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는 6·25전쟁 전적기념물이 많다. 6·25전쟁의 첫 대승인 춘천지구 전투와 마지막 고지쟁탈전, 국군의 날 제정 배경이 된 38선 돌파가 있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군이 첫 대승을 거둔 춘천에서부터 전적기념물 탐방을 시작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 춘천의 전적기념물
춘천에는 1970년대 전·후 건립된 춘천지구전적비와 에티오피아 참전기념비,1955년 우두산에 건립된 충렬탑 등이 있다. 춘천지구전적비는 1978년 전적지개발사업에 따라 첫 대승의 시발점이 된 옥산포 전투의 심일 소령과 육탄 5용사를 형상화해 건립됐다. 에티오피아는 황실 근위병으로 이뤄진 대대 규모의 지상군을 보낸 16개 참전국가 중 하나였다.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기념비는 1968년 슬라세 에티오피아 황제의 방한에 맞춰 그들이 주로 전투한 춘천에 건립됐다. 그들은 황제가 부여해준 부대 이름인 칵뉴와 같이 북한군을 격파하는 활약을 했다.
▲ 춘천지구 전승의 가치
춘천에서는 매년 10월 춘천지구전투를 기념하는 춘천대첩 재연행사가 실시되고 있다. 춘천지구 전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전쟁 전체에서 조망되지 못하고 북한군 전차를 파괴한 육탄용사의 투혼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지금은 낙동강지구전투, 인천상륙작전과 함께 6·25전쟁의 승패를 가름한 3대 전승으로 인정받고 있다. 춘천지구 전투가 3대 전승으로 재조명된 까닭은 서울을 빼앗긴 국군의 주력부대가 수원 이남에서 적에게 포위·섬멸되는 것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춘천전투의 대승은 6·25전쟁의 미스터리인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한 후 3일간 지체’한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북한의 남침계획은 미국의 참전을 막기 위해 한 달 안에 전쟁을 종결짓는 것으로 작성됐다. 조기에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 전쟁 개시 2일차에 서울을 점령하고 5일 이내에 수원-원주-삼척까지 진출하도록 계획됐다. 이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탱크를 앞세운 주공부대의 서울점령과 함께 조공부대가 3일 이내에 수원을 점령해야 한다. 수원을 점령하려는 이유는 국군의 퇴로와 후방부대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군 제2군단에는 모터사이클 연대가 편성됐다. 따라서 남침계획의 성공은 시간요소가 가장 중요했다.
기습남침을 시작한 북한군은 계획대로 서울을 점령했지만 수원점령은 국군 제6사단과 제16포병대대의 공세적 방어에 의해 3일간 춘천에서 발목이 잡혀 실패했다. 북한 제2군단이 수원으로 기동하지 못하게 되자 서울을 점령한 부대는 남침계획의 수정과 한강 도하장비의 지원 문제 등으로 3일 동안 서울에 머무르게 됐다. 춘천지구 전투로 북한의 포위작전은 무산되고 국군의 전투력은 보존됐다. 이 때문에 유엔군이 참전할 때까지 국군이 지연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전쟁초기 공포의 대상이었던 적의 탱크와 자주포를 육탄공격으로 파괴함으로써 국군의 전차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국군 제6사단은 이 전투에서 그들에 비해 병력은 4배, 화력은 10배 이상 우세한 북한군을 투철한 군인정신과 방어준비태세 완비 그리고 지형을 이용한 전투수행으로 큰 전과를 올렸다. 춘천지구 전승에는 포탄이 작렬하는 전투현장에 목숨을 걸고 탄약운반을 한 춘천교육대학교 학생과 지역주민들의 애국심이 함께했다.
▲산·강이 만나 만든 호국의 땅, 춘천
춘천전투의 대승은 우두평야에 진출한 적을 포격으로 격퇴하고, 자주포는 육탄공격으로 파괴한 후 봉의산에서 적의 소양강 도하를 막는 등 지형의 이점과 투혼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전승을 기념하기 위한 춘천지구전적비와 기념관은 의암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수변공원에 있다.
춘천시는 2000년 6·25전쟁 50주년을 기념하면서 근화동 호반순환도로변에 춘천대첩평화공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주요 전적지마다 전투 설명과 작전지도를 설치해 찾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춘천은 서울춘천고속도로와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고 2층으로 된 ITX청춘열차가 운행되는 등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고장이다. 기차나 전철로 춘천을 방문한다면 춘천역 2번 출구로 내려 춘천대첩평화공원을 찾아가 보자. 그곳에서 의암호를 끼고 에티오피아길을 따라 공지천교 방향으로 약 2㎞ 걸어가면 2007년 춘천시에서 건립한 전통가옥 양식의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기념관을 만나게 된다. 기념관 건너편 조각공원에 있는 한국전참전기념비를 지나쳐서는 안 된다. 잠시 그들의 고귀한 희생에 감사를 표현하고 수변공원길을 따라 춘천MBC가 있는 공원으로 올라가면 춘천지구전적비와 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춘천을 방문했다면 맛집을 찾기 전에 우리의 번영된 현재를 있게 한 역사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산과 강이 만나 만든 춘천의 호국정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계운봉 박사·전쟁과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지나간 역사를 잊으면 남는것은 빈깡통 같은 유희적 기록 뿐일 것입니다. 특히 동족간에 피비린내나게
총질을 했던 북한의 6.25전쟁 발발사는 영원히 옳바른 역사적 정론으로 대대 손손 남겨야합니다. 역사를 위조하거나
망각한 민족은 모두 멸멸합니다. 지나간 역사를 있는 그대로 남길때 그 국가와 민족은 바로 서고 생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