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은 나가라” 폭행 사건까지…거창 파크골프장 ‘텃세’
황원식 기자 2025.02.16
회원-외지인 갈등 사례 증가
급기야 집단 폭행 사태까지
거창군, 심각성 인지…
방문객에 대한 개방 추진
외지인 인원·시간 고지 예정
협회 강한 주인의식으로
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여
36홀 구장, 갈등 해소 기대
거창의 한 파크골프장에서 기존 회원과 방문객(외지인) 사이의 폭행 사건이 있었음이 뒤늦게 확인됐다. 시설을 이용하려는 방문객과 이들을 막으려던 회원 사이의 다툼으로 한 방문객은 전치 4주의 상해 진단까지 받았다.
거창군 내 파크골프장은 전부 직영이며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협회는 주로 회원 간 경기 조율의 역할을 한다.
다친 방문객은 “공공시설인데 왜 외지인은 이용 못 하게 하냐”며 군수에게 직접 글을 남겼다. 이에 거창군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문객에 대한 대대적인 파크골프장 개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각 읍·면 파크골프장마다 뿌리내린 파크골프협회는 골프장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해 개방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회원 아니면 예약 어려워”
지난해 10월 6일 평택에 사는 신모 씨(65)는 가족과 함께 거창파크골프장을 찾았다. 처음에는 예약하려고 대한파크골프협회가 안내한 인터넷 링크를 따라가니, 거창군파크골프협회 밴드를 통해 예약하라고 나왔다.
밴드에 접속하니 ‘본 밴드는 협회 산하의 클럽에 가입된 회원만 가입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그래서 예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골프장 내 이용 안내판을 보니 그 어디에도 ‘회원이 아니면 이용 못 한다’는 내용이 없었고, 단체손님(10인 이상)만 예약하라고 해서 그냥 이용하려 했다.
그런데 기존 회원들이 이들을 막아섰고, 세 번째 구장까지 밀려온 상태에서 회원들과 몸싸움까지 하게 된 것이다. 당시 경찰까지 출동했고, 서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신모씨는 “누구나 이용하라고 만든 공공시설인데 협회가 군 행정을 뛰어넘는 특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특히 거창파크골프장은 전국대회를 유치했을 정도로 좋은 구장이고, 관광 상품화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멋진 구장이다. 그런데 회원들에 의해서 얼룩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성토했다.
거창군도 지금까지 방문객에 대한 공식적인 예약 시스템이 없음을 인정했다. 거창군 체육시설담당은 “그동안 방문객이 우리 쪽으로 전화 오면 우리가 알음알음해서 협회에 연결을 해주는 식으로 예약을 했다”며 “그런데 이 방법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거창군, 비회원 개방 위해 팔 걷어붙여
신모씨는 폭행 사건 이후 억울한 나머지 ‘열린군수실’을 통해 구인모 거창군수에게 이 사실을 직접 폭로했다.
이에 거창군수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 파크골프장 이용 못 한 외지인들의 불만이 여러 차례 접수되고 있었기에 이 사건을 계기로 칼을 빼 든 것이다.
군은 먼저 전체 파크골프협회에 비회원 개방을 위한 간담회를 열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그 내용에는 읍·면 파크골프장 개방(시간, 인원수 결정), 거창군과 읍면 파크골프협회가 협약을 맺고 지속적인 간담회 추진, 개방 내용 홈페이지 게재 및 시설별 안내판 설치 등이다.
실제 군은 이달 6일부터 11일까지 전 협회를 다 돌면서 의견수렴 했다. 현재 결과 보고를 준비 중이다.
◆ 여전히 텃세 존재…개방 정착까지 시간 걸릴 듯
하지만 개방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체육시설담당 이모주무관은 “저희도 처음 시행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협회 사람들이 너무 열정(주인의식)이 강해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협회에서 골프장을 유지관리하는 측면이 있기에 주인 의식이 있고, 골프장을 지역 예산으로 만들었다는 인식이 있어 외지인을 배척하는 마음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는 “법률적으로 말하면 회원들이 불쾌하게 생각하신다”며 “최대한 유화적으로 설명하면서 설득해가고 있다. 지금은 회원들도 골프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인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거창군은 개방 문화 정착을 위해 파크골프협회와 협약서를 만들고, 정기적인 간담회를 개최해서 진행사항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창군은 오는 5월에 남하면에 준공 예정인 36홀 파크골프장이 회원과 외지인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모주무관은 “이 골프장으로 어느 정도 수요가 풀리면 예약 때문에 다투는 일이 적을 것이다”며 “이곳이 개장하면 처음으로 이용료(5000원 예정)를 받고 방문객을 이곳 위주로 안내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파크골프의 인기가 날로 늘어나면서 이같은 회원-외지인 간 시설 이용 갈등은 거창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