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고충처리인 직무 (2)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KBS 사옥은, 사람들의 방문이 빈번한
장소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분들 외에도, 생방송이나 녹화방송의 방청객
으로 참여하는 분들의 방문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본관 사옥 바로 앞이 큰 공원이기에, 공원을 찾은 시민들께서 인접한
KBS를 찾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방문객의 틈에는 상담자들의 발걸음도
적지 않았다. 이분들이, 직접 방송사를 찾아온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절실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KBS에 상담을 위해 찾아오신 분들은, 본관 2층에 있는 시청자상담실로
안내를 받는다. 이분들의 상담 내용이 단순한 문의나 의견들이라면, 상담실
내에 전화상담 여직원들이 응대하면서 처리한다. 그러나, 내용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은 나에게로 연결되어, 내가 그 처리를 담당하였다.
상담이 시작되면 나는 꼼꼼하게 메모하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였다.
그런데 불문곡직하고 언성을 높이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을, 차분하게
응대하면서 그 의견을 경청하고 난 후에, KBS와 제작진의 입장을 설명해
드리고는, 상담자가 편안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상담의 요체이다.
물론, 끝까지 자기주장을 펼치며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그저, 방송사의 입장은 이미 충분히 설명을 해드렸으니,
납득이 잘되지 않으신다면 달리 도와드릴 수 없어 안타깝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
이를테면, 취재나 제작 담당자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사안에 따라서는 해당 기자나 PD와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상담
실에서 자체적으로 마무리하려고 노력한다.
그중에 더욱 난감한 것은 방송과 무관한 내용들을 갖고 찾아오는 경우이다.
그것도 멀리 지방에서 어렵게 찾아오시는 분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KBS 소관 사항이 아닌 경우는 이를 처리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에는, 대체로 해당 정부 부처나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재의 국민권익
위원회)를 안내해 드린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 경우는,
함께 걱정하다가 차 한잔 대접해 드리고서 마칠 수밖에 없었다.
큰 기대를 품고서 멀리 서울까지 올라와 방송사를 찾아왔는데도, 시원스럽게
해결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분들의 뒷모습을 보며, 안타깝고도 마음이 아팠던
일도 적지 않았다. 방송, 특히 KBS에 기대를 걸고 찾아온 수많은 방문자를 만나
면서, 공영방송 KBS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