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문장들, 마음을 담는 셔터.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 습관과도 같다.
머릿속에 생각들이 어지럽게 엉켜들 때면, 나는 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자연스레 펜을 들거나 자판 위에 손을 올린다.
글쓰기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내보일 만큼 매끄럽거나 세련된 글이라 말할 자신은 더더욱 없다.
그저 삶의 고비마다 떠오른 생각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옮겨 적을 뿐이다.
내게 글이란 어디까지나 '나와 나 사이의 대화'다.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누군가의 엄격한 평가를 받고 싶지도 않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친 풍경이나 찰나의 장면이 내 마음속으로 쑥 들어올 때,
나는 그 순간의 떨림을 렌즈에 담는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대중적인 공간에 공유하는 것은 꺼려진다.
"잘 찍었다" 혹은 "부족하다"는 타인의 시선이 개입되는 순간, 내가 담고자 했던 순수한 의도는 흐릿해지고
마음은 이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소위 ‘잘 찍었다’고 평가받는 사진들을 보면 나와는 다른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존재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 시선에 압도되어 감탄하거나 빠져들 정도는 아니었다.
사진도 글과 마찬가지로 결국은 '취향'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우주가 다르듯, 각자가 담아내는 진실 또한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오늘도 생활 속에서 길어 올린 단상들을 정리하려 모니터 앞에 앉았다.
그러나 유독 생각이 문장이 되어 나오지 못하고 겉돌았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결국 "에이, 집어치우자"는 혼잣말과 함께 델리트(Delete) 키를 눌러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진 문장들 속에도 분명 나의 하루와 진심이 묻어 있었을 텐데, 그것을 끝까지 붙들 용기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또 있다. 며칠 전 마라톤 클럽에서 부탁받은 신년 안전기원제 축문 때문이다.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는 넘겨야 하는데, 아직 백지 상태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유독 이 글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 때문일까, 문장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어떻게든 써내야 한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동료들의 안전을 바라는 마음만큼은 진실하게 담아 오늘 안으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아마 글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잘 써야 한다는 욕심이 앞설 때 가장 쓰기 어려워지고,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믿을 때 비로소 가장 솔직해지는 것.
비록 오늘도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나는 내일도 생각이 많아지면 다시 글을 쓸 것이다.
그 지워진 문장들 사이를 헤매며 결국 내가 닿고자 하는 곳은 타인의 찬사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마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