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는 텍스트의 외부를 탐사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문자 이면에 흐르는 심연의 깊이, 아직 쓰여지지 않은 수 많은 말을 만날 때야, 비로소 우리는 읽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읽기는 문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문자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문자는 읽기를 방해하는 커다란 장애물입니다.
그런 면에서 <성서>야 말로 읽기와 가장 동떨어진 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서>를 손에 든 사람은 많지만, 정작 읽어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종교적 색체가 강하다는 이유로 거들떠 보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서>는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위대한 고전인 동시에, 수 많은 철학자, 문학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훌륭한 책입니다.
우리는 신구약 성서 가운데 주요 부분을 뽑아 읽으며 <성서>의 매력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려 합니다. 나자렛에서 태어나 십자가의 형벌로 죽은 청년 예수, 제국의 노예를 탈출시킨 모세, 그리고 신과 악마의 장난에 부서지지 않는 욥.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신과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려 합니다. 오래된 질문, 그러나 여전히 우리를 잡아 끄는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