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백년지기들은
경의 중앙선 양평역에서 2016년 6월 12일(일) 오전 10시 37분에 씨모우 위짜추 서류바 조단스 까토나 다섯명이 만났습니다. 오늘의 행선지는 경기 양평군에 있는 백병산(423.2m)을 오를 예정입니다. 간밤 새벽에 서울에는 많은 비가 내렸으며 지금도 하늘에는 구름이 찌프리고 있습니다. 예보한 기온은 최고 29℃이지만 찌뿌둥한 날씨가 온 몸을 달구고 있습니다.오늘의 미세먼지 상태는 보통이라고 하지만 계속되는 스모그와 미세먼지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조금 심한 표현을 하자면 한반도 전체가 화생방 훈련의 참호 속에 갇혀서 헤매고 있는 느낌마저 듭니다.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도 이제는 마음껏 들이키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나 봅니다. 미리 준비하고 대처를 못하는 근시안적인 정부의 무능에 화가나는 자체도 이제는 무감각해지고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양평군청 앞을 지나서 양평경찰서 앞을 통과하며 남한강을 가로 지르는 양평대교를 건너갑니다. 강기슭 옆으로 축구장을 비롯하여 산책할 수 있는 보행로도 갗추어진 강변 공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강물 위로는 수상스키를 즐기는 모습도 가끔 시야에 잡힙니다. 또한 쪽배를 타고 낚시줄을 드리우고 있는 사공들도 있습니다. 한가롭고 평화스러운 양평 군민들의 생활을 보는 것도 같습니다. 서쪽 방향으로 향하노라면 논두렁 밭두렁을 밟으며 시골 농촌의 아늑한 마음도 가져 보게 되는 행운도 있습니다. 길섶에는 코스모스 망초대 엉겅퀴 넝클장미 민들레 씀바귀등이 사열을 하며 우리 노객들을 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씀바귀 망초대 나물을 한 웅큼 씩 뜯어서 배낭에 챙겨 넣기도 합니다. 아내와 둘이서 뜯어온 나물을 된장과 들기름으로 묻쳐서 맛있게 먹는 그림을 가슴에 품어도 봅니다. 병산 3리 마을 회관 앞을 지나서 중부내륙 고속도로의 병산교를 머리 위로 바라보면서 걷습니다. 백병산 들머리의 폐가가 되어 버린 빈집을 지나 산 입구에 들어섭니다. 수 없이 많은 밤나무 꽃향기를 페포 깊숙이 받아들이며 밤(栗)이 아닌 밤(夜)의 향연(香宴)인 나만의 꿈나래를 잠시 펼쳐보기도 합니다. 뽕나무에는 까맣게 무르익은 뽕나무 열매 오디가 말 그대로 지천으로 달려 있습니다. 튼실한 오디 알맹이가 몸 속에 갈증을 날려주고 한참 동안을 정신 없이 달콤한 오디향과 즙을 만끽합니다. 평평한 나무 숲 속에 자리를 잡고 가져온 간식의 조촐한 파티로 혈당을 올려 줍니다. 바람 한 점 없이 정온(靜穩) 상태인데 어딘선가 풍겨오는 구릿한 풍미는 멧돼지의 분변 냄새입니다. 산 속 여기 저기 멧돼지들이 할퀴고 파놓은 흔적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갓 배출한 시꺼먼 배설물이 여러곳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땀으로 온 몸이 범벅이 되어 지친 몸을 추스리며 백병산 정상에 오릅니다. 정상 바로 옆에는 백병산 마당 바위라 표시한 팻말이 있지만 기대 이하로 별로 입니다.
앞쪽으로는 백운봉과 용문산 줄기가 약간의 뿌연 스모그 상태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뒷편으로는 양자산이 자리하고 거기까지는 9km라는 팻말도 있습니다. 강하면 전수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곳곳 경사진 가파른 산길에는 밧줄이 설치가 되여 있지만 조심스레 내려가야 합니다.능선 따라 한참을 갔으나 너무 지나친 느낌입니다. 다시 거슬러 올라서 좌측에 내려다 보이는 마을로 내려갑니다. 폐가가 흉물스레 널브러져 있으며 산행하는 동안에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조금 더 내려가니 평탄한 마을길입니다. 한참을 남한강 쪽으로 강건너 편에 있는 아신대를 바라보며 걸으니 대로변에 당도합니다. 날씨 탓도 있지만 나즈막한 산 높이에 비하여는 다리에 힘이 더 들어야 하고 심장 박동수도 조금은 더 올려야 하는 산입니다. 전수1리 버스 정류장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십니다. 버스 도착 시간은 알 수가 없다며 한참을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할머니라고는 하지만 우리 정도의 연배인 것도 같습니다. 민증을 까 볼수는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기다림이 지겨워서 양평 콜택시를 부르고 나니 바로 버스가 도착합니다. 그러나 조금 후에 도착한 택시를 타고 기사님이 안내한 양평역 건너편에 있는 한우 식당 2층으로 올라갑니다. 오후 네시가 넘은 시간인지라 손님이 없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두 다리를 뻗고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키니 오아시스가 따로 없이 바로 이 맛 이곳이 오아시스입니다. 한우 등심에 곁들이는 쐬주 한잔으로 우리들의 권주가 소리는 우렁차기까지 합니다. "친구야 우리 우정의 잔을 ---" 합창 소리에 후덥지근하고 무거워진 팔다리에 다시 힘이 솟고 활기가 넘칩니다. 옥수역에서 다시 생맥 한잔에 입을 헹구고 아쉬운 발길을 집으로 돌립니다. 항상 멋지고 좋은 꿈을 이 밤에도 헤매보기를 기원해 봅니다. 안 녕
2016년 6월 14일 무 무 최 정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