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느닷없이 뒤늦게 또 한 가족 나타나 새로 집을 짓는다. 먼저 온 제비가 새끼 다섯 마리를 다 키워 떠날 준비할 무렵이다. 이제 너무 늦을 때라 삼복더위가 걱정되는 시기다. 둥지도 하필이면 처마 끝 물받이 밑에다 지어서 복사열을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이다. 6월 15일 둥지를 짓고 있으니 아마도 10일쯤 걸리면 26일이라야 완성할 듯했다. 제비 둥지를 트는데 먼저 와서 새끼를 키우는 가족과 전쟁을 벌여서 싸웠다. 어느 제비가 어느 편인지 분간이 어렵다. 제비 전쟁은 날면서 서로 떨어뜨리기 방법이다. 한 마리가 마당에 떨어져 두 날개를 펼쳐 엎어 죽은 줄 알았다. 구해 주려고 방문을 열어보니 날개를 편 채 퍼져 있었다. 신발을 신는 동안 그사이 되살아 날아가 버린다.
6월 27일 둥지를 완성하고부터는 더욱 격렬한 제비 전쟁이다. 둥지를 떠나 놀던 제비 새끼가 밤이면 태어난 둥지에 자러 오는데 다가오지 못하게 방해한다. 먼저 태어난 제비 새끼들은 태어난 집이 안심할 곳으로 알고 쫓기면서도 들어와서 자고 나간다. 늦게 둥지를 마련하고 알을 낳은 제비는 자기 알이 다칠까 걱정인가보다. 저녁때마다 제비 전쟁으로 다투다가 어두워지면 전쟁을 그친다. 어미 제비는 보이지 않고 새끼들만 밤마다 자고 나간다. 어미 제비는 싸움에서 패한 모양이다. 그래도 새끼는 태어나 자란 정든 곳이라 잊지 못하는 듯하다. 늦게 둥지를 떠난 3마리가 버티다가 나중에 두 마리로 남았다. 비록 태어난 둥지에는 방해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처마 밑 전선에서 잔다. 새끼가 태어났던 장소의 안심된 정이 그리워서 끝까지 치열하게 다투다가 나중에는 보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다 자란 제비가 되어 인사차 모두 다녀갔다. 저녁때도 아닌 대낮에 온 마당을 감싸며 즐겁게 휘돌다가 갔다.
새로 늦게 들어온 제비는 알을 4개만 낳아 부화했다. 제비 전쟁을 치르느라 다급한 기간이 흘렀고 어떤 사정인지 몰라도 너무 늦게 왔다. 1차로 새끼를 키워 떠난 둥지에 알을 낳아 새끼를 키워도 될 것인데 싸움에서 졌던 모양이다. 기존의 둥지는 지붕 복사열에 단열이 잘되는 위치라 명당이다. 그러나 지금 2차로 마련한 새로운 둥지는 지붕 복사열에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다. 유튜브에 제비 전문연구가 기록 사진이 찾아졌다. 제비 새끼가 모두 복사열에 죽은 사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차로 둥지 마련 제비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옮겨 줄 계획도 세워보았다. 사람 도움에 놀라서 새끼를 버리고 가는 부작용이 생길까 그게 걱정이다. 그래서 망설이고 좋은 방법을 찾는 중이다.
새끼 제비가 복사열을 견디지 못하고 피해를 볼까 걱정하던 중에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다. 건축자재 스티로폼을 이용하면 복사열을 막을 것 같았다. 두꺼운 스티로폼을 잘라 지붕 처마 물받이 위에다 덮기로 했다. 장마가 계속 오래 가면 효과를 볼까 하다가 오늘 태양이 강하게 비춰서 설치 작업에 들었다. 긴 사다리를 이용하여 스티로폼을 처마 물받이 위에 올렸다. 작은 벽돌을 스티로폼 구석 자리에 올렸다. 바람에 통째로 날아갈까 하여 작은 벽돌을 얹어 눌렀다. 벽돌을 스티로폼 한가운데 얹으면 바람에 벽돌과 스티로폼이 함께 날아 사람이 다칠까 해서 모퉁이로 약간 눌렀다. 바람이 강하면 스티로폼만 날아가고 벽돌은 그 자리에 남도록 하는 배치다. 어미 제비가 두려워할까 걱정되었으나 다행히 두려워하지 않은 눈치다.
태양 복사열 완벽한 방지로 제비 새끼 보호에는 성공이다. 일반적인 제비의 번식 적기는 7월 초순까지 마치는 기간이다. 장마 기간도 지나도록 늦게 번식하는 기회는 고온에 실패가 많다. 특히 초가지붕이 사라지고 복사열이 강한 건축자재 사용에는 제비 육아 환경이 아니다. 이런 것을 느껴서 진화하는 제비만 살아남는 환경으로 변했다. 인류도 언젠가는 이런 환경에 처할 위기에 다다랐다. 공업의 발달과 농업의 위축이 변화하는 산업과 더불어 악조건이 더 늘어나고 있다. 생체 번영에 악조건을 자꾸만 부추겨서 지구 자체가 먼저 죽는 환경이 오는지도 모른다. (글 : 박용 에세이집 202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