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선포 / 정현인
집중호우나 태풍주의보가 발효되면 습관적으로 신경이 곤두선다. 2009년 7월에 내린 183mm의 비로 진상면 신시 시장이 침수돼 2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망덕포구 뒷산도 산사태가 나서 횟집 2가구가 매몰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진상면에서 다압면으로 넘어가는 국도 사면 200m가 유실됐고, 중마동 정류장도 물에 잠겼다. 하동군 솔밭에서 야영하던 사람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광양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행정안전부 실사단은 신시 시장과 망덕 포구 뒷산, 도로 현장을 확인하고 개선복구를 권유했다. 그러나 3건을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인력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도로는 포기하고 2건만 실시했다. 복구계획이 확정되고 나니 온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한여름인데도 2,3일간 땀을 뻘뻘 흘리고 끙끙 앓았다.
복구계획은 확정됐지만, 빠른 시일 내에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반복적인 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했다. 먼저 인력 문제는 시장님과 담판을 지었다. ‘재난안전과에는 토목직이 4명뿐입니다. 그리고 복구 팀이 없습니다. 이 인력으로는 피해복구를 할 수 없습니다. 민방위계를 총무국으로 보내고 복구 팀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복구 팀이 만들어지기 전에 직원 2명을 파견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도청으로 갈 것이’ 라고 말씀드렸더니 검토해 보자고 했다. 나는 인사계장, 의원님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설명했다. 곧바로 파견자를 받았고, 우여곡절 끝에 복구 팀(4명)이 만들어 졌다. 피해복구는 차질 없이 진행됐다. 개선복구 사업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잘 마무리됐다. 신속히 조치해 주신 시장님과 총무국 관계자들 의원님들께 고맙다.
다음은 재해 우려지역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문제는 장기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기본설계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각과에 공문을 보내고 현지조사를 거쳐 저류지, 배수펌프장, 교량, 급경사지 등 15개소를 선정했다. 어떤 의원은 용역심의 과정에서 왜 법에도 없는 설계를 하냐고 다그쳐 물었다. ‘법에 근거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반복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국비 확보 전략과 전술이 필요합니다. 달랑 보고서 2장으로는 중앙부처를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특별교부세를 받고, 공모에 당선하기 위해서는 기본설계를 해 놓았다가 그때그때 중앙부처를 설득시켜야 합니다. 이 용역이 바로 국비확보 전략’ 이라고 설득시켰다. 그렇게 해서 용역은 발주되었고, 설계도 꼼꼼히 챙겼다.
재난안전과는 야근이 많고 힘들어 기피하는 부서였다. 그러나 인력이 확보되고 수해복구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서 과 위상이 높아졌다. 국비확보, 각종 평가 등 여러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근무평점 시 가산도 받게 되었다다. 승진을 하려면 재난안전과를 거쳐야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선호부서로 바뀌었다. 시장님과 함께하는 회식자리에서 과 건배사는 “내가 시장(市長)이다” 였다. 직원들 모두 자부심이 대단했다.
같이 근무한 모든 직원들이 장관상 이상을 받았다. 재난관리계장은 포장을, 하천계장은 대통령상을, 복구계장은 국무총리 상을 받았다. 시장님은 정 과장은 왜 상을 받지 않고 직원들에게 양보하는지 물었다. ‘시청 직원들은 국무총리 이상 큰 상을 받을 기회가 적지만, 저는 도청에 가면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2011년 도청에 다시 전입했다. 4개월 쯤 지났을까 같이 근무하던 직원한테서 상 받으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무슨 상이냐고 했더니 진상 주민들이 주는 감사패’라고 했다. 정말 어떤 상보다 큰 상을 받았다.
며칠 전 광양시 건설도시국장을 만났다. “형님 계실 때 수립했던 15개 재해우려지역 모두가 준공됐습니다. 지원받은 국비만도 1,000억 원이 넘습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일을 하였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고 치켜세웠다. 듣고 있는 동안 이재민들의 절규와 상가가 매몰되어 긴 한숨을 쉬던 고통 소리도 들렸다. 주민들의 신음소리를 덜어주기 위해 열정을 쏟았던 기억들이 오롯이 떠오른다.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이 생각난다. 다들 보고 싶다.
첫댓글 수업에 꼭 나와서 제대로 인용하는 방법을 같이 생각해 봅시다.