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채수영22> - 일간 이슬아, 반복의 힘
그녀는 글을 참 쉽게 쓴다. 실제로 쉽게 썼는지, 또 쉽게 쓰는 재주를 타고 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쉽게 읽히고 맛깔나다.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게 담담히 자신의 주변 이야기를 하면서도 재밌고 감동적이기는 어려운데, 어째든 그녀의 글은 그랬다.
그녀를 따라 해보기로 마음먹을 때만 해도 시간이 갈수록 글쓰기가 쉬워질 거라 생각했었다. 처음이 어렵지, 연재가 10회 정도만 지나면 글이 술술 쓰이지 않을까...
착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초반엔 그런 감이 없지 않았다. 연재를 한편씩 완성할 때마다 다음에 쓸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막상 그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 상상할 때만큼 재밌지도 의미 있지도 않았다.
수필이란 게 생활글이고, 내 생각을 내 맘대로 쓴다고 했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고민이 된다. 이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추억이고 의미가 있겠지만, 읽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유료 구독자가 아니더라도, 시간과 에너지를 내서 읽어준 사람들에게 작은 재미와 공감이라도 줘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정말 미친다. 한 줄도 쓰지 못 하고 한동안을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다시 <일간 이슬아>를 펼쳤다. 본문이 아닌 후기를 읽어 보았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글 하나 쉽게 쓰지도 않았고, 쉽게 쓰는 재주를 타고 난 것도 아니었다. 그녀도 고민하고 막막해하면서 힘들게 쓴 글들이었다. 그리고 잘 읽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된 데는 다년간의 글쓰기모임과 글쓰기수업에서 훈련한 결과였다.
아주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만 느끼는 막막함도 아니고, 나의 재능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나도 노력하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니, 미치지는 않아도 되겠다.
그래도 약속한 연재는 아직 10회 이상 남았고, 매번 이런저런 이야기 조각들과 씨름을 할 것이다. 그래왔던 것처럼 글을 올리고 나면 담배 한 대의 연기만큼 시름을 내보내고 행복하게 잠자리로 들 것이다.
연재를 시작하고 얻은 단 하나의 좋은 점이다. 그래도 하루를 끝내기 전에 뭔가 하나는 해냈다는 만족감. 일기든 운동이든 독서든 만남이든 뭔가 반복적으로 하는 게 있으면 우울해지진 않는 것 같다.
첫댓글 우울한 걸 반복하면 어쩌지
ㅋㅋ
우울도 반복하면 놀이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