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문 [아침시 산책] 왼쪽 그리고 오른쪽 / 박우담
왼쪽 그리고 오른쪽 / 박우담
거울을 본다
왼쪽은 왼쪽대로 오른쪽은 오른쪽대로
각각 얼굴이 달라 보인다
임의의 절취선 따라 나눠진 것인데
조그만 거리인데도 몇 십 년 살았다고
내 양쪽 모습이 너무 다르다
지금 오른쪽, 왼쪽 눈을 각각 깜빡거려본다
이상하다,
서로 달라 보인다
거울을 본다 내가 분명 내가 아니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굳어가는 절취선을 넘나든다
- 박우담 시집 ‘구름트렁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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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을 접으면 똑같은 곳이 없다고 한다. 왼쪽과 오른쪽 얼굴이 시력과 혈압이 다르다. 형상학에서는 최근 공부를 많이 했는지 얼굴을 보면 안다고 한다. 좌뇌는 감성을 우뇌는 이성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으로, 형태의 변화가 가장 많은 곳이 얼굴이다. 불교에서는 오른쪽을 신성시하고 탑돌이도 오른쪽으로 돈다. 인도와 유럽과는 반대로 정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귀히 여기는 중국은 왼쪽을 중시한다고 한다. 왼쪽이 나인가 오른쪽이 나인가.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표정이 낯설다. 하루에도 수십 번 절취선을 넘나드는 나는.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