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이 될 것 같아 바쁘신 분들을 위해 먼저 세 줄로 요약합니다.
[세 줄 요약]
오랜 투병과 완치 과정을 거치며 재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쌓여 카페에 많은 댓글을 남겨왔습니다.
혹시라도 저의 과한 댓글 활동이 회원님들께 부담이나 불편함을 드렸을까 봐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의학적 조언이 아닌 한 보호자의 경험담일 뿐이니, 앞으로는 조금 더 신중하고 자제하며 소통하겠습니다.
2013년, 당시 고2(96년생)였던 저희 딸아이가 제주도 수학여행 중에 저녁 무렵 코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함께 제주 한라병원 응급실로 가서 검사를 받았고, 밤 11시가 다 되어 검사 결과와 함께 수혈이 거의 끝나간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전화를 받던 순간부터 딸과 저희 가족의 길고 긴 고난의 시간과 지옥 같은 마음고생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혈액수치가 정상은 아니니 일단 수혈을 마친 뒤, 서울로 돌아가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더군요. 그날 밤 남편과 저는 밤새 눈물만 흘리다가, 저 혼자 뭐에 홀린 듯 아무도 재빈 얘길 꺼내지도 않았는데 여기 재빈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사실 아이가 4~5세 무렵이었을 때, TV에서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모금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그때 제가 자주 보곤 했습니다. 나중에 '산정특례' 제도가 생기면서 지금은 사라진 프로그램이지만, 당시만 해도 재빈이나 백혈병 등 희귀난치병이나 중증 암치료 등은 정말 고액의 비용이 들어가기에,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방송을 보며 ARS로 작게나마 기부를 하곤 했지요. 그 방송에 단골로 나오던 병명이 바로 소아 백혈병과 소아 재생불량성 빈혈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재빈이라는 질환에 유독 마음이 가고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아이가 응급실에서 수혈 중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직감적으로 '재빈'이 떠올랐습니다.
이후 고2, 고3 내내 중등도 상태였음에도 아이가 스트레스 때문인지 자주 쓰러지고, 낭종 파열과 심한 코피로 학교도 거의 제대로 다니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시험이나 대학 입시도 치르기 어려웠죠. 그래도 어찌저찌 치열하게 노력하여 대학에 진학하고, 매달 수혈과 병원 진료, 응급실 진료 등을 받아가며 대학 생활을 버텼습니다. 졸업 후 취업할 때는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기도 했지만, 교수님 소견서를 제출하며 설득한 끝에 겨우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중증 재빈이 되었고, 그 이후 이식과 투병, 치료를 거쳐 완치 단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식 후 6년이 지난 아직 혈소판 수치가 살짝 모자라긴 하지만,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무리 없이 해내고 있으니 제게는 완치나 다름없고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환자였던 저희 딸은 간호학과 졸업 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다가, 이식 치료를 받느라 퇴사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치료 후 잘 회복하여 지금은 종합병원 간호사로 재취업해 소중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저희 아이가 투병 과정에서 비교적 많은 특별한 상황(뇌출혈, 혈복강, 타인이식 생착 후 수치 미회복, 여러 복합적 증상으로 십여 개 과 협진, 스테로이드 치료, 폐포자충 폐렴, 독감, 코로나, 로미플레이트 치료 등)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입시 과정과 대학 생활, 취업 신검 불합격 극복 등 치료 외적인 현실적인 상황도 깊이 겪어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긴 기간 동안 너무 불안하여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보니, 어떤 일이라도 몰두하려고 이 카페의 글을 저 뒤 첫 부분까지 가서 현재 글까지 다시 여러 번 읽고 재빈에 관한 논문을 찾아보고, 강좌나 세미나가 열리면 쫓아가서 듣고 교수님들께 문의하다 보니, 다른 일반 의학 지식은 없어도 오직 '재빈'이라는 병 하나만큼은 저도 모르게 지식과 경험(타인의 경험까지도)이 많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잘 모르거나 아리까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현직 간호사인 딸에게 물어보고 확인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카페 글들을 읽을 때 '내가 알고 경험해 본 재빈 관련 내용인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저도 모르게 많은 글에 일일이 댓글과 대댓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아는 정보나 경험을 나누는 것이 당연히 좋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이 아플 때 생겼던 불안장애로 아직까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다니고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 보니 제 댓글 활동이 과해진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득 이러한 제 모습이 혹시 다른 회원님들께 실례가 되거나, 의도가 다르게 전달되어 불편함을 드린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을 생각해 말씀은 못 하셔도 속으로 불편하셨던 분이 계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전문 의료인이 아니기에 제가 드리는 이야기는 한 보호자의 경험담일 뿐이지만, 혹시라도 제 댓글이 과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셨던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 편하게 쪽지로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저도 조금 더 자제하고 신중하게 글을 남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족 같은 재빈카페 모든 회원님과 환우분들께 하루빨리 완치의 날이 와서 행복해지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 이 글은 회원님들께 제 마음과 양해를 구하기 위해 올린 글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활동 글은 남기더라도 본 글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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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댓글 자제하겠다는 건 포기했습니다. 오늘아침에도 또 새로운 글이 올라왔는데 짧은 원글을 보고 저 혼자서 정신 못차리고 3개나 댓글을 달아버렸네요. 이쯤 되면 제가 도움을 주는게 절대 아닌 이 카페로 부터 제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댓글을 달면서 저 혼자 '안도감'을 느끼는....
제가 이런 걱정을 한것은, 환자였던 저희 딸이 엄마가 의료인도 아닌데, 너무 댓글 많이 달다가 틀린 조언을 할수도 있고, 또 더 좋은 의견이 있는 분들이 계실텐데 엄마 댓글로 인해 '위축'되어 그분들에게 피해가 가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길래 쓰게 된 글입니다.
이해해주시고 용기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첫댓글 전혀 불편하다고 생각 해본적 없습니다.
보리님이 의사는 아니지만 학회 참석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시는 점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아마도 많은분들이 이 카페에서 많이 의지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환우나 보호자들이 궁금해하는것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또보리님 아니면 누가 이렇게 상세한 답변을 해주시겠어요. 환우분이나 보호자분도 말씀은 안드려도 많은 도움이 되고 감사하게 생각할 거에요. 저역시 그렇고요. 그러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마시고 이 방에 끝까지 남아서 다른 분들의 의지가 되고 희망이 돼주세요. 꼭요^^
가끔 들어와 보곤 하지만 어느때 부터인가, 저도 답하기가 어려운 환우의 문의글이 있으면, 보리님이 답글 주셨겠지 하고 다시 와서 읽어보곤 합니다.... 의사도 답해줄수없는 여러가지 상황을 젤로 정확히 알고있는분인데... 계속 관심가지고 의견 주세요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겁니다. 다양한 지식과 노하우, 따뜻한 조언들은 로또보리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요..!
불편하다니요 ㅠㅜ
글 보면서 정말 많은 도움 받고 있어요!! 카페에서 얻는 정보는 많은 사람들이 주는 정보 중 하나이고 수많은 정보를 참고해서 결정은 본인이 하는 거니 앞으로도 경험 많이 나눠주세요
정말 필요한 정보라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여기 재빈 카페에 없어서는 안될 분이신데요~
그동안 올려 주신 글들을 읽고 많은 도움도 받았구요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께 도움을 주시고자 시간내서 댓글 남겨주시는거 항상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과하다는 생각은 당치도 않으십니다
맞습니다. 윗분들 말씀처럼 정확한 의료지식이 아니어도 좋아요. 그저 환우와 보호자들의 심적부담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답니다. 그 누가 여기 회원님들의 고충과 마음을 다 알수 있겠어요. 다는 아니어도 조금의 조금이라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클겁니다. 저는 의료지식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은 다 알수 없는 영역이기에 직접 겪어본 경험만큼은 이길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몸으로 체득한건 잊혀지지가 않으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셔요. 로또보리님!! 언제나 여기 카페에서 위로와 의료경험(지식포함), 고충들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으잉 갑자기?? ㅜㅜ 무슨 일이 있으신건 아니시죠? 사실 저만 해도 수치가 안좋을땐 매번 카페에 들어왔는데 호전 되니 카페에 잘 안들어오게 되는데 꾸준히 로또보리님이 카페에 글 써주시고 댓글에 한마디씩 해주시는게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몰라도 신경쓰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너무 감사한 마음만 한가득 입니다^^*
늘 감사해요
진단 받고 힘들었을 때, 많은 위로와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소중한 댓글 하나하나가 정말 중요합니다! 너무 감사할뿐입니다
보리님은 이 카페에서는 큰엄마같은 존재세요. 너그럽고 모든걸 다 포용하면서도 삶의 지혜뿐만 아니라 경험에서 나오는 실질적인 조언을 나누어주시는분.
부디 큰엄마로 계속 남아주세요.
늘 감사드려요.
저도 따님처럼 대학병원.종합병원에 근무했던 간호사였어요.하지만 작년 12월에 재빈 판정받고 이 카페에서 로또보리님 글보며 정보와 위로 받으면서 치료중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변함 없는 모습에 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않아요~ 정말 타지에서 막막하고 답답할때 로또보리님 댓글로 정말 많이 도움받고 위로 받았어요~ 아직 저희 아이는 현재진행형이지만 로또보리님이 알려주신경험, 또 댓글 읽으며 마음도 다잡고 힘도내고 그랬는걸요! 정말 감사해요!!
읭? 로또보리님 댓글 다시는 것 절대 멈추시면 안돼요!
저 정말 멘탈 약해서 내내 눈물바람이었는데 덕분에 얼마나 힘내서 버텨내고 있는데요!
항상 제 비루한 질문에도 정성어린 답변 써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제가 2.6년전에 이식할때 불안해서 책도 사서 보고 인터넷글들도 봤는데 로또보리님 만큼 리얼한 경험의 조언은 없었고 저에게 더 와닿았습니다.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