일세
그럭저럭 날새우고 조반한술 지어먹고
앞길을 전진할제 닥치나니 영길이라
인부하나 삯군사서 임부업혀 넘어가니
마을한곳 당도하니 이곳이름 벌방우라
담배찌는 건조실에 숙소를 정해놓고
나무주워 군불때고 저녁한술 끓여먹고
화로가에 돌아앉아 아해들과 희롱할제
어허세상 벗님들아 이일을 어찌하나
오를수록 태산이요 건널수록 대강일세
마누라의 하는말이 해산기미 급급하니
방얻으라 재촉한다 예측은 하였으나
정신이 암암하고 의사가 막막하다
사고무친 이산중에 어디가서 방을얻나
구장찾아 인사하고 반장찾아 사정하여
방한칸을 얻어내어 피란봇짐 옮겨놓고
뒷산올라 나무주워 방따시게 군불때고
섣달이라 이십삼일 밤은깊어 야밤중에
순산생녀 하고보니 앵무같은 딸이로다
첫국밥을 지을적에 없는것도 하도많다
동해바다 어디메요 미역한족 못구하고
들기름도 없었으니 무국이 있을손가
소금물에 된장풀어 산모를 먹인후에
밤은이미 오경인데 수심하니 몸불성을
이런생각 저런생각 잠은영영 아니온다
산심야심 객수심은 나를두고 이름일세
다만한칠 지내려도 쌀이없어 수심이요
안동까지 가자하니 언제가나 수심이다
몸이부은 저산모를 살려내기 수심이요
육칠명의 우리가족 아귀될까 수심이다
여보시오 마누라야 걱정근심 너무말고
아무쪼록 어찌나마 살아나면 장땡일세
수심걱정 하다보니 동방기백 날이새고
제자전촌 양삼가에 조반짓는 연기로다
동산우에 뜨는햇님 유정하기 짝없도다
어제보고 오늘봐도 언제라도 햇빛이요
지난밤의 고생가를 낱낱이 위로한다
얼음깨고 물을길어 조반한술 지어먹고
아해들을 앞에놓고 순순히 이른말이
너희어멈 해산하고 안먹으면 죽을테니
너희오늘 왕능가서 이것저것 사서오되
돈이전부 이뿐이니 시킨대로 사오너라
쌀을닷되 사고나서 미역을랑 두올이요
석유기름 두홉사고 들기름은 한홉이라
간장일랑 오홉사고 두세마리 명태사서
속히속히 다녀와야 너희모친 살릴게다
왕능이 몇리냐면 오십리 길이란다
만약에 더디가다 날저물면 큰일이다
아들놈은 십오세요 맏딸년이 십일세라
가고오는 백여리에 어린남매 보내놓고
돌아오기 바랄적에 일각이 여삼추라
사람사는 생필품에 식량이 제일이라
모든물자 극난이나 나무하나 풍부하다
산에올라 나무해다 방뜨시게 불때놓고
해는져서 석양인데 애들오는 마중차로
동구밖을 나가보니 온동리가 술렁술렁
피란민들 떠나가고 동네사람 다떠난다
무슨일이 또생겼나 가는내력 물어보니
멀지않은 관평동에 수천명의 적이와서
어제저녁 거기자고 오늘저녁 여기온다
안들으면 그만이지 좌이대사 할수있나
생명하나 중하다고 사람사람 다떠난다
기다리고 애가탈제 어린남매 돌아온다
하마벌써 다녀오나 기특하고 기특하다
다리아파 어찌오며 손시럽지 아니한가
손을잡고 돌아와서 얼렁뚱땅 밥을지어
저녁식사 마친후에 아해들이 하는말이
동네사람 다가는데 우리들만 안나가고
오늘밤에 이곳에서 난리만나 죽을테니
쉬어가자 울음운다 이애들아 말들어라
죽는대도 할수없지 해산하신 너의모친
침침칠야 이밤중에 한걸음을 어찌가나
오늘밤을 지낸후에 내일일찍 떠나가자
아해들을 달래어서 이불덮어 눕힌후에
일촌간장 좁은곳에 만곡수를 넣어두고
지우나니 한숨이요 태우나니 창자로다
침불안석 잠못자고 전전반측 그럴적에
난데없는 군화소리 지축을 울리더니
문을펄쩍 열더니만 불문곡직 들어서며
우리는 산객이니 식량달라 하는구나
그사람을 살펴보니 완전무장 하였구나
수류탄은 허리차고 권총일랑 손에들고
따바리총 장총이랑 양어깨에 메었으니
한번봄에 기절하고 두번바로 볼수없다
정신줄을 수습하고 간신히 입을열어
여보시오 군인양반 우리사정 들어보소
피란가는 도중에서 임산부가 해산하고
산미몇되 있는것을 차마어찌 줄수있소
저군인 거동보소 쌀자루를 당기면서
당신사정 그러하나 내사정도 딱하다고
염치없는 저사람이 자루채로 뺏어간다
총칼이 무섭거든 누구라고 반항하리
인생출생 기만년에 이런고생 또있던가
오늘날에 생각하니 나와백년 원수로다
그럭저럭 날이새니 섣달이라 이십오일
해산한지 사흘만에 왕릉으로 내려갈제
신생유아 핏덩이는 십일세가 업고가고
마누라의 걷는걸음 심봉사의 거동이요
팔세짜리 오세짜리 제풀대로 걸어갈제
연로상에 보는사람 누가아니 처량하리
세상천지 대전란에 환장한 저사람들
늙은부모 어린처자 헌신같이 버리는데
출생삼일 핏덩이야 말할것이 무엇있나
그러나 생각하니 그도또한 인생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하느님이 무섭구나
버리지 않더라도 자연으로 죽을터라
오리가다 헤쳐보고 십리가다 헤쳐보고
허허이런 민주보소 그것도 인간이다
아직도 죽지않고 눈만깜짝 하는구나
2023.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